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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계속되는 ‘젠트리피케이션’ …해법은 없나?

- 임대료 인상으로 원주민 쫓겨나는 현실
- 상생협약·상생협력상가 조성해 해법 모색
- 법적 구속력 없어 건물주 선의에 기대야
- 정책 한계 보완 및 제도적 해결 방안 필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서울 일부지역에서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기존 상인과 주민이 쫓겨나는 젠트리피 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2018년 6월 서울의 대표적인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지역인 서촌에서 임대차 문제로 갈등을 빚던 건물주를 임차인이 둔기로 때린 이른바 ‘서촌 궁중족발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임차인과 임대인 간 임대료 갈등이 극에 달했다. 그동안 국회와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 등 다양한 노력을 해왔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주민 갈등 일으키는 젠트리피케이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영국산업혁명 이전의 귀족을 의미하는 ‘젠트리’(gentry)와 변화를 의미하는 어미인 ‘-fication’의 합성어다. 원래 의미는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특정 지역으로 유입되면 그 지역의 물리적 환경이 바뀐다는 것이다.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인 루스글래스(Ruth Glass)는 저소득층 노동자 주거지가 개량되면서 거주민의 계급이 중 산층으로 변화하는 사회적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쇠퇴지역이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고소득·고학력 인구가 유입되고 기존 저소득·저학력 인구가 비자발적으로 이주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젠트리피케이션의 발생원인은 크게 공급, 소비, 공공 개입 측면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선 쇠퇴한 도심의 낮은 임대료와 주변 지역의 임대료차이로 외부자본이 도심으로 유입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고, 소비측면에선  전문직 또는 서비스업 종사자이며 활발한 소비활동을 하는 젠트리파이어(gentrifier) 개인의 소비 선호 변화가 공간 선택의 변화를 야기하고 이에 따라 젠트 리피케이션이 발생한다. 마지막은 공공 개입 측면으로 국가나 지자체의 도시재생사업, 한옥 보전을 위한 국비지원, 특성화시장 사업 등 공공재원 투입이 외부의 자본투입을 유인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다.

 

특히 도시재생사업의 경우 쇠퇴지역의 물리적 환경이 개선되면서 임대료가 상승하고, 영세 상인의 비자발적 이주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도시재생 성공사례로 언급되는 부산 감천마을과 전주 한옥마을 등에서는 부동산 가격 폭등, 주거지역의 상업화로 인한 주거환경 악화, 주민 및 상인의 비자발적 이주, 대형 프랜차이즈의 유입으로 인한 소상공인 폐업, 지역주민 간 갈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인 의미가 강조되는 이유는 주거지역 및 준공업지역의 급격한 상업화로 인해 발생하는 주거환경의 악화와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갈등 관계 때문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한옥 밀집지역인 서울 북촌과 서촌에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소음과 불법 쓰레기 투기 등으로 거주민이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으며, 부동산 투기 세력으로 주택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유동인구가 많은데도 상업 지역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한 주거지역 및 준공업지역에서 급격한 상업화가 발생해 거주민의 주거공간을 빼앗는 결과 를 초래한 것이다. 여기에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도하는 젠트리파이어(gentrifier)가 임대인, 부동산 중개업자, 권리금 장사자가 되면서 임대료 상승과 임차인 퇴거를 촉진했으며,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생겨나고 있다.

 


상생 키워드로 문제 해결 모색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해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나서고 있다. 2018년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을 발표했다. 도시재생 뉴딜은 노후주거지 재생뿐 아니라 성장산업 육성, 고용정책, 복지정책까지 포괄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도시재생사업과 차별화했다. 정부는 매년 100곳씩 선정될 예정인 도시재생 뉴딜지역은 2017년 시범사업 68곳 선정을 시작으로 2019년 10월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265곳이 선정됐다.

 

로드맵은 정부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지역 공동체가 주도 해 지속해서 도시재생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거복지·삶의 질 향상, 도시 활력회복, 일자리창출, 공동체회복 및 사회통합을 목표로 정하고, 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3대 추진전략과 5대 추진과제를 설정했다.

 

3대 추진전략은 ① 혁신하는 도시공간 조성, ② 지역의 도시 재생 경제 활성화, ③ 주민·지역공동체 주도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이며, 5대 추진과제는 ① 노후 저층 주거지의 주거환경 정비, ② 구도심을 혁신거점으로 조성, ③ 도시재생 경제 생태계 조성, ④ 풀뿌리 도시재생 거버넌스구축, ⑤ 상가 내 몰림 현상에 대한 선제적 대응 등이다. 로드맵의 5대 추진 과제 중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임차인 이탈 및 상권쇠퇴 방지를 위한 ‘상가 내몰림 현상에 대한 선제적 대응’의 주요내용은 ▲상가 젠트리피케이션 동향 모니터링 체계 구축 ▲상생협약 활성화 지원 ▲상생협력상가 공급 등이다.


지자체가 나서 상생협약 체결 및 상생협력상가 조성


정부가 밝힌 ‘상생협약’은 도시재생활성화지역에서 지역주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 따른 사업자등록의 대상이 되는 상가건물의 임대인과 임차인, 해당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이 지역 활성화와 상호이익 증진을 위해 자발적으로 체결하는 협약이다. 상생협약에는 상생협약을 체결한 당사자별 의무적인 이행사항, 차임과 차임인상률 안정화에 관한 사항, 임대차기간의 조정에 관한 사항, 상생협약 이행 시 우대조치에 관한 사항, 상생협약 위반 시 제재 사항 등을 포 함할 수 있으며, 협약당사자는 상생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12월 도시재생법에 상생협약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2018년 12월 상생협약 표준안을 고시했다. 상생협약의 적극적 활용을 유도하기 위해 재생사업 공모 시 젠트리피케이션 예상지역에는 사업신청요건으로 상생협약 체결 등 상생계획 수립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지자체도 협약 참여자에게 리모델링 비용지원, 지방세 감면,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아울러 상가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한 ‘상생협력상가’도 공급한다. 상생협력상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지역내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조성 또는 소유해 최대 10년 동안 저렴하 게(시세 80% 이하) 지역 영세상인 등에 안정적인 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임대하는 상업용 건물이다. 빈집, 빈점포 등을 매입 및 리모델링해, 도시재생사업 추진과정에서 임대료 상승으로 내몰린 영세상인이나 청년스타트업 또는 기존 작 업공간에서 내몰린 지역예술가 등에게 우선 공급하고, 임대기간이 6년을 초과하면, 임대료를 재산정할 수 있고, 임차인이 동의하는 경우 4년 추가연장이 가능하다. 지자체는 입주자 선정, 권장업종 선정, 계약해지, 퇴거 규정 등 상생협력상가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상가운영(선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도 자체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2015년 9월 전국 최초로 서울시 성동구가 ‘서울특별시 성동구 지역공동체 상호협력 및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이후 2019년 10월 기준 약 44개의 지자체가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다. 조례에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상권 보호, 주민협의체 구성, 상생협약 체결 및 상생협력상가 조성 등이 담겼다. 


또 임대인, 임차인, 지자체장이 차임의 적정수준 유지 및 지역상권 활성화 등 상호이익 증진을 위해 자발적으로 체결하는 상생협약을 통해 임대인은 적정수준의 임대료를 유지하 고, 임차인은 상권 유지 및 지속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 광주시, 순천시, 전주시 등 주요 도시들이 상업지역의 급격한 임대료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성동구는 상생협약 체결을 위해 전담팀을 구성해 구청직원이 건물주를 1:1로 설득해 2019년 7월 기준 총 178명의 건물주와 협약을 체결시켰다. 상생협력상가 조성에도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성동구는 2017년 전국 최초로 공공안심상가를 조성해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약 70~90%, 최장 10년까지 임대기간을 보장하고 있다.

 

경기도시공사도 2018년 ‘경기도 공공임대상가 공급 및 운영 활성화 조례’에 근거해 청년 사회적기업 및 창업기업지원을 목적으로 다산신도시 단지내 상가 4개호를 공공임대상가로 공급하고 있다. 입주대상은 사회적기업, 청년창업기업이며, 임대기간은 2년(2년 단위 계약 갱신, 최장 5 년), 임대료는 시세의 30% 수준이다. 다만 슈퍼, 세탁소, 미용업, 일반식당 등 상가 내 입점 예정 업종과 충돌 가능성이 높은 업종은 입점을 제한시켰다.


정부·지자체 노력 한계 명확…보완해야


정부와 지자체의 이런 노력도 분명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상생협약과 상생협력상가 부분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우선 상생협약 체결의 성과는 지자체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성동구는 상생협약 체결 상가가 미체결 상가에 비해 임대료 인상률, 평당(3.3㎡) 임대료, 보증금이 낮았으며, 평균 영업기간도 더 길게 나타나 상생협약이 지역 상권의 안정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용산구 해방촌 신흥시장의 경우 상생협약 체결에도 불구하고 임대료 상승으 로 40여 년 동안 시장에서 장사해온 기존 상인들이 장사를 정리하고 이전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각 구청장의 노력과 지역 공동체 의식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성동구 의 건물주는 상생협약을 체결한 이유로 구청 직원이 계속 방문해서 상생협약 및 임대료상승의 장단점에 관해 설명하는 등 구청의 노력을 꼽았다. 또 건물주 중 지역에 오래 거주한 지역주민 건물주와 투자를 목적으로 상가를 구입한 외지인 건물주의 입장 차이도 걸림돌이다. 외지인 건물주는 상가를 투자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지역 발전방향, 젠트리피케이션 문제해결, 공동체 의식 등에는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재 상생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이 건물주의 선의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해결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 다.

 

김예성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상생협약은 임대료 동결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나 강제력이 없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임대료 안정에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상생협약 체결을 권장하고 지원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현장조사에서 상생협약 참여에 따른 상가임대인의 임대수입 손실분을 대체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특히 상생협약 체결이 건물주에게만 손해를 감수하게 하는 제도로 인식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생협력상가 조성도 마찬가지다. 공공안심상가는 입지의 비교우위, 입주 권장업종 선정 기준, 입주자 선정기준, 임대료 책정기준의 불명확성, 각종 시설 및 설비(에어컨, 환기 시 설 등)의 미비 등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규모가 크지 않아 지역상권의 임대료 하락 또는 조정에 영향을 미칠 만한 파급효과도 미미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김 조사관은 “정책 목표의 방향을 상생협력상가의 양적 확충뿐만 아니라 입지의 우수성, 운영관리방안 현실화 등 질적관리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상가 관 리는 현재 공공이 전담하고 있으나, ‘상가’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관련 전문성을 확보한 기관에 위탁해 관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조사관은 “지자체는 이미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으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조례 제정, 상생협약체결, 상생협력상가 조성 등의 노력을 해왔다”면서도 “상생협약 체결의 실효성이 부족하고, 상생협력상가 조성 및 관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지역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금까지 지자체 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한계를 재검토하고 이를 보완 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본 기사는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19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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