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결합증권(DLS)은 기초자산이 금리, 원자재, 환율 등으로 이들 자산가격에 연동돼 투자수익이 결정된다. 유가증권과 파생금융 상품이 결합한 형태다. 최근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사실 그동안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판매되던 파생결합증권이 실제로는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고위험상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양한 기초자산과 연계되어 있으며, 손익구조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상품의 위험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지만, 현실은 주식이나 채권 등 다른 금융상품들과 동일한 위험등급 체계로 구분되고 있다.
1등급·2등급으로만 위험도 분류
파생결합증권 등과 같은 상품은 ‘구조화 상품’이라고 한다. 미래의 현금 흐름이 하나 이상의 지수, 주식, 채권 등과 같은 기초자산에 의해 결정되는 금융상품이다. 이런 구조화 상품은 다양한 기초자산에 연계돼 있으며, 손익구조도 주식이나 채권같은 전통적인 투자상품과 차이가 크고 복잡하다. 따라서 투자자들에게 파생결합증권의 위험 관련정보를 효 과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상품들과 동일한 위험등급 체계로 구분되어 판매되고 있다.
지난 2019년 큰 손실이 발생했던 독일금리 연계 파생결합 증권은 위험등급 1등급(초고위험)의 해외주식형 펀드와 비교된다면 위험의 크기를 제대로 인식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원금 비보장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은 객관적인 위험평가 없이 1등급(초고위험) 또는 2등급(고위험)으로 분류되어 판매되고 있다. 독일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과 주가지수연계 ELS가 동시에 1등급(초고위험)으로 판매된다면, 투자자는 두 상품의 위험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투자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위험을 과대평가하여 상대적으로 안전한 구조도 1등급 또는 2등급으로 구분하게 되면 파생결합 증권 간의 일관된 위험비교가 어렵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 상황이 발생하자, 파생결합증권을 포함한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한 차별화된 규제를 위해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고난도 금융상품의 개념을 도입했다. 금융당국은 고난도 금융상 품의 판단기준으로 2가지 조건을 제시했는데, 첫째 조건은 파생상품 내재 등 가치평가방법 등에 대한 투자자의 이해가 어려운 상품이고, 둘째 조건은 최대 원금손실 가능비율이 20%를 초과하는 상품이다.
장 위원은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고 투자자보호를 강화하는 등 판매과정을 정비하기 위한 금융상품 구분으로 볼 수 있다”라며 “추가로 실질적인 위험관련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상품별로 위험비교가 가능하도록 파생결합증권 위험평가 기준을 수립하고, 위험등급을 세분화하여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가연계증권(ELS)은 국내 파생결합증권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조기상환형 ‘step-down’ 구조가 ELS 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2019년 말 파생결합증권 잔액은 108 조3,000억원이며 주가연계증권이 48조3,0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 파생결합증권은 16조 1,000억원, 원금보장 구조인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및 기타파생결합사채(DLB)는 43조9,000억원이다.
유럽은 1~5등급으로 위험도 구분
금융선진국인 유럽은 소비자들에게 고위험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세분화해 알려주고 있다. 유럽 EDG(European Derivatives Gr)는 다양한 구조화상품의 위험등급(Risk Classification)을 부여해 금융상품의 기본정보와 함께 위험 등급을 제공하고, 주기적으로 위험등급을 평가해 조정한다. 또 기초지수의 변동성, 핵심투자설명서(Key Information Document)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객관적인 위험지표인 VaR(Value at Risk)를 산출해 시장위험을 계량화하고 금융상품의 위험등급을 분류한다.
금융상품의 기본정보로 ISIN 코드, 발행회사, 상품유형(Product type), 기초자산 및 세부 조건(행사가격, 배리어 등) 등을 제공한다. 여기에 1~5등급의 위험등급(높을수록 위험)을 부여하고 위험 세부사항(Risk Details)을 제공하고 있다. 위험등급 외에도 EDG는 구조화상품을 대상으로 수수료, 유동성, 발행회사의 신용등급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1~5 등급으로 구분한 품질평가등급(Product Assessment)도 제공하 고 있다. 아울러 유럽 구조화상품협회(European Structured Investment Products Association: EUSIPA)는 위험정도에 따라 크게 투자 상품과 위험도가 높은 레버리지 상품(Leverage Products)으로 구분하고 있다.
투자상품은 원금보장 여부와 투자특성에 따라 원금보장형, 수익률 추구형, 참여형으로 구분되며 레버리지 상품도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각각 의 유형에서 세부 구조별로 상품명을 정의하고 상품의 특징을 요약해 소비자 모두에게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위험도가 큰 레버리지상품들은 상품요약 부분에 투자금 전액 손실 가능성을 언급하며 소비자들의 주의깊은 투자를 권고하고 있다. 2019년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던 독일 금리 연계 DLS는 레버리지 상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은행들의 불완전 판매 행위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피해 투자자들은 은행의 ‘원금 보장’ 이라는 말을 믿고 투자했지만, 결과는 엄청난 손실률이었다.
일관된 위험평가 기준 수립, 위험등급 세분화해야
고위험 금융상품을 판매하며 상품의 위험도를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상품 위험도를 세분화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 위원은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상 품과 달리 파생결합증권의 손익구조는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상품의 위험도를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ELS, DLS는 객관적인 기준없이 1등급 또는 2등급으로 구분되는 현재의 위험등급 구분 방식으로는 다양한 파생결합증권의 위험도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투자자들에게 위험관련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일관된 위험평가 기준을 수립하고 위험등급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 했다. 또 “추가로 위험등급 등 위험 관련 정보를 손쉽게 비교할 수 있는 공시체계가 필요하다”라며 “파생결합증권의 위험 등급을 세분화해 금융투자협회 청약정보 비교공시 공시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객관적이고 일관된 위험평가 기준으로 다양한 파생결합증권 간의 위험 비교가 가능해진다면, 파생결합증권시장의 건전한 유지 및 지속적인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MeCONOMY magazine 3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