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업

【제6부】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영웅이 된다

놀이터에 부는 거센 혁신의 바람-지에스엡(Ginat Spider Web)의 왕거미 집 놀이터

 

▶표충사 우리아이마음 숲 놀이터 ▶창원 팔룡공원 ▶시흥 배곧 여성특화 놀이시설 ▶산청 동의보감촌 놀이시설 ▶예천 곤충생태원 놀이시설 ▶세종 원수산 모험의 숲 ▶괴산 성불산 생태공원 ▶부산 시민공원 놀이시설 .....

 

Q. 위에 열거한 어린이 놀이시설의 공통점은 뭘까?

 

1. 철봉, 시소 등 기존의 놀이시설을 설치하고, 부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놀게 하였다.
2. 왕거미 집에서 스파이더맨처럼 놀 수 있도록 해서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워준다.

 

정답은 2번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놀이시설 기업인 지에스엡(Giant Spider Web)이 자사(自社)의 특허제품인 「케이블(鋼線, 강선)을 거미줄처럼 엮어 3층 높이의 허공에 설치한 왕거미 집 공원과 놀이터다. 아이들이 왕거미 집 놀이시설에 올라가고, 머무는 동안, 스파이더맨처럼 공중이동을 하면서 재미와 모험을 동시에 즐기게 되어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발을 디뎌야 할 곳과 손으로 잡아야 할 지점을 정확히 생각해야 하고 통과해야 할 길을 스스로 개척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재미를 느끼고, 무의식 간에 창의성과 상상력이 배양되는 것이다.

 

어린이 놀이터가 바뀌고 있다!

 

도심의 아파트 등지에서 흔히 보는 미끄럼틀, 그네. 시소 등의 획일적인 놀이터가 아니다. 재미와 모험심, 창의력, 그리고 상상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스포츠 클라이밍, 스케이트보드 등 생각하면서 즐기는 종목에 관중들의 관심이 쏠렸는데. 이 또한, 놀이 문화가 바뀌어 가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지에스엡의 왕거미 집 놀이터의 경우, 10여 년 전부터 유럽 등 해외에서 각광을 받아왔다. 스파이더 맨처럼 아이들이 모험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왕거미 집 놀이터는 놀이와 모험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그들 부모의 교육방식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왕거미 집 놀이터는 7~8년 전부터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해 이미 위에 열거한 공원이나 놀이터에도 설계 시공되었다.

 

국내에서는 반세기 전 1973년, 주택건설촉진법(현 주택법)에 따라, 어린이 놀이터에는 최소한 그네, 미끄럼틀, 철봉, 모래판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 마련됐다. 이 기준에 따라 어린이 놀이터는 획일적으로 정형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1세기로 들어서 놀이터의 안전과 위생 문제가 제기돼 모래판이 우레탄 등의 고무 소재 바닥으로 바뀌었고, 금속 파이프, PVC, 플라스틱, 목재 등으로 조립한 육면체 모양의 정글짐(몽키바)과 철봉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왕거미 집 같이 모험과 재미, 그리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놀이시설이 들어서게 된 것이었다.

 

“아저씨, 말 시키지 마세요! 학원 다니느라 힘들어 죽겠어요!”

 

아파트 단지 안을 산책하다 보면, 아이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어린이 놀이터 시설이 텅 비어있다. 노는 아이들도 없고, 시설도 그렇고 그런 형체라, 놀이터는 주인을 잃은 강아지처럼 사뭇 시무룩해 보인다. 놀이터는 아이들이 놀러 나올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없으니 아파트의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 아마도, 아이들이 놀 시간이 없거나, 그네, 미끄럼틀 따위의 시설은 성에 차지 않아서 관심이 없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오래전의 일이다. 내가 다니던 수영장에서 만난 한 아이의 표정이 너무 슬프고 힘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내가 왜 그러느냐? 고 물은 적이 있었다. 녀석은 내 얼굴을 힐끗 올려다보았는데 눈망울은 세상이 원망스럽다고 말하는 듯했다. 귀찮다는 듯이 녀석은 내 질문에 입을 떼고 조용히 말했다.

 

“아저씨, 말 시키지 마세요~, 힘들어 죽겠어요. 수영 끝나고 수학학원에 가야 한단 말이에요.”

 

녀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수영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나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다가, 문득 내가 어렸을 때(공부는 해 본 적이 없다)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학교에 갔다 오면 가방을 내팽개치고, 나는 싸리나무를 꺾어 회초리 휘두르듯 풀 속이나 시냇물 주변에서 지천으로 뛰어오르는 개구리들을 향해 정확하게 내리쳤다. 그렇게 잡은 개구리를 양동이 가득 담아와서 내가 키우는 30여 마리의 닭을 불러, 먹이로 줬다.

 

닭이 개구리를 먹는 것을 여러 번 본 나는, 닭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가 개구리라는 것을 실감했고, 다리에 비늘이 있는 닭은 뱀과 조상이 같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뱀도 닭처럼 개구리 먹이를 좋아했다. 그러나 뱀은 닭이 부리로 쪼면서 공격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곤 했다. 같은 조상이라면 뱀은 왜 닭을 무서워하는 것일까? 당시 내 궁금증은 그런 거였다.

 

개구리를 먹인 닭은 씨알이 굵은 달걀을 낳았다. 그런 관찰은 지금도 내 머리에 또렷이 남아서 내 상상력을 자극한다. “개구리 먹인 닭을 길러서 세계적인 치킨 브랜드를 만들 수 없을까?” 상상력과 창의력은 나처럼 어렸을 때 놀아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리라.

 

 

모험은 어린이들의 본능

 

요즘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 그리고 집이라는 강철 삼각형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런 아이들에게 내가 어렸을 때처럼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놀아라! 라고 했다가는 비난이 화살처럼 집중될 것이다. 그렇지만 어렸을 때 놀면서 모험, 상상력, 창의성을 기르지 않으면 길고 긴 인생길을 헤쳐나가기 쉽지 않다. 삶은 장애물 경주와 같기 때문이다. 장애물 하나를 넘어가면 또 다른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어른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처럼 본능적으로 모험을 하려고 한다.

 

어른이 보기에 위험천만한 놀이에 아이들이 재미있게 도전하는 것은 그러한 이유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다가올 시련을 극복하는 잠재력을 키우려고 한다. 놀이 과정을 통해 장애물에 몸으로 부딪치고 넘어지고, 생채기가 나면서 장애물을 하나씩 극복해 가는 힘을 키운다. 그 힘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이르렀을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떠 올라 어려움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곤 한다.

 

그런데도 내 자식만큼 안전이 확인된 길, 다른 사람이 갔었던 길로 편안하게 가라고 가르친다면 아이들의 미래는 어떨까. 힘든 일을 만나면,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을까? 성공한 기업인들에게 성공 비결을 물어보면, 100명이면 100명 모두, 자신이 실패했던 경험만 들려준다. 성공했으니까 실패담을 꺼낼 수 있겠지만, 성공한 이들은 대개 어렸을 때의 경험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파이더맨을 좋아하고, 상상의 세계에 쉽게 빠지며, 재미있는 모험에 도전하려고 하는 건, 장애물을 넘어, 좌절하지 않고 실패에서 다시 일어서는 힘을 기르고,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여,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준비다.

 

“나도 스파이더 맨!”

 

지에스엡이 설계해 시공한 왕거미 집 놀이터는, 어느 곳이나 아이들을 스파이더맨이 되게 한다. 아이들은 왕거미 집에 올라가 “나도 스파이더 맨이다~” 라고 힘차게 외친다. 3층 높이의 허공에 설치된 왕거미 집에 두 팔과 두 다리를 걸치고, 앞으로 나아가느라,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왕거미 집 아래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부모들은 손나팔로 “조심해!”라고 소리를 높이다가, 이미 부모의 보호에서 멀어져 있는 그들을 어찌할 수가 없다는 듯 그저 바라만 보고만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한결같이 왕거미 집 놀이에 흠뻑 빠져 부모의 존재를 잊어버린 채, 같은 코스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오르고 또 오르며 상상과 모험의 매력적인 세계로 끌려 들어간다. 상상력과 창의성이 핵심 가치가 될 21세기 창조경제 시대는 안전한 길을 걷는 게 아니라, 누구도 가지 않는 길을 가려는 왕거미 집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주인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