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7일 사모투자 회사인 「한앤컴퍼니」에 남양유업의 자신의 지분을 포함한 오너가 지분 53%를 매각하기로 했던 홍원식 회장이 지난 7월 30일 경영권 이양을 위한 임시 주총을 일방적으로 연기한데 이어, 최근까지 회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제(8월 19일) 발표된 남양유업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홍 회장의 직함은 ‘회장’으로 기재됐고, 올 상반기 8억8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또한, 회삿돈으로 고급 외제 차를 빌려 자녀 통학용으로 쓰는 등의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난 4월 해임된 바 있는 장남 홍진석 상무가 회사 매각 발표가 있기 하루 전날인 5월 26일, 해임 한 달 만에 복직됐고, 차남인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은 미등기 임원으로 승진했다.
회사 관계자는 “홍 회장이 경영 업무 보고를 받지 않고 있고, 회사 매각과 관련된 업무를 살피기 위해 회사를 방문하고 있으며, 홍 상무는 정식 징계 절차를 밟아 복귀한 것으로 안다,”면서 “회사 매각이 종결되면 매수자의 결정에 따라 임원은 변동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자사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바이러스를 77.8% 저감 시킨다’ 는 보도자료를 냈다가 주가가 요동치자 식약처 고발에 이어 영업정지를 당했었다. 이에 대해 홍 회장은 지난 5월 4일 “모든 책임을 지고자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회장직 사퇴와 경영권 승계 포기를 눈물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홍 회장은 지난달 7월 30일, ‘경영권 이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일방적으로 6주 뒤로 연기해 남양유업의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겠다던 홍 회장이 결정을 번복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샀었다.
홍원식 회장은 그러자 이달 17일 〈뉴스-1〉에 보낸 자신의 입장문에서 “한앤컴퍼니와의 매각 결렬, 갈등, 노쇼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면서 “거래 종결을 위한 준비가 더 필요해 주총을 연기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었다.
홍 회장은 "임시주총(7월 30일) 이전부터 이미 한앤컴 측에 '거래 종결일은 7월 30일이 아니며, 거래 종결을 위한 준비가 더 필요해 이날 거래 종결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임시 주총 전부터 의사를 전달했지만 한앤컴 측에서 주총을 강행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어 홍 회장은 "본인이 한앤컴과의 매각을 결렬시키려고 한 것이 전혀 아니다, 상호 당사자 간 거래를 종결할 준비가 미비한 상태에서 주총 결의를 할 수 없었기에 주주총회를 연기·속행한 것일 뿐이고, 달라지는 건 없다, 는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해 매각 조건을 확정하기 위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지 매각 자체를 철회한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 5월 27일 한앤코19호 유한회사(한앤컴퍼니)에 홍 회장의 지분(51.68%)을 포함한 오너 일가 지분(53.08%)을 3107억2916만 원에 매각하고 매각지급 기한 일을 이달 8월 31일까지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모든 준비를 마치고 한앤컴퍼니는 7월 30일 ‘경영권 이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 등 신규 이사를 선임하고 정관 변경을 의안으로 상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홍 회장이 참석하지 않고 연기하는 바람에 신규임원 선임 자체가 무산됐다.
이처럼 홍 회장이 지금까지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매각 대금'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앤컴퍼니의 인수 발표 이후 남양유업의 주가는 급격히 올라 시가총액 4183억으로 매각 금액인 3107억 원보다 천억 원 정도가 높고, 여기에 부동산 등 유형자산 가치를 감안하면 홍 회장 입장에서 매각 금액이 아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당시 부정적인 이슈가 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책정된 면이 있다. 오너 입장에선 헐값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위약금을 물더라도 거래를 파기하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 위약금을 물어주겠다며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제3의 매수자가 나타났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홍 회장은 남양유업 매각 업무와 관련한 법률대리인으로 LKB앤파트너스를 새로 선임해 가격 재협상이나 소송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매각 과정에서 법률 자문과 일부 업무에 대한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며, 소송을 염두에 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앤컴퍼니는 “임시주주총회 연기는 주식매매계약의 명백한 위반”이라면서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 방안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밝혀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와의 법적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홍 전 회장이 한앤컴퍼니에 넘기기로 한 남양유업 주식은 주당 82만 원 상당이다. 남양유업의 주가는 지난달 30일 주총 연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7.66%(5만 원) 급락한 60만3000원에 마감했다.
홍 전 회장은 남양유업 주식을 7월 30일의 주가보다 36%(7월 30일 기준) 높게 팔 수 있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고 있지만, 소액 주주들은 홍 전 회장의 오너 리스크로 인해 경영권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주가 하락이라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지배구조는 홍원식 전 회장 일가가 절반이 넘는 주식을 갖고 남양유업을 직접 장악하고 있으며 자회사인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금양흥업의 지분 100%와 음료 등 제조업을 하는 건강한사람들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의 주식과 경영권을 매각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다음달 9월 14일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