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무왕과 그의 왕비 능으로 알려진 전북 익산 쌍릉의 소왕릉에서 묘표석이 확인됐다고 문화재청이 19일 밝혔다.
국내 최초로 왕릉급 고분에서 발견된 두 묘표석은 석비(石碑)형과 석주(石柱)형으로, 석비형 묘표석은 일반적인 비석과 유사한 형태로 석실 입구에서 약 1m 떨어진 지점에 약간 비스듬하게 세워진 채로 확인됐다. 크기는 길이 125㎝, 너비 77㎝, 두께 13㎝이며, 석실을 향하고 있는 전면에는 매우 정교하게 가공됐고, 그 뒷면은 약간 볼록한 형태다.
석주형 묘표석은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봉토 내에서 뉘어진 상태로 발견돼 원래 위치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길이 110㎝, 너비 56㎝의 기둥모양으로 상부는 둥글게 가공됐으며, 몸체는 둥근 사각형 형태였다. 두 묘표석은 문자가 새겨지지 않은 무자비(無字碑) 형태다.
묘표석이 발견된 소왕릉은 선화공주 설화와 관련있는 고분이지만, 이번 발굴에서는 관련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다만 문화재청은 봉토나 석실의 규모와 품격에 있어서 왕릉급인 것을 확인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된 묘표석은 각각 석실 입구와 봉토 중에 위치하고 문자가 없는 점에서 무덤을 수호하는 진묘(鎭墓)와 관련된 시설물로 추정할 수 있다"며 "백제 왕실의 장묘제 연구에 새로운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남은 조사와 인근 대왕릉과의 비교검토를 통해 주인공의 실체가 밝혀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익산시와 함께 쌍릉을 비롯한 익산지역 핵심유적에 대한 단계적인 조사를 통해 백제 왕도의 실체를 복원할 수 있는 학술자료를 확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