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윤 기자> 지난 5월21일 제주도의 대표 농산물인 한라봉 10박스가 영등포구 신길5동 구립데이케어센터에 도착했다. 매번 새로운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올해는 새롭게 개설된 서울 영등포구 내 데이케어 센터를 찾았다. 긴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충북 제천시 오티리 마을에는 상반기에만 2번 찾아갔다. 지난해까지 단순히 마을정비, 일손돕기에 그쳤다면 올해는 보다 농업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추가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다른 정부기관·기업 등과는 남다른 모습을 보이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의 사회공헌 활동을 소개한다.
영등포구 신길5동 구립데이케어센터에 지난 5월21일 제주도의 대표 농산물인 한라봉 10박스가 도착했다. 지난 4월 개관한 센터에 아직 2개월이 되지 않은 시점에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선물이 전달된 것. 한라봉을 전달한 이는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기관으로 농업재해보험사업과 국가재보험기금의 관리, 농식품 모태펀드의 관리감독 등 업무를 수행하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원장 김윤종, 이하 농금원)이다.
지난해 성북구에 있는 13~20세의 학교 밖 청소녀, 청소녀 양육미혼모를 대상으로 하는 대안학교인 자오나 학교를 찾았던 농금원이 기부를 위해 올해는 데이케어센터를 찾았다. 농금원 정성봉 경영실장은 “매번 같은 곳을 정해놓고 기부하기 보다는 그때그때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우리 기관이 위치한 영등포구 관내에 새롭게 어르신들을 위한 데이케어 센터가 문을 열어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이렇게 찾아왔다”고 밝혔다.
농금원은 상대적으로 도움의 기회가 많을 수밖에 없는 도심 내에서는 매년 실제 지원이 필요한 새로운 곳을 찾아 돕는다. 반면 쉽사리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없는 농촌의 오지마을과는 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기부품으로 한라봉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정성봉 실장은 “우리 기관이 농업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기관인 만큼 가급적 농촌의 생산품을 구매해 도시 내 필요한 곳에 기부하는
활동을 많이 한다”면서 “이번 한라봉은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제주농산물 직거래를 위한 판촉행사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당시 행사는 농산물의 수입 개방이 확대되면서 제주도내 농산물 소비가 줄어, 국민들에게 농산물 직거래 방안을 알리겠다는 취지로 열렸다”면서 “이 같은 취지에 우리 기관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직접 제주도 생산자에게 한라봉을 주문해 기부할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립신길5동 데이케어센터
지속적으로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어르신들의 보호시설인 데이케어센터의 필요성이 날로 늘고 있다. 이에 영등포구도 올해 4월2일 신길5동과 대림1동에 구립 데이케어센터 2개소를 추가로 문을 열었다. 구립 신길5동 데이케어센터(도림로 80길 6)는 신길5동 제2경로당을 리모델링했다. 지상 2~3층에 연면적 245㎡ 규모로 각 층별로는 ▲지상 2층 생활실 ▲지상 3층 프로그램실, 물리치료실, 수면실, 목욕실 등을 갖췄다.
센터에는 간호사, 요양보호사가 상근해 기본적인 급식 및 목욕서비스 제공뿐 아니라 취미, 운동 등 여가생활 서비스와 물리·작업·언어치료적 훈련 등 심신의 기능 회복을 위한 다양한 재가서비스를 제공한다. 어르신을 돌보는 가족들에 대한 교육 및 상담 서비스도 이뤄진다. 이용정원은 21명이며, 심신이 허약하거나 장애가 있는 65세 이상의 어르신으로 주야간 보호가 필요한 장기요양급여 수급자(1~5등급)를 대상으로 한다.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실제 기자가 둘러본 시설은 깔끔했다. 옥상에는 센터의 어르신들이 직접 심고 가꾸고 있는 상추와 방울토마토가 자라고 있었고, 센터 차량을 이용해 모셔온 어르신들이 속속 입소해 2층 생활실에서는 TV 시청, 담소 등을 나누고 있었다. 구립신길5동 데이케어센터 관계자는 “혼자 사시는 분들보다는 노인부부세대나 자식들과 함께 지내는 가정의 어르신들이 많다”면서 “아침에 오셔서 옥상에서 텃밭도 가꾸시고, 우리 센터는 바로 앞에 공원도 있어 산책도 하시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총 21명이 정원인데 아직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리는 남아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영등포구는 올해 초 새롭게 추가된 2곳을 포함해 ▲전국 최초 치매환자 전용 구립 영등포치매전문데이케어센터 ▲구립 여의도 원광데이케어센터 ▲구립 당산 데이케어센터 등 총 8개소의 구립 데이케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농금원의 이번 방문에 대해 구립 신길5동 데이케어센터 김병성 원장은 “아직 개원한지 갓 한 달이 넘은 시점이라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이렇게 직접 연락주시고 찾아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어르신들은 어떤 선물보다도 실제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것을 가장 좋아 하신다”면서 “많은 곳에서 어르신들을 모시는 센터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 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4년째 충북 제천 오티리마을행
단순 일손 돕기에서 안전사고 등 ‘농업인 안전 캠페인’도 추가
농금원은 도심 내에서 다양한 기부처를 찾아 맞춤형 기부를 이어가는 반면, 농촌마을과는 긴 인연을 맺고 있다. 지난 2015년 봄 처음으로 찾았던 충북 제천시 오티리 마을을 올해도 어김없이 찾은 농금원 직원들은 보다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위해 1년에 2번 찾아가던 횟수는 4회로 늘렸다. 단순히 방문 횟수만 늘린 것은 아니다. 지난해까지는 ‘함께 가꾸는 농촌운동’으로 마을·주변 하천 정리·농번기 일손돕기 정도에 그쳤지만, 올해부터는 ‘농업인 안전 캠페인’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정성봉 경영기획실장은 “올해는 좀 더 실질적으로 농업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면서 “여전히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많이 나고 있어, 이에 다양한 농기계 사고사례를 공유하고, 농업인 안전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캠페인은 단순히 안전을 강조하고, 안내에만 그치지 않았다. 올해 4월 첫 방문에는 전통 윷놀이 강사가 함께 했다.
정 실장은 “어르신들을 모셔놓고 직접적인 교육을 하기보다는 보다 자연스런 상황에서 캠페인이 이뤄졌으면 했다”면서 “윷놀이와 함께 우리 20~30대 직원들과 재미있게 어울리고, 안전에 대한 중요성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젊은이들이 없다시피 한 농촌마을에서 어르신들은 젊은이들이 찾아만 가서 이야기만 해도 좋아라하신다”면서 “함께 어울렸던 시간 자체를 굉장히 행복해 하셨다”고 전했다. 농금원은 하반기 본격적인 수확철에 다시 오티리를 찾아 일손을 도울 계획을 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티리에서 생산되는 농산품의 판매도 돕는다.
정 실장은 “본격적으로 수확철이 되면 우리도 실제 일 잘하는 사람들이 가서 일을 도우려 한다”면서 “아울러 오티리마을에서 생산되는 콩, 메밀, 율무 등 수확물 등을 구입해 도시 내 기부할 곳을 찾아 기부하려고 한다. 사과 등 과일도 생산되는데, 이번에 제주 한라봉을 구립 신길5동 데이케어센터 등에 전달한 것처럼 도움이 필요한 곳에 연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사회공헌도 재미있게 하려고 해요
매년 새로운 도시 내 기부처 찾기부터, 오티리 마을과의 긴 인연까지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의 이 같은 활동은 천편일률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보이는 대부분의 기업, 정부기관들과는 남달랐다. 실제 정부기관·기업 등의 사회공헌 관련 투자는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지만, 그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발적인 모습은 사라지고, 직원들은 이를 업무의 연장으로 받아들인 지 오래다. 이에 농금원의 사회공헌 활동 모습은 교과서 같은 모습을 보이는 현 상황에 작은 시사점을 준다. 정성봉 경영실장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정해진 방법은 없다고 봅니다. 더욱 고민하면서 사회공헌도 재미있게 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