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민간에 개방, 들불처럼 타오른 부동산 시장
돌이켜보면 지금의 위기는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안고 있는 모순일지 모른다. 지난 1978년 개혁개방을 시작한 중국은 4년 뒤, 1992년에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전환 했다. 쉽게 말해서 누구나 자기 사업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준 것이다. 이전에는 국가가 지정하는 국유기업에 들어가 일해야 하고 그러면 국가가 알아서 집을 주고 봉급을 줬다. 마치 지금 북한에서처럼 말이다.
그러자 개인들이 너나없이 사업에 뛰어들어 엄청난 민간 기업들이 생겨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전에 국가가 공 급하던 제품은 민영기업들의 제품까지 합쳐져 과잉 공급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대다수 중국 인민들은 그런 제품을 살 만한 돈이 없었다. 당연히 상품 소비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90년대 중후반부터 창고에 재고로 쌓이기 시작했다.
외환위기를 맞아 있던 우리나라처럼 중국은 은행이고 기업이고 뭐고 전부 파산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당시 중국의 총리는 주룽지였다. 그는 고민이었다. 팔려야 할 물건이 죄다 창고에 쌓여 있으니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 인가? 해법은 두 가지였다. 물건이 안 팔린다는 건 안 산다는 말이다. 그러면 과거에 사지 않았던-혹은 사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사게 하면 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주 총리는 생각했다. “그래, 지금까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주로 물건을 샀으니 앞으로 농어촌사람들에게 사게 하면 될 거야.” 그렇게 믿은 주 총리는 농촌사람들이 도시에 모여 살 수 있도록 농촌의 도시화 계획을 주도했다. 도시화 비율은 점점 올라가면서 창고에 쌓여있던 제품이 팔리기 시작했다. 자급자족을 하던 농촌 사람들이 도시에 와서 살아가려니 경공업제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도시화가 완성되려면 살 집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파트를 짓게 했다. 1998년, 도시화가 곳곳에서 일어나 인민에 게 살집을 나눠줄 수가 없게 되자 ‘각자 알아서 부동산을 사라’고 부동산 시장을 민간에게 개방했다. 이때부터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들불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필자가 중국에서 공부했던 2천 년 대 초, 필자의 지도교수 역시 부동산 붐을 지나칠 수 없었다. 그는 아파트와 부동산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뿐이 아니라 너나없이 부동 산에 관심을 쏟았고 실제로 투자했다. 그것이 부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었으니까.
‘시멘트 GDP’은 끝나는가?
부동산 개발은 철강, 시멘트, 전자 등 거의 모든 산업분야를 함께 성장시킨다.
중국 경제를 ‘시멘트 GDP’라고 하는 것은 부동산 개발(건설)에 따라 GDP가 올라갔다는 말이 다. 너나없이 갑자기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어 거품을 형성할 대로 형성했지만 부동산 관련 산업은 중국 GDP의 30%를 차지하면서 중국 경제를 사실상 이끌고 있다. 창고에 쌓여가던 재고는 내수보다 해외 수출에서 판로를 찾았다.
지난 호에 밝혔듯이 국영기업이 많은 중국은 WTO 가입 자격이 없었지만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도움으로 2001년에 WTO에 가입함으로써 비로소 중국은 관세장벽을 해결하면서 수출주도형 국가가 되어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었다.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 들어와 철강으로 건물을 짓고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전 세계로 수출하면서 중국은 세계의 생산 공장이 되었고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고도성장의 시대를 구가했다. 미국의 달러가 중국으로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화무십일홍, 열흘 이상 가는 붉은 꽃이 없다고 했던가. 이러한 중국의 기세는 2015년을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수출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으며 도시화도 더 이상 진척되지 않았다.
해외든 국내 든 소비자들이 필요한 제품을 사고 나면 더 이상 그 제품 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 수요(需要)의 욕구는 항상 줄어 들 운명을 타고 났다. 인프라 투자 역시 영원히 계속될 수 없었다. 댐을 쌓고 도로를 내고 다리를 놓는 일도 언젠가 끝나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댐을 쌓을 곳이 없듯이 중국도 더 이 상 인프라 투자를 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지금까지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 경제가 주도적으로 중국을 이끌어왔다면 앞으로가 문제다. 지금까지는 맞았던 경제의 틀이 더 이상 작동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한 것은 지금의 중국이 처한 상황의 다름이 아니다. (이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