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6.8℃
  • 구름조금강릉 16.1℃
  • 구름많음서울 17.7℃
  • 구름조금대전 20.1℃
  • 구름조금대구 20.0℃
  • 맑음울산 18.6℃
  • 맑음광주 20.7℃
  • 맑음부산 18.5℃
  • 맑음고창 20.0℃
  • 구름많음제주 17.0℃
  • 흐림강화 14.1℃
  • 구름조금보은 18.8℃
  • 구름조금금산 19.8℃
  • 맑음강진군 20.3℃
  • 맑음경주시 19.2℃
  • 맑음거제 18.5℃
기상청 제공

문화

[신간] 과학과 철학의 만남 '흔적과 신호' 출간

저자 윤정 인터뷰

 

프로이트와 라캉 이후 새로운 정신분석상담 이론을 모색해온 정신분석상담가 윤정 씨가 그의 24년간에 걸친 인간 탐구를 온축한 「흔적과 신호(Trace and Signal)」를 펴냈다.

 

윤정 씨는 물리학과 분자생물학, 세포학 등에서 밝혀진 정보들이 인간에 대한 기존 관점을 크게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의 수용 한계를 넘어서는 과학 발전을 목격하면서 과학과 철학을 접목하는 사유를 통해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영원한 생명의 희망을 주고자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저자는 첨단과학으로 만들어진 가상공간이 인간으로 하여금 상상과 실재를 혼동시킴으로써 인지 작용의 혼란을 초래하고 점점 충동적이고 불안과 우울의 정서를 확장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첨단과학 시대에 선 현대인은 사유와 존재의 주체로서 우리가 어디쯤 머물고, 걸어가고, 사라지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적 힘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신분석상담가 윤정 씨는 피담자와의 대화 속에서 관념 언어를 거세하고 그의 삶에 녹아있는 ‘신경 언어’ 를 추출해 피담자에게 자기 치유능력을 회복시켜주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윤정 씨의 주장은 인간 개개인의 본래 지니고 있는 것과 환경과의 교섭 흔적이 우리 몸의 유전자에 기록되는 과정에서 질병과 정신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유전자의 단백질은 자기허울, 변명에 다름 아닌 관념 언어에는 반응하지 않으며 진정하고 솔직한 ‘신경 언어’에만 반응한다고 윤정 씨는 말한다.

 

‘흔적과 신호’는 39명의 물리학자와 철학자, 정신분석 학자들의 통찰적 깨달음을 전해주고 있어,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독자들에게 책 출간은 반가운 소식이다. 아울러 국내 저술로서는 드물게 자연과학과 철학과의 통섭적 사유로 써내려가, 인문학적 상상력만 과잉 고취되고 있는 국내 독서계의 지적 편향을 바로잡는데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저자인 윤정 씨를 불광동 사거리 커피숍에서 만났다.

 


기자 책 제목인 「흔적과 신호(Trace and Signal)」부터가 국내의 일반적인 저술 제목과 다른 것 같은데, 무슨 뜻을 담고 있는지요?


윤정 ‘신호’는 인류 역사에서 과학과 철학의 패러다임을 변화 시켰던 철학자와 과학자, 정신분석가들의 지식과 정보를 말합니다. 그리스 철학자 아낙시만드로스에서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니체, 질 들뢰즈에 이르기까지 39명의 신호를 저 나름 사유한 것들은 ‘흔적’이라는 이름으로 전하고자 했습니다.


기자 보통 과학책이든 철학책이든 읽어보면 과학책은 과학만 쓰고 철학책은 철학만 나오는데, 이 책은 두 학문 영역의 이론을 연결시킨 것 같은데요?


윤정 예를 들면 전자기장에 관한 이론을 니체의 철학과 접목 했습니다. 또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을 프로이트의 이론과 연결시켰습니다. 사실 서양 철학자들은 일찌감치 자연과학적 밑바탕을 갖고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플라톤의 아카데미아에 입학하려면 유클리트 기하학을 알아야만 했지요. 닐스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과학자인데 철학적 사유가 뛰어나고, 칸트는 철학자이지만 과학적 이해가 매우 깊습니다.

 
기자 이번 저술에서 분자생물학이 중요한 논거가 된 것 같은데요?


윤정 유전자 내에 있는 RNA, DNA는 물론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미토콘드리아, 크렙스 회로, 인트론, 광자 등의 작용을 가지고 인간의 존재를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외부와의 모든 작용이 유전자에 기록되는데요, 유전자의 정보들은 다시 다른 생명체들과 나누게 됩니다. 우리의 삶은 고정돼 있는 존재가 아니고 ‘과정’입니다. 따라서 인간은 ‘죽음’으로 끝나는 게 아니지요. 


기자 독자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윤정 내가 하루 사는 것이 죽음을 통해서 태어나는 새 생명을 위한 기도 같은 삶이 돼야 한다고 할까요. 그것이 제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윤정 씨는 현재 상담실과 함께 상담전문가를 위한 전문가반을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시민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나 를 돌아보는, 시민 아카데미’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MeCONOMY magazine November 2019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