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이 갈급한 지구에서 두 바퀴를 단 자전거만큼 유용한 기구가 또 있을까. 속도는 자동차만큼 빠르지 않지만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타는 이는 물론, 국민의 건강까지 지켜 주는 자전거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약칭: 자전거 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자전거의 역할과 평가는 후진적이다. 마침 자전거 세계 여행가가 쓴 탄소 중립과 자전거의 역사를 다룬 책이 뉴욕타임스에 서평으로 나왔기에 우리나라에서도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자전거 철학서가 나오길 기대하면서 소개한다. (Two Wheels Good: The History and Mystery of the Bicycle by Jody Rosen, Illustrated, 396 pp, Crown, $28.99, 뉴욕타임스 Charles Finch의 서평) 유물론적 관점에서 본 자전거의 존재 이유 단일 사물-이를 테면, 소금, 나무, 양-의 역사를 다루는 책들은 시간의 흐름을 다룬다. 다시 말해 유물론적(唯物論的) 관점에서 단일 사물을 대상으로 하는 책은 어떤 주제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 없이 단지 그 사물만을 추적함으로써 수 천 년에 걸친 깊이를 알 수 없는 부분까지 우리를 인도할 수 있다. 이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이 지난 8월 24일 90세의 일기로 자택에서 타계했다. 일본인이라면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일본의 3대 경영인의 한 사람이다. 일본 사람인 만큼 우리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는 우리 나라의 식량 증대에 기여한 육종학자인 우장춘 박사의 사위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승려가 됐지만 77세의 나이에 수상의 부탁으로 파산 위기에 몰린 일본항공 JAL의 회장으로 취임해 8개월 만에 24조원의 부채를 갚고 재기할 수 있도록 했다. 10여 권이 넘는 많은 저술을 남기기도 하였다. 그가 2009 년에 출간한, 아무런 홍보도 없이 묵직한 메세지만으로 전 세계에서 수백만 부가 팔렸다는 『왜 일하는가?』 라는 책을 소개하며 그가 남기고 싶어 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들어보고자 한다. 참고로 이 책은 지난 10년간 삼성 임직원들이 가장 많이 추천했고 기업인들의 서평이 가장 많이 붙었다고 한다. 왜 일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일을 한다는 것은 지금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전념한다는 뜻이다. 그런 일은 삶에서 오는 모든 고통을 이겨내는 만병 통치약과 같다. 역경과 불행에 사사건건 휘둘리며 우리는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고
“우리 농장에 쥐가 얼마나 많았으면 우리 공사를 하러 온 사람이 쥐를 잡겠느냐?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쥐가 있다는 걸 어떻게 쉬쉬만 하고 있었냐,”고 질책했다. 비난의 화살이 다른 사람으로 쏠려 갑자기 설렁해진 그가 사장에게 조용히 제안했다. “사장님, 비닐 속에 평당 5~6마리의 쥐가 잡혔으니, 제가 공사한 돼지우리 천장을 100평으로 잡으면 적어도 500마리 이상의 쥐가 있다고 보면 될 것만 같습니다. 이런 놈들이 지금까지 무엇을 먹고살았겠습니까? 제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아마 사료를 먹지 않았을까요? 지금부터 쥐를 잡으면 사료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고... ” 사장이 무슨 말인지 알았다면서, 그의 말을 막고 전 직원이 나서 당장 쥐부터 잡으라고 지시했다. 사장의 지시에 따라 그는 자신이 공사한 돼지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우리 천장에 습기 방지용 비닐을 쳐서 농장에 사는 쥐들이 빠지도록 하는 그의 쥐 포획전략은 적중했다. 그의 비닐 천장에 빠진 쥐들은 비닐 바닥이 미끄러워 다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그물을 걸려 나오듯이 잡혔다. 그러나 잡히는 쥐의 수는 5백 마리, 아니, 그 이상이었다. 어제저녁에 쥐를 몇 백 마리를 잡았다는 보고를
돼지우리 콘크리트 바닥에 연탄보일러 온돌을 설치하고 천장에 온수가 자동으로 나와 돼지들을 목욕시킬 스프링클러를 단, 그의 아이디어는 적중한 듯했다. 돼지 새끼들이 추위로 얼어 죽는 일은 없었으며 우리의 환경이 아늑하고 좋았던지 다른 우리의 돼지보다 보름 정도 빨리 성장했다. 토실토실 살이 찐 돼지의 때깔도 좋았고 털에서 반짝반짝 윤기가 흘렀다. “돼지가 신이 나면 저런가?” 그는 자기가 만든 우리에서 그만큼 잘 커 주는 돼지를 흐뭇하고 자랑스러운 눈으로 지켜보면서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이제 돼지우리 전체 공사를 따낼 수 있겠어,” 그러나 완벽하다고 생각한 그의 돼지우리는 생각지 못했던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온돌에 불을 넣고, 따뜻한 물로 돼지 샤워를 시키면 시킬수록 우리 안의 수분이 외부 기온으로 차가워진 천장에 붙어 이슬처럼 물방울이 천장에 맺히기 시작했다. 환풍기를 가동했으나 수분을 빨아들이지는 못했다. 결로현상이 생기면 나중에 곰팡이가 피고, 돼지의 호흡에 좋을 리가 없었다. 천장에서 물방울이 맺혀 뚝뚝 떨어지는 걸 본 그는 코앞에서 승리를 놓친 기분이었다. “할 수 없어, 천장에 습기가 스며들지 못하게 해야지,” 그는 임시방편으로 환기통
올해 추석을 앞두고 사과 값이 30%가 오르는 등 모든 과일 값이 껑충 뛰어올랐다. 하지만 가격이 오른 만큼 맛과 단단한 과육 등 과일 본연의 특성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다. 가공식품처럼 영양성분 표시가 없는 과일은 예전에 먹던 기억을 근거로 맛을 평가하기 마련인데, 올 추석의 비싼 과일은 대개 맛이 싱겁거나 과육이 단단하지 않고 푸석거렸다. 이에 비해 필자가 맛을 비교하기 위해 먹어 볼 기회가 있었던 경북 영주의 모씨가 재배한 홍로 사과는 입에 대고 씹는 순간, “아, 옛날 사과 그 맛이다”라는 식감이 느껴졌다. 마침 사촌형이 시골 텃밭에서 키우는 사과 맛도 그러했으므로 나는 영주의 모씨가 조성한 사과밭의 흙은 다른 과수원과 다를 것이라고 직감했다. 일본 아오모리에서 나온 썩지 않는 기적의 사과도 사과밭의 흙을 산(山)의 부엽토처럼 만들면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아마 영주의 모씨가 재배한 홍로는 그러한 토양환경에서 자랐을 게 틀림없다. 살충제와 농약, 비료 등으로 흙이 힘을 잃으면, 그곳에 뿌리를 내려 영양성분을 흡수하는 과수(果樹)의 열매는 본연의 맛을 잃기 마련이다. 마침 뉴욕타임스에 와인을 고를 때 포도밭의 흙부터 따져야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8월, 2.19 유로였던 올리브유 가격은 올해 8월 말 약 80% 급등했다. 소매가격 상승도 가팔라서 유럽각국의 올리브유 소매가격이 지난해보다 25%가 상승했다. 고급 식용유의 대표 주자인 '버진 올리브 오일' 수입량이 14,000t이 넘는 우리나라 역시 폭등하고 있다. 올리브 오일 가격이 치솟은 원인은 유럽에 밀어닥친 장기간의 가뭄과 폭염으로 올리브 열매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건조한 기후에서도 자란다는 올리브 나무가 말라죽을 정도라면 다른 작물은 말할 것도 없다. 기후 위기를 맞고 있는, 세계 최대 올리브 오일 생산지인 스페인 남부도시 하이엔 지역이 직면한 좌절과 희망을 뉴욕타임스 보도를 통해 알아본다. (뉴욕타임스 2022년 9월 15일자 참조) 세계 올리브 오일의 수도(首都)가 가뭄으로 황폐화되고 있다 올리브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올리브 숲에 자라는 수천 그루의 나무 가운데 한 그루에서 가지를 하나 딱 꺾어서 보면, 누렇게 뜬 잎이 붙어 있고 끝에 미세하게, 바짝 말라버린 몇 개의 싹이 딱딱하게 굳어있다. 아우구스틴 바우티스타에게 그 가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가만히 들어보면 올리브 수확에 저주가 미치리
최근 한국에서 가장 잘 산다는 강남, 서초 일대가 물바다가 되어 난리를 치렀지만 그런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양은 배수구 역할을 하던 청계천에 퇴적물이 쌓여 비만 오면 범람하는 바람에 시내가 물바다가 되곤 했다. 강남 서초 일대가 물에 잠겼다는 것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생리를 무시하고, 제2의 청계천이라는 반포천과 합류하는 한강의 바닥 높이를 계산하지 않고 개발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일대는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리면 수억 톤의 빗물이 반포천으로 흘러가지 못해 저수지처럼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비만 오면 청계천 물난리에 골치를 썩였던 조선의 조정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 까? 그들의 지혜를 오늘에 되살려 본다. (필자 주; 청계천에 관한 역사는『청계천에서 역사와 정치를 본다』조광권 저, 여성신문사, 2005년을 전재하거나 요약했 으며, 현대적 설명과 소제목은 필자의 가필임을 밝혀둔다) 영조의 자랑, 개천(청계천)의 준설 공사 전국 8도와 수도권 백성을 동원한 대대적인 개천(청계천) 준설을 단행한 태종, 세종 이후 개천 정비에 가장 큰 힘을 쏟은 임금은 영조였다. 영조는 재위 49년(1775 년) 8월 6일, 세손
산에 들어와 시한부 목숨을 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들의 의지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어떻게 현대의학이 손을 놓은 병마(病魔)를 자기 몸으로부터 몰아낼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산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젊은 시절부터 고질병에 시달렸던 조선의 성리학자 퇴계 이황의『활인심방』, 그리고 구전으로 내려온다는 ‘조선 왕실 양명술’을 비교하면서 흙과 자연 속에서 질병이 치료될 수도 있는 원리가 무엇인지 유추해봤다. 마음을 다스려야 병이 치료된다 주자학이 대세였던 조선 시대에 유학을 공부하는 선비라면 효를 실천하는 방편의 하나로 의학을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유학자이면서도 의학에 밝은 사람이 많았을 뿐 아니라 직접 의서를 쓰기도 했다. 퇴계 이황도 의학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그는 젊은 시절 이미 고질병을 얻어 일생 고통을 받았는데 그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와중에 자연히 의학과 양생을 공부해 자신의 병을 치료하고 가족 일가의 건강에도 도움을 주었다. 『활인심방』도 이런 노력의 결과이다. 그러나『활인심방』 은 퇴계의 저작물은 아니다. 퇴계가 자신의 수양을 목적으로 『활인심』이라는 저작을 필사한 것이다.『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