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탈석탄을 통한 국가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을 천명한 가운데,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실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세부적인 실행계획을 구체화하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현대경제연구원(이하 현경연)은 ‘탈원전·에너지전환정책의 성공 요건 : 원전 및 에너지 정책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현경연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7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를 실시했는데, 이를 2017년 10월17일부터 19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와 비교·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 결과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확대됐고, 발전 방식에서 환경과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졌으며, 이를 위한 비용 증가도 감수하겠다는 의견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과 석탄발전을 축소하고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찬성(적극 찬성, 찬성하는 편)한다는 의견은 84.6%였다. 이는 이전 조사보다 6.8%p 증가한 것이다.
연령별로는 30대가 89.8%로 가장 높았고, 40대 89.15, 20대 87.6%, 50대 82.9%, 60대 이상 74.5% 등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찬성 의견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20대는 이전 조사에서보다 찬성 의견이 0.4%p 감소했다.
원전과 석탄 발전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현재 4%에서 20%까지 늘리겠다는 정책에 대해 “현재 속도가 적당하다”는 응답률은 이전 조사(35.8%)보다 10.8%p 높은 46.6%였다. “속도를 높여야 한다(26.7%)”는 의견은 8.9%p 줄어들었다.
비용과 관련해서 국민은 ‘원전사고 위험’을 가장 큰 외부비용으로 인식했고(86.5%, 이전 조사 대비 4.1%p↑),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및 원전 해체(78.9%, 3.7%p↑)’, ‘미세먼지(73.8%, 9.9%p↑)’, ‘온실가스(68.7%, 3.7%p↑)’ 등이 뒤를 이었다.
외부비용이란 일반적으로 경제활동과 관련해 다른 사람에게 의도하지 않게 손해를 발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외부비용을 발전원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67.7%(1.4%p↑)가 찬성한다고 답해, 반대(27.6%)보다 2배 이상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또한 비용에서 빠질 수 없는 전력 공급 방식에 대해 국민의 57.2%(6.6%p↑)는 “환경과 안전에 미치는 영향과 에너지원의 비용을 함께 고려해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고 답했다. “환경과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만든 전기부터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33.4%(3.9%p↓)가 동의했다.
반면, “생산비용이 조금이라도 적게 드는 에너지원으로 만든 전기부터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응답은 이전 조사(11.2%)보다 적은 8.8%에 그쳤다.
현경연은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및 전력시장 운영과 관련해 경제성, 환경 및 국민안전의 영향을 검토하도록 규정한 전기사업법 개정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전과 석탄 발전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각각 67.2%(0.6%p↓), 75.9%(1.0%p↑)로 나타났고, “천연가스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각각 63.6%(8.6%p↑), 84.2%(7.8%p↑)로 나타나는 등 국민 대다수가 원전·석탄 발전을 축소하고 천연가스·실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인식했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국민은 월 1만5,013원을 추가로 비용 부담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조사에서는 이보다 1,333원 적은 월 1만3,680원이었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월 1만8,912원으로 가장 많은 비용을 추가 부담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30대 월 1만6,001원, 50대 월 1만4,510원, 20대 월 1만3,223원, 60대 이상 월 1만2,147원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대전·충청지역이 월 1만7,994원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월 1만4,180원으로 가장 적었다.
현경연은 이같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실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세부 실행계획을 구체화할 것을 주문했다.
장우석 신성장연구팀 연구위원은 “전력공급시 경제성과 함께 환경과 국민안전을 고려하도록 명시한 전기사업법 개정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시행령, 시행규칙 등을 조속시 정비해야 한다”며 “외부비용을 반영한 에너지 세제개편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원이 시장에서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천연가스,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는 것은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에너지 전환이 국가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파악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 연구위원은 “설비용량 중심의 ‘전원믹스’는 발전원별 가동률 격차로 인해 국민들이 원하는 실제 ‘발전량 믹스’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면서 “에너지 전환이 실질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발전량 믹스 중심의 전력수급계획 수립 및 발전원간 균형이 전제된 에너지믹스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