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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중국 부동산 위기, 고민은 깊어지고


어느 나라 경제에서나 부동산 부문은 약간씩 내용은 달라도 문제가 없는 곳은 없다. 한국도 심간한 부동산 문제를 끌어안고 있다. 미국은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라는 부동산 금융문제로 세계경제 위기의 도화선을 제공한 적이 있고, 일본은 1989년 부동산 버블 붕괴로 인해 지금도 고통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 미국에선 낮은 금리로 인해 주택 붐이 일었다. 새로운 청년세대들은 자기 집을 가지고 싶고, 기성세대들은 여건이 되면 크고 좋은 집을 가지고 싶기 마련이다. 그러나 주택 붐이란 게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는다. 수요가 어느 정도 흡수되면 슬슬 수요도 줄어들고, 은 행들도 대출 회수가 걱정된다.

 

미국 은행들은 그 돌파구로 저소득층들에게도 대출해주는 서브프라임 대출상품을 만들었다. 그러는 중에 이와 같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포함해 주택담보대출채권을 증권화한 주택대출담보증권 (MBS)들이 등장했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금융사들은 이들 MBS들에 대해 신용등급을 매겨서 다시 증권화 한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파생상품을 발행했다. 미국의 대형금융기관들은 이들 부실증권들을 서로 사고팔았으며 외국 금융기관들에게도 팔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받았던 저소득층은 초기엔 대출 이자가 낮지만 3년째부터는 이자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자도 못 내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때마침 전반적으로 저금리 시대를 마감하면서 주택 붐도 식어 버렸다. 주택 수요 시장이 붕괴하기 시작하자, 연쇄적으로 주택대출담보증권들의 허상이 드러나면서 금융시장이 갑작스럽게 파탄나고 말았다.

 

서브프라임 대출채권은 신용등급이 높은 증권들 속에 조금씩이라도 섞어 놓았기 때문에 공포에 싸인 증권 소유자들의 투매를 막을 수 없었다. 이 사태로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 증권이 파산했다. 이어서 AIG 보험 등 대형금융사들이 파산하거나 인수·합병됐다. 뿐만 아니라 거액의 대출증권을 독이 든 줄 모르고 구매했던 바클레이스, 도이치방크, BNP파리바,  스위스 UBS 등 외국 금융사들은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사태 또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빚어진 경제위기를 수습하고자 ‘달러 뿌리기’라는 초유의 경기부양 정책을 펼쳤다. 그러한 ‘양적완화’ 정책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고 방향을 전환할 시점에, 코비드19 유행병이 세계를 강타하고 말았다.  

 


중국 부동산 위기의 현주소



중국 부동산 위기의 원인에는 과다한 부동산 건설과 일반인들의 아파트 투자붐,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가 있다. 하지만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부실채권을 증권화하고 파생상품화하고, 그것을 해외에 매각하는 일을 벌이지는 않았다. 부동산기업인 비구이위안과 헝다 그룹이 주로 미국 등에 판매한 채권도 투자자가 자기 판단 아래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자기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애초부터 불량한 ‘독’이 든 부채담보부증권 등 파생상품과는 비교할 수 는 없다. 그리고 중국 부동산 기업의 해외 채무물량이 그리 크지도 않은 듯하다.  

 


중국 부동산 위기, 중국경제 발전모델의 위기론으로 번져



중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우량기업에 속한 부동산개발 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유동성 위기를 겪자 부동산 산업을 넘어 부동산신탁회사를 비롯해 중국 지방정부 부채와 그림자 금융(LGFV) 위기로 전이되고 있다. 여기에다 소비와 수출, 생산 모든 면에서 예상치 못한 부진을 면치 못함에 따라 중국경제 성장모델은 이제 끝났다는 극한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베이징 정부는 부동산 위기가 금융 위기로 전이될 때까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다. 부실한 민간 부동산 기업들은 우량 민간 기업이나 국유기업들에게 흡수시키면서 이들을 끌어안은 기업들에게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모양으로 부동산 위기를 잠재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 정부의 부채와 그림자 금융도 중앙정부가 시차를 두고 구조조 정을 하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중국경제의 위기는 사실 그와 같은 해결 지점에서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중국 정부가 ‘강력한 행정력’과 미봉책으로 얼마든지 드러난 문제를 잠재울 수 있는 반면에 보다 근원 적인 치유책을 전개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현재 부동산 위기를 중국정 책당국이 잘 해결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중국 부동산 위기를 중국정부가 잘 다루지 못해 경제파탄으로 확산된다고 해도 중국경제와 밀접한 독일과 일본은 다소 타격을 받겠지만 미국에게 미치는 영향을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와 지방정부에 의해 설립된 부동산투자회사인 LGFV의 부채를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의 원인이 됐던 파생상품처럼 위험한 성격이고, 부실 규모도 2008년 당시보다 더 큰 것으로 봤다. 크루그먼 교수는 부동산 위기가 실제 파국에 이를 경우 중국 당국이 과감하고 능숙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표를 던졌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