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을 앞두고 사과 값이 30%가 오르는 등 모든 과일 값이 껑충 뛰어올랐다. 하지만 가격이 오른 만큼 맛과 단단한 과육 등 과일 본연의 특성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다. 가공식품처럼 영양성분 표시가 없는 과일은 예전에 먹던 기억을 근거로 맛을 평가하기 마련인데, 올 추석의 비싼 과일은 대개 맛이 싱겁거나 과육이 단단하지 않고 푸석거렸다. 이에 비해 필자가 맛을 비교하기 위해 먹어 볼 기회가 있었던 경북 영주의 모씨가 재배한 홍로 사과는 입에 대고 씹는 순간, “아, 옛날 사과 그 맛이다”라는 식감이 느껴졌다. 마침 사촌형이 시골 텃밭에서 키우는 사과 맛도 그러했으므로 나는 영주의 모씨가 조성한 사과밭의 흙은 다른 과수원과 다를 것이라고 직감했다. 일본 아오모리에서 나온 썩지 않는 기적의 사과도 사과밭의 흙을 산(山)의 부엽토처럼 만들면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아마 영주의 모씨가 재배한 홍로는 그러한 토양환경에서 자랐을 게 틀림없다. 살충제와 농약, 비료 등으로 흙이 힘을 잃으면, 그곳에 뿌리를 내려 영양성분을 흡수하는 과수(果樹)의 열매는 본연의 맛을 잃기 마련이다. 마침 뉴욕타임스에 와인을 고를 때 포도밭의 흙부터 따져야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8월, 2.19 유로였던 올리브유 가격은 올해 8월 말 약 80% 급등했다. 소매가격 상승도 가팔라서 유럽각국의 올리브유 소매가격이 지난해보다 25%가 상승했다. 고급 식용유의 대표 주자인 '버진 올리브 오일' 수입량이 14,000t이 넘는 우리나라 역시 폭등하고 있다. 올리브 오일 가격이 치솟은 원인은 유럽에 밀어닥친 장기간의 가뭄과 폭염으로 올리브 열매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건조한 기후에서도 자란다는 올리브 나무가 말라죽을 정도라면 다른 작물은 말할 것도 없다. 기후 위기를 맞고 있는, 세계 최대 올리브 오일 생산지인 스페인 남부도시 하이엔 지역이 직면한 좌절과 희망을 뉴욕타임스 보도를 통해 알아본다. (뉴욕타임스 2022년 9월 15일자 참조) 세계 올리브 오일의 수도(首都)가 가뭄으로 황폐화되고 있다 올리브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올리브 숲에 자라는 수천 그루의 나무 가운데 한 그루에서 가지를 하나 딱 꺾어서 보면, 누렇게 뜬 잎이 붙어 있고 끝에 미세하게, 바짝 말라버린 몇 개의 싹이 딱딱하게 굳어있다. 아우구스틴 바우티스타에게 그 가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가만히 들어보면 올리브 수확에 저주가 미치리
최근 한국에서 가장 잘 산다는 강남, 서초 일대가 물바다가 되어 난리를 치렀지만 그런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양은 배수구 역할을 하던 청계천에 퇴적물이 쌓여 비만 오면 범람하는 바람에 시내가 물바다가 되곤 했다. 강남 서초 일대가 물에 잠겼다는 것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생리를 무시하고, 제2의 청계천이라는 반포천과 합류하는 한강의 바닥 높이를 계산하지 않고 개발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일대는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리면 수억 톤의 빗물이 반포천으로 흘러가지 못해 저수지처럼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비만 오면 청계천 물난리에 골치를 썩였던 조선의 조정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 까? 그들의 지혜를 오늘에 되살려 본다. (필자 주; 청계천에 관한 역사는『청계천에서 역사와 정치를 본다』조광권 저, 여성신문사, 2005년을 전재하거나 요약했 으며, 현대적 설명과 소제목은 필자의 가필임을 밝혀둔다) 영조의 자랑, 개천(청계천)의 준설 공사 전국 8도와 수도권 백성을 동원한 대대적인 개천(청계천) 준설을 단행한 태종, 세종 이후 개천 정비에 가장 큰 힘을 쏟은 임금은 영조였다. 영조는 재위 49년(1775 년) 8월 6일, 세손
산에 들어와 시한부 목숨을 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들의 의지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어떻게 현대의학이 손을 놓은 병마(病魔)를 자기 몸으로부터 몰아낼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산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젊은 시절부터 고질병에 시달렸던 조선의 성리학자 퇴계 이황의『활인심방』, 그리고 구전으로 내려온다는 ‘조선 왕실 양명술’을 비교하면서 흙과 자연 속에서 질병이 치료될 수도 있는 원리가 무엇인지 유추해봤다. 마음을 다스려야 병이 치료된다 주자학이 대세였던 조선 시대에 유학을 공부하는 선비라면 효를 실천하는 방편의 하나로 의학을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유학자이면서도 의학에 밝은 사람이 많았을 뿐 아니라 직접 의서를 쓰기도 했다. 퇴계 이황도 의학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그는 젊은 시절 이미 고질병을 얻어 일생 고통을 받았는데 그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와중에 자연히 의학과 양생을 공부해 자신의 병을 치료하고 가족 일가의 건강에도 도움을 주었다. 『활인심방』도 이런 노력의 결과이다. 그러나『활인심방』 은 퇴계의 저작물은 아니다. 퇴계가 자신의 수양을 목적으로 『활인심』이라는 저작을 필사한 것이다.『활인
인구감소, 지방소멸이 심각한데 멋진 농업창업과 농어산촌이라니. 그런 허황된 소리하지 말라고 눈을 부라릴 사람이 있겠지만, 수십 년 사이 먹고 사는 방법과 기술이 눈부시게 변화하면서 미래의 먹거리를 담당할 농업과 농어산촌의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거라는 전망이 머리를 들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농협 청년농부사관학교 졸업생과 청년 창업농 그리고 귀농인들을 중심으로 농업분야에서의 창업 성공사례가 늘어나고, 창업농이 ‘미래 최고의 직업이 될 것,“이라는 농협의 선전문까지 등장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발명하는 것’이라는 말처럼, 우리 농산물에다 가공기술, 그리고 맞춤형 푸드테크를 융합하여 제품을 표준화하고 세계화하면, 농업 창업만으로도 해당 지역의 인구감소를 막고 젊은이들을 끌어들여 멋진 농어산촌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흙과 먹거리는 기본, 가공과 유통을 겸하는 청년농부와 창업농의 등장 최근 「농협 창업농지원센터」가 발간한 『창업 농부이야기』 책자에 소개된 창업농은 전국에 걸쳐 총 64명으로 직접 농사를 지은 건강한 먹거리를 가공하여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을 극복하기 위해 귀농했다가 직접 재배한 작두콩, 수세미 오이
운전기사 뒷자리에 앉아 출퇴근하는 사장님들의 눈에 가장 잘 띄는 건물이 어딜까? 그런 건물에 건축회사 간판을 걸면 사무실이 없더라도 건축의뢰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최근 남의 집 머슴살이를 끝내고 자립한 그는 사무실 낼 돈이 없었으나 건물관리인에게 매달 얼마간의 돈을 내고 건물 옥상에 그의 누이동생의 전화번호가 적힌 가짜 건축회사 간판을 달기로 했다. 그런데 일주일쯤 지났을까, 누이동생이 전화를 받았다면서 넘겨준 연락처는 어느 돼지 농장 총무의 번호였다. 돼지 새끼들이 죽어 나가는 농장 “우리 회사 사장님이 출근하시다가 로터리 건물 위의 옥상에 붙은 건축회사 간판을 보셨나 봅니다. 돼지우리 공사는 튼튼하고 안전해야 하니까 큰 회사에 맡겨야 한다고 하시면서 저 보고 연락을 하라고 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돼지 농장 총무가 어떻게 알고 전화를 했는지 궁금했던 그는 총무의 설명을 듣고, 간판을 옥상에 걸어두길 잘 했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가 찾아간 돼지우리는 충북과 경기도 경계 지역에 있었는데, 수천 마리의 새끼 돼지를 반년 동안 키워 마장동으로 보내는 그가 상상한 규모보다 큰 농장이었다. “돼지 새끼들이 자꾸 죽는데 이유를 모르겠어요. 병 때문이 아닌데
농촌의 살충제와 농약을 피해 도시의 밀원(蜜源)으로 들어온 수백만 마리의 도시 꿀벌이 품질 좋은 도시의 꿀을 만들고, 파산선고를 받은 어느 도시에서는 해체된 건물터에 포도나무를 키워 깔끔한 맛의 포도주를 만든다. 또 다른 도시에선 도시 상공에 떠다니는 효모를 모아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빵을 만드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를 걷어 내고 흙을 숨 쉬게 하면 일어나는 놀라운 흙의 건강 처방전을 받아보시라. (The New York Times Style magazine/2021년 3월 27일 자 참조) 도시의 해체된 건물터에 조성한 포도밭, 그 포도로 빚은 포도주 의 맛은? 수 세기 동안 프랑스인들은 포도가 생산되는 자연환경을 표현하기 위해 ‘테루아르, terroir’라는 단어를 사용해 왔다. 라틴어인 ‘terra’ 즉, ‘땅’이란 말의 기원은 전통적인 시골의 풍경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전통적인 시골의 농업이 과거의 일로 희미해져 가면서 그 단어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은 되레 열렬해 졌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도시에 산다. 추정치긴 하나 8억 명이 어떤 형태로든 도시 농업에 종사함으로써 우리가 먹고 있는 농산물의 5분의
인간사를 계량(計量)화 할 수 없는 법, 떠날 사람은 떠난다 인구감소 지방소멸이란 소리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고, 그걸 막아보겠다면서 정부가 수백조원이 넘는 예산을 썼지만 효과를 보았다는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여전히 도시 농촌지역 가리지 않고 인구는 줄어들고 젊은이들이 빠져나간 지방은 심각한 농어산촌 고령화와 함께 소멸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뿐이다. 겨우 인구감소, 지방소멸이란 결론을 도출하는데, 그 많은 예산을 사용했냐는 비난을 면할 길이 없게 생겼다. 각 지방별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책도 눈에 띄긴 하지만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명백해 보이는, 그 나물에 그 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방책(防柵)이 뚫리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정부가 동물과 다른 인간사를 계량(計量)화하여 예산분배의 잣대로 삼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지방소멸? 희망을 찾아서 떠나는 인구이동 사람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지방을 떠나고자 하는 이유는 대부분 지금 있는 곳에서 희망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말려도 희망이 있는 곳을 찾아 떠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