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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뉴욕타임스 해외 서평(書評) 소개

개인적인 것을 정치적 이슈로 만들기

미국 뉴욕타임스는 매일 영어로 된 도서를 소개하는 서평(書 評)을 싣고 있다. 서평은 어느 신문이나 게제하고 있지만(주 간지 타임지를 포함) 난문(難文)에 속해서, 특히 영어가 모국 어가 아닌 사람들이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쳇봇 시대가 될수 록 창의적인 작가의 상상력과 체험은 그 가치와 중요성이 더 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서평을 엄선해 소개한다. 


▲(좌) 『치료하는 삶: 회고록』 A Living Remedy: A Memoir by Nicole Chung. 239pp. Ecco. $29.99

▲(우) Nicole Chung. (Carletta Girma)


 

미국인 부부에게 양녀로 들어간 중증 미숙아 한국계 이민자의 딸  


니콜 정(이하 정)은 상실(喪失)의 연대(年代)를 기록하는 작가다. 그녀의 데뷔작이자 회고록인 ‘당신이 알 수 있는 모든 것’에서 그녀는 선거권이 박탈된 비탄(悲嘆)의 심정을 책으로 썼다-그 같은 슬픈 마음은 공개적으로 인정되 지도 않았고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그녀는 자신이 입양될 때의 상황을 탐구했다. 

 

이제 그녀의 두 번째 회고록인 ‘치료하는 삶’에서 정의 괴 로움은 눈에 확연히 드러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테면 붕괴된 미국 건강 보험제도, 극악무도한 자본주 의, 그리고 그녀를 입양한 양친의 사망으로 그녀가 받았던 대단히 파괴적인 충격과 그녀가 매우 오랫동안 알고 있던 모든 것, 다시 말해 그녀의 가족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녀의 한국계 이민자 친부모는 ‘중증 미숙아’였던 그녀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정을 오리건 주 시골에 사는 종교를 가진 백인 부부에게 입양시켰다. 그녀를 입양한 양 부모는 그녀에게 “네가 우리 가족에게 연결된 건 하나님의 계획이 계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양부모님의 그러한 깔끔한 입양 전설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외모가 풍기는 민족성(民族性)을 보고 ‘자기들과 다른 사람’이라 딱지를 붙이는 어떤 곳에서 성장해야 한다는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그들과 아귀를 맞춰가며 살아가려고 분투했다. 


1981년 그녀의 입양을 마무리했던 판사는 정의 부모에게 그녀를 키울 때 그런 문제를 무시하라고 말했다. 판사는 “이 아이를 여러분의 가족에게 동화시키도록 하시라”고 말하면서 “모든 게 잘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런 말은 완전히 잘못 이해한 조언이었다. 정의 급우(級 友)들은 그녀를 놀렸고, 어른들은 그녀에게 생각없이 질문을 툭툭 던졌다. 그러나 정은, 밖으로 나와서 경험했던 인종차별을 집에서 절대 꺼내지 않음으로써 그녀의 부모를 보호하고 싶었다.

 

“내가 한국계 이민 부모에게서 태어나 미국인 양자가 된 기분이 어떤 것인지 내 양부모님에게 이해 시킬 수 없었던 것은 양부모님이 가진 백인(白人)을 내게 이전 할 수 없었던 것과 같았다.”

 

그녀는 마음을 (대개가 백인 주 인공인)책에 쏟았고 그녀가 페이퍼 메이트 펜을 가지고 스 프링노트에 썼던 이야기 메모에 초점을 맞췄다. 


재정적으로 힘들어진 양부모 밑에서 살아남기  


정의 사춘기 시절 내내 머리 위를 떠나지 않고 맴돌았던 것들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닥친 불안, 즉 그녀 양부모의 취약한 건강 상태에 가해진 재정적 불안정과 보험의 보상 범위가 그때그때 달라서 생기는 위협이 닥쳤다. 10대일 때 정은 오리건의 목재 산업과 목재 산업이 떠 안았던 보수가 좋은 일자리의 소멸로 촉발된 경제적 대혼란에 관해 거의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그녀가 다니는 교회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은 그녀의 가족이 처한 절망적인 상황을 이해했다. 정에게 집을 지키며 애를 보게 시킨 의뢰인은 그녀의 양어머니가 유방암 수술을 받고 나자, 보수를 보통 이상으로 주었다. 언젠가 또 한 번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느 이웃이 그녀 가족에게 500달러를 봉투에 넣어 두고 갔다.

 

그녀의 양아버지는 피자 식당에서 일을 했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받은 돈으로 당뇨 약을 사서 먹을 수가 없었다. 때문에 양아버지는 그저 약을 먹지 않고 단순하게 지내면서, 혈당치가 위태롭기 짝이 없었으나 관리를 하지 못 하고 방치했다. 당시 양친은 비교적 젊었고 얄팍하기 짝이 없는 수입이나마 벌었으나 그런 수입은 양부모님을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적격자가 되지 못하게 만들었다.

 

정의 양어머니는 만년에 그녀의 혈액-혈장(血漿)을 팔아 각종 공과금을 납부하는데 보태야 했다. 그녀의 가족은 “그날 벌어 그날 먹고 사는 게 아니라, 언제나 앉게 될지 모르는 비상상황의 연속이 었다”고 그녀는 쓰고 있다. 


장학금을 받고 엘리트 대학에 다니면서 정은 비로소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었다. 대학에서는 더 이상 그녀가 유일한 아시아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일과 공부에 양다리를 걸치고 일과 공부를 해야 했으며, 그러한 때 다른 부유한 급우들은 아르마니 명품 점에서 쇼핑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녀는 20대에 결혼하고, 동부 해안 지역에 정착해 가정을 이뤘다. 그녀가 초보 어머니 노릇을 간신히 해내면서 학생 때 진 빚을 갚아갈 때, 양아버지의 당뇨가 악화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양아버지가 3천마일이나 떨어진 싸구려 진료소에 있다는 것을 알고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지둥했으며, 그런 양아버지에게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아 고통스러웠다.

 

양아버지가 그렇게 고생하시다가 너무 일찍 돌아가신 것에 관한 생각을 하던 정은 두통(頭痛)에 시달렸고 그런 두통이 어느새 격노로 변해 있었다. 그녀는 직장을 잃었던 양아버지와 함께 했던 수년 동안 “자본주의 아래에 살고 있다는 것에 비통함을 금할 수 없었다”고 쓰고 있다. 양아버지가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의료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돈이 없었던 것은 자본주의 모순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진짜 고아가 되어 알게 된 자본주의 모순과 국가 책임 


정은 양아버지의 죽음이 아주 큰 시스템의 붕괴로부터 생긴 파편조각 때문이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정치 에 의해 악화된 그런 시스템의 붕괴로 인해 이 시스템 하에서는 보험에 들지 못하고 병이 든 사람들은 그들 자신이 병이 들었다는 고통이 오히려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이 되 었던 것이다. 


“미국은 사람을 먼저 내 팽개친 다음 돈이 없으면서도 무모하게 병에 걸렸다며 비난하다가 그들이 죽었다고 고발하는 나라”라며 “양아버지의 죽음은 국가가 양아버지와 양아버지와 같은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책임을 다하는 데 실패 한데서 온 것이고, 국가가 죽음에 가속을 붙인, 일종의 과실치 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힘든 일이다”라고 그녀는 쓰고 있다.   


아버지를 잃었다는 절망, 그리고 깨어져 버린 국가의 안전 망이 정의 가슴을 쓰라리게 한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전국 투어를 준비하면서 천천히 마음의 안정을 찾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그녀의 열정은 짧았다.

 

책을 출판하는 날, 그녀의 양어머니는 전화를 걸어 “의사들이 내 복부가 엉망진창이라 한다”고 했다-암인데 전이가 될 것이라는 거였다. 그러고 나자 코비드 펜데믹이 왔다. 수 주간의 봉쇄를 당하고, 그녀의 할머니가 오리건 메모리 건강관리 시설에서 외로이 돌아가셨다. 다음 달엔 그녀의 어머니가 유명(幽明)을 달리했다. 그리고 정은 어머니의 장례식을 단지 멀리서, 그것도 장례식장과 시차(時差)가 날 정도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남편과 딸 사이에 놓여 있는 긴 의자에 앉아 지켜봐야 했다. 세 분의 죽음이 지나간 뒤에 정은 한 사촌에게 말했다.   
“진짜 내가 고아가 된 것 같아” 


의미가 분명하며, 간결한 그녀의 산문(散文)은 그녀로 하여금 개인적인 일을 정치적인 일로 만들게 한다. 그녀는 미국의 천만 부당한 의료보험 시스템에서부터 이 나라의 입양에 관해 경솔하기 짝이 없이 추정(推定)하고 스스로 경제적 불평등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관행(慣行)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부당한 모든 것과 씨름하고 있다.

 

그녀의 이러한 관찰은 미국에서 평균 수명이 떨어지고 있을 때, 그리고 원치 않은 임신에 대한 ‘애정 어린 선택’을 종교적 권리로 홍보하고 있는 때에 나온 시의적절한 것이다.  

 
정의 작품은 서로 다른 진리를 들춰내고 있다. 알아주는 사람은 거의 없는 파열음을 내면서 양자(養子)의 삶이 시작되고 계속된다.  정은 쓰리고 아리지만 아린 가슴을 초월하는-과거에는 그녀가 결코 가져본 적이 없는 갈망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다. 왜냐하면 결함투성이의 가정 형편을 겪으면서 미래에 대한 연민(憐愍)이 싹텄고, 비록 기울어진 운동장을 항해할 지라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뒤에 남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 작품으로 Chimamanda Ngozo Adichie(1977~, 나이지리아 작가)의 ‘Notes on Grief’로부터 Joan Eidion(1934~2021, 미국 작가)의 ‘The Year of Magical Thinking’에 이르는 상실(喪失)의 문학에 빛나는 작품을 추가(追加)하고 있다. 몰입하게 만들고, 용서하며,  때로는 깊은 구렁으로 무섭게 빠지게 하는 작품. 이 작품은 우리에게 우리가 고난에서 일어서는 회복력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