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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자연 칼럼> 뉴욕패션위크의 신상품을 바로 구매하다

패션위크 인시즌 현장직구


지난 2월 뉴욕패션위크가 끝나고 뉴욕의 고급 백화점인 버그도프 구드먼 백화점에서는 “(현시즌)런웨이 신상품(Right from the Runway)”라는 이벤트를 열었다. 뉴욕의 대표적인 디자이너인 제이슨 우(Jason Wu)와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를 포함한 2016년 가을ㆍ겨울 뉴욕패션위크를 참가한 뉴욕의 대표적인 디자이너들이 이 행사에 참석했다.


버그도프 구드만과 니만마커스 그룹 (버그도프 구드만과 니만 마커스 백화점 등을 가지고 있는 패션그룹)의 죠수아 슐츠만(Joshua Schulman)은 “현재의 소비자들은 ‘즉각적 만족’을 원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소비자가 원하는 때에 입고 싶은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패션위크가 끝난 즉시 이번 시즌 패션위크에서 소개된 제품을 고객이 바로 상품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이러한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물론 일부 디자이너들의 변화의 움직임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전 시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전통적인 방식의 뉴욕 패션위크를 매년 2월과 9월에 한 시즌 앞서 패션쇼를 진행해왔다.


2015년 9월에는 2016년에 유행할 봄ㆍ여름 패션쇼 를, 2016년 2월에는 가을ㆍ겨울 패션쇼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필자가 한참 런웨이를 누비던 5~6년 전만 하더라도 패션위크를 참석한다는 것은 바이어와 패션 에디터 등 소수의 패션 관계자들에게만 가능한 일이었다. 또 이 하이엔드 패션들은 패션위크를 통해 새로운 패션 트렌드를 보여주고 스토어에 입점돼서 대중에게 ‘허락’되는 기간까지 대략 4~6개월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패션위크는 더 이상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허용된 것이 아니라 인내심이 부족한 대중의 요구를 따르는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시대를 거스르는 방식으로는 패션업계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패션도 끊임없이 진화하지만 패션을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진화의 속도는 더 빠르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패션위크 현장이 전세계에 공개 되어 공유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이다. 얼마 전 뉴욕 타임즈의 기자이면서 패션 비평가인 바네사 프리먼은 “스마트폰은 어떻게 패션쇼를 죽이는 가”라는 제목으로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한 전통적인 패션쇼 형태의 붕괴에 대한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미국 디지털컨설팅 회사인 L2의 스캇 갤로웨이 (Scott Galloway)는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는 패션 시스템을 해체시켰다고 강조한 바 있다. 패션위크 현장에는 이제 포토존에 있는 전문 런웨이 포토 그래퍼들보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숫자가 훨씬 많아졌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실시간 동영상의 공유하는 스냅챗을 통하여 패션 위크는 순식간에 전세계에 공유된다. 이를 보는 소비자들은 패션 위크가 있은 4~6개월 정도 후 스토어에서 상품을 볼 수 있는 리드타임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게 되었다는 얘기다.


DVF (Diane von Fürstenberg)의 최고 책임자인 파울로 리바는 과거에는 새로운 시즌에 신상품이 도착했을 때 세일이 크게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스토어에 입점 된 ‘신상품’들은 대중들에게는 이미 ‘새로운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장 직구 패션 브랜드들의 패션쇼 형식도 진화하고 있다. 이미 버버리를 비롯한 여러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들은, 패션쇼를 연 다음 현장에서 즉시 판매하는 ‘현장 직구(buy-now, wear-now)’ 를 가능하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이클 코어스는 런웨이 쇼가 끝난 지난 2월 17일에 뉴욕 메디슨 에비뉴에 있는 그들의 컬렉션 스토어에서 패션쇼 직후 8피스를 보여주며 바로 세일을 가능하게 하는 캡슐 컬렉션을 포함시켰다. 캡슐 컬렉션이란 봄ㆍ여름(SS)ㆍ가을ㆍ겨울(FW) 단위로 발표하던 기존 컬렉션과 달리, 급변하는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위해 제품 종류를 줄여 작은 단위로 발표하는 컬렉션을 말한다.


토미힐피거(Tommy Hilfiger)는 “올 가을부터 패션쇼 후에 소비자가 바로 구매 할 수 있도록 하는 패션쇼를 기획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시즌부터 모델 지지 하디드(Gigi Hadid)과 함께 Tommy x Gigi 라는 콜레보레이션 캡슐 쇼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런웨이 쇼와 리테일의 동맹은 2017년 2월부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2017년 봄ㆍ여름 시즌 패션쇼를 통하여 새로운 시즌의 상품이 공개됨과 동시에 이 상품들은 미국 전역의 스토어에서 판매가 가능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패션쇼 이전인 2016년 가을에 바이어와 패션에디터들에게 먼저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 할 것 이라고 한다.


트렁크쇼를 중심으로 비지니스를 운영하는 뉴욕 디자이너인 웨스 고든(Wes Gordon)은 패션위크 기간에 전통적인 방식의 패션쇼를 하지 않는 대신 인스타그램에 올린 비디오를 패션위크 동안 일정 시간 동안 공개하는 것으로 이번 시즌 뉴욕패션위크 참가를 대신했다. 또한 각각의 이미지들은 모다 오페란디 (Moda Operandi: 패션쇼 직후 프리오더를 가능하게 한 미국의 패션 스타트업 회사)의 인스타 그램과 그들의 e-커머스(e-commerce)를 통해 프리 오더(pre-order)가 가능 하도록 했다. 디자이너 고든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세계 모든 사람에게 우리의 상품을 공개하고, 세계에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패션쇼를 볼 수 있도록 초대했다”고 말했다. 패션위크는 더 이상 특정 사람들의 소유물이 아니며 소비자가 주체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올 시즌 패션위크는 전에 없던 진통을 겪으며 또 다른 형태로 진화 단계에 있다. 또 소비 환경 및 소비자의 변화에 따라 흐름에 발맞추어 가고 있다. 콧대 높은 하이엔드 패션들은 자신들의 트렌드와 신상품을 보여주기 방식에서 이제는 소비자와 즉각적으로 소통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즉각적인 반응과 즉각적인 세일을 유도함으로써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혼란스러운 진통 후에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다음시즌 패션위크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할지 기대해 본다.


칼럼리스트 김자연은 누구?


지난 2003년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1위로 입상하면서 패션모델로 데뷔 했다. 이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런웨이와 광고 모델로 활동했으며, 중국 칭타오 시와 일본 오이타 시의 ‘문화 관광 홍보대사’를 위임하기도 했다. 2006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과 엘에이에서 패션모델 활동을 했다. 2011년부터는 뉴욕소재의 뷰티 회사에서 패션 트렌드 분석가로 일하면서 뉴욕 라이프스타일과 패션에 관련된 칼럼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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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CONOMY Magazine March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