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4주년을 맞은 15일 전국에서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일본 아베 정권의 한국에 대한 ‘경제 침략’을 규탄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하 지소미아)’ 폐기를 요구했다.
이날 오후 6시 ‘8·15 아베 규탄 범국민 촛불문화제(이하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일본의 경제 침략에 절대 지지 않을 것을 다짐하는 한편, 역사 왜곡 등 과거사 문제를 반성하지 않는 아베 정권을 향해 반성과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촉구했다.
오전부터 비가 내리는 등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들고 광화문 광장을 찾은 10만명의 국민은 한 마음 한 목소리로 자리를 지켰다.
촛불문화제는 ‘자주와 평화를 위한 8·15민족통일대회’와 ‘평화 손잡기 추진위원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역사왜곡·경제침략·평화위협 아베 규탄 시민행동’, ‘한국그리스토인 시국기도회’ 주최로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평화포럼’ 후지모토 야스나리 대표 및 회원, ‘일한 평화넷’ 와타나베 겐지 대표와 회원, ‘일한 평화연대’ 아마모토 가즈히데 대표와 회원, 일본 전국노동조합총연합 오다가와 요시카 의장 등 일본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일본의 시민운동가들도 참여해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사람들의 큰 환영과 박수를 받았다.
발언에 나선 ‘전쟁반대·헌법구조수호 총참여행동 실행위원회’ 다카다 첸 공동대표는 “헌법 개악을 자기 역사적인 임무로 삼고 있는 일본 아베 정권은 일본의 전후 역대 정권 속에서 가장 악질적이고 반동적인 정권”이고 “아베 정권은 일본 평화헌법 제9조를 무너뜨리고 일본을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려고 하는 정권”이라고 현 일본 정부를 규정했다.
그는 “지난 7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저희들은 일본의 야당과 손을 잡고 국회 의석 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려는 아베 정권의 목표를 막아냈다”면서도 “아직 아베 정권이 다수당이며 새로운 정권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굉장히 억울하다”고 한탄했다.
이어 “여러분들이 ‘NO 아베’ 피켓을 들고 나서야 하는 상황이 굉장히 마음 아프다”이라면서 “이런 구호를 들고 나서야 하는 책임은 일본 시민운동에게도 있다. 일본에 있는 우리 시민들의 운동 목표를 아직까지 완수 못하고 있는 탓”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들은 일본 시민 이름 아래, 다시 전쟁의 길을 걸어가려는 아베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서 끝까지 싸우겠다. 한국과 일본 시민들은 서로 손을 잡고 아베 정권을 무너뜨리기까지 끝까지 싸워나가자”고 강조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도 촛불문화제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14살 때 일본에서 중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주겠다는 일본인 교장에게 속아 미쓰비시중공업에서 강제노역을 했던 양금덕 할머니(91)는 “앞으로는 우리 젊은이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돼 용기를 내서 ‘한국사람 약하다’는 소리 듣지 말고 끝까지 싸워서 아베를 규탄하자”며 “하루 속히 아베를 규탄하고, 끝까지 사죄 받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불매운동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는 24일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성치화·최경은 예비부부는 최 씨는 “결혼이 코 앞인데도, 결혼식 준비를 잠시 미뤄두고 답답한 마음에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싶어서 왔다”며 “신혼살림도 일본산은 불매하고 있다”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성 씨는 “전쟁가능한 나라를 꿈꾸고 있는 일본에게 우리나라 군사 기밀을 넘겨주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분노한다”면서 “일본은 우리나라를 백색 국가에서 제외한 당일에도 지소미아를 근거로 우리나라 군사기밀 정보를 빼앗아 갔다. 주권국가로서 우리나라가 잘못된 것을 당당하게 바로 잡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마침 저희 결혼식 날이 지소미아 연장 여부 결정 기한이라고 한다. 결혼식 날에 지소미아를 파기한다, 더 이상 연장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리기 바란다”며 “그 소식은 저희 결혼식의 최고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날이 어두워지자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손에 촛불, LED 촛불을 들고, “경제침탈, 규탄한다”, “국민의 힘으로 새 역사를 쓰자” 등 구호를 외쳤다.
이후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일본대사관에서 서울시청까지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