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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콤포지션 경제학(7) 절박함이 없는 R&D는 열매도 빈약하다


R&D가 한국경제의 생존을 위한 절대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강행함으로써 기업들의 재정부담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졌다. 회사 문을 닫든지 아니면 해외로 나가든지 그렇지 않고 국내에 남으려면 연구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변곡점에 섰다. 우리 기업들의 연구개발 중요성과 활로를 짚어본다. 

 

택시 운전자 2명이 택시 카풀제 실시에 절망해 자살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이른바 4차 혁명 기술에 의해 가능하게 된 공유경제의 희생자인 셈이다. 4차 혁명 기술을 혁신의 대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정부의 대책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게 택시 운전사 월급제인데 정부든 기업이든 재정적 부담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걱정스럽다. 기술발전의 추세로 보면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 차의 등장은 곧 눈앞의 현실이 될 것이다.


정치가 기술발전의 희생자 중심으로 이뤄지면 사회 전체가 낙오하게 된다. 경제 양극화를 해소한다고 창조적으로 열심히 일해 돈을 많이 번 기업과 사람들을 중세로 끌어내리면 경제 자체가 쇠퇴해 결국 일자리가 줄게 된다. 정치와 경제정책은 기술발전에 맞춰서, 앞에서 끌어가는 식으로 전개될 때 경제 전체가 살고 일자리도 늘어난다. 희생자 중심으로 정부 예산이 사용되면 너도나도 희생자라며 지원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게 뻔하다. 그리되면 열심히 하던 선두 주자들이 의욕을 잃어버리거나 해외로 이탈하게 된다.


오늘날의 일자리 정책과 과거의 일자리 정책은 다르다고 본다. 과거 대량생산, 대규모 고용, 거대 이익 산출, 높은 기업 생존율, 느린 기술변화의 시대라면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시간적 간격을 두고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게 판이하게 달라졌다. 자고 나면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고 뜻밖의 신상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온다. 노사가 힘을 합쳐도 외부환경에 대처하기 버거운 시대임을 잊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연구개발에 올인 해야 하는 시대다

 

얼마 전 BBC월드가 전쟁의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리비아의 청년들이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를 방영했다. 여성들로 구성된 창업팀을 비롯해 첨단 기술을 이용한 기술창업팀 등 참가자들이 5주간 준비하는 과정을 밀착해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나라의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땀 흘려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은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의 아이템과 프레젠테이션 수준이 무척 높았다는 것이다. 우리 청년들도저 정도로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조차 들었다.

 

사실 원천기술을 발견하기 어렵지 응용기술과 비즈니스 기술은 상대적으로 쉽다. 더욱이 4차 혁명 기술의 성격이 배우고 응용하기 쉽다는 데 있다. 지금 로봇과 인공지능의 비즈니스 기술개발은 아프리카와 동유럽 등 전 세계의 저개발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수준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드론 안띄우는 나라가 없고 3D프린팅을 하지 않는 저개발 국가가 있을까 싶다.

 

과학기술의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상당히 앞서 있다고 착각하다간 큰 코 다치는 수가 있다. 비즈니스가 가능한 기술개발은 기술 자체보다는 기업가정신과 창업 환경이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중국은 인공위성을 달에 쏘아 보낼 정도로 뛰어난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또 시장개혁정책 이래 중국은 왕성한 창업정신과 우리나라보다 더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이 덕분에 비즈니스 기술에서 중국은 이미 한국을 따라잡았거나 추월하고 있으며 조만간 한국의 모든 비즈니스 기술을 앞서갈지도 모른다.

 

비즈니스 기술은 로컬 시장의 수요가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외국 기업이 그 나라의 시장에 침투해 잠식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퀄컴, 삼성, LG처럼 기술과 가격 면에서 월등히 앞서지 않으면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기가 어렵다. 그동안 한국 기술은 후진국들보다 월등히 앞서면서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기술은 비슷해지면서 가격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한국의 연구개발은 잘 되고 있나?

 

GDP 대비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 비율 세계 1위, 절대규모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의 연구개발의 결과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이웃 일본은 해마다 과학부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다시피 하고 있는데, 한국은 감감무소식이다. 우리 경제에서 기술창업으로 성공한 대기업은 네이버, 카카오, 게임회사들 빼고는 전무하다. 한국 기업과 공공 연구기관들의 연구개발 투자는 그저 선진국의 원천기술을 가져다가 업그레이드 하거나 ‘공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기존 기업들 중에서 삼성전자, LG, 현대차, SK, 제약회사들이 연구개발에서 성과를 내 겨우 체면을 살려주고 있는 것 같다.

 

연구와 개발을 섞어서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구와 개발의 개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간단히 말해 연구는 원천기술, 응용기술을 ‘논문’이란 생산물로 표현하는 것이고 ‘개발’은 수익과 구체적인 편익을 가져오는 제품이나 서비스,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연구’ 작업은 분석하고 세분화되는 속성을 띠고 있다고 하면 ‘개발’ 작업은 종합적이고 시장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완제품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연구개발에 대한 문제와 방향을 교수들과 박사들이 뭉뚱그려 주장하다보니, 연구 중심으로 얘기하기 쉽다. 연구 중심이 된다고 하면 논문을 많이 쓰자는 결론에 도달한다. 논문이 실제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건 완전히 딴 얘기는 아니지만 한참 거리가 있다. 그 간격을 좁히려면 또 다른 시간과 예산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방향과 목표가 다르다는 사실이 너무 간과되고 있는 것 같다.


개발은 공학자와 엔지니어, 현장의 기술자와 연구자들이 주도하는데 이들은 ‘조용히’ 일만 하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다 보니 한국의 연구개발이 제 방향을 잡지 못하고 ‘고비용 저성과’의 늪에 빠져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지금 뉴튼이나 다윈보다는 제임스 와트, 에디슨이 더 절실히 필요해 보이는데 한국의 과학기술 방향이 분명치 않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지금 부상되는 것은 원천기술의 숙성기간이 끝나서 지금은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한 응용기술과 융합기술, 수익 창출형 개발로 그야말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확대일로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계절로 치면 한여름의 활엽수 기간과 가을의 수확기가 중첩된 시점에 있다. 전문가들도 자기 분야의 가까운 미래를 장담하지 못할 만큼 속도가 빠르고 융합의 가짓수가 늘어나고 있다.

 

고임금 시대엔 연구개발에 사활 걸어야

 

이제 최저임금을 되돌릴 수도 없다. 엎질러진 물이다. 쓸어 담을 수도 없다. 보수쪽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순차적 또는 차등 적용을 하라고 말은 쉽게 하지만 늦었다. 혼란을 더 초래 할 수도 있다. 기업은 고임금을 감당하고 이익을 내려면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중간 노동자들의 품질개선으로는 턱도 없다. 근무시간도 줄었는데 연구개발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연구개발을 통한 히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야만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보장할 수 있을 뿐이다. 연구개발은 오직 창조적 전문가들만이 할 수 있는 냉혹한 현실에 처해 있다. 정부도, 노동자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최저임금 정책이 빚어낸 ‘굿 이펙트’다.

 

R&D도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이다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을 보면 정주영, 이병철 창업주가 생각난다. 런정페이 회장은 군인 출신으로 43세에 화웨이를 창업해 10년 만에 세계적인 종합 통신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일본이나 어느 나라고 간에 통신회사는 로컬 기업이다. 화웨이는 로컬 기업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지금 보안 문제를 이유로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견제를 받고 있는데, 화웨이가 이를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탄탄한 내수가 뒷받침되고 기술력이 있는 한 화웨이는 현재의 난관을 뚫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의 성장 과정을 보면 글로벌 기술기업의 성공 요인은 오너의 리스크 테이킹에 있음을 새삼 일깨워준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할 때 이병철 회장 외에는 누구도 성공을 점치지 않았다. 거북선이 그려진 지폐 한 장으로 조선 산업을 일궈낸 정주영 회장의 뱃심이 한국 제조업의 신화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 우리에겐 어느덧 먼 얘기가 되고 있다.


박사들끼리 모여서 하는 연구개발로는 국제적 논문 외에는 쓸 게 없지 않은가 라고 하면 지나친 말이 될지 모르겠다. 연구 개발자에는 두 타입이 있다고 본다. 첫째는 진리 추구형이고 둘째가 리스크 테이킹형이다. 진리 추구형은 정부 지원 없이도 자기가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다. 뉴튼과 다윈, 패러데이와 같이 주로 학자들 중에 많다.

 

우리나라의 진리 추구형 연구개발의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시원찮다. 언론 기사를 보면 한국의 연구개발 수준이 세계최고인 걸로 자화자찬 일색이다. 리스크 테이킹은 오너 기업가들이 한다. 한국이 그동안 잘해왔던 기술 추격형 연구개발은 엄밀히 말하면 리스크 테이킹은 아니다. 도입 기술은 선진국 기업들이 개발해서 시장 수요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것이기 때문에 만들기만 하면 판매할 수 있었다. 오늘날 한국의 전자산업이란 게 일본과 미국 기술을 가져와서 싸게 만들어 팔면서 기술 축적을 해온 것이지 않은가. 이제 한국은 눈에 잘 보이지 않은 잠재시장, 미래시장의 수요를 보고 리스크 테이킹을 해야 한다.


강조컨대 4차 혁명 기술시대에는 기술창업가가 경제를 발전 시킬 것이다. 그들은 ‘몰입’을 하기 때문에 중간급 노동자들과는 다르다. ‘몰입’은 오너 기업가나, 보수와 상관없이 그 일이 좋아서 미친 듯이 일하는 장인적 기술자와 전문가들에게 나타나는 특질이다. 적당히 성과 내는 연구개발로는 팔 게 별로 없다. 논문으로는 가능해도 남의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개발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몰입’이 정답이다.


시장 수요에 부응해 판매가 가능한 연구개발을 해내야 일자리가 창출된다. 4차 혁명시대에서는 기존 기업의 일자리는 이전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에 머무는 한 줄어들 것이고 창업기업들이나 혁신하는 기존 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과학기술의 생활화와 혁신 문화의 저변화 절실

 

이제는 무슨 일이든 프로페셔널이 해야 한다. 적어도 팀장은 프로페셔널이 해야지 중간 노동자들이 연수 오래됐다고 장으로 올라서는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그건 프로들이 하는 일이 아니다. 지금 단순 및 중간 노동자들은 전부 4차 혁명 기술을 배워 직업을 바꾸거나 기존의 직업의 속성을 재창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라나는 세대들은 전공 불문하고 코딩언어와 알고리즘 기술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을 배우려면 사전에 왜 그 기술을 알아야 하는지, 어디에 쓸 것인지, 그 기술을 사용해 제품과 서비스, 콘텐츠를 만들면 소득과 수익이 가능할 것인지를 가늠해봐야 한다. 이런 탐색은 누가 해주는 게 아니고 스스로 해야 한다. 한국인은 스스로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데도 타인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암기 교육만 받아오고 스스로 문제를 풀어본 경험이 적은 탓도 클 것이다.


과학기술의 생활화, 1인1기 운동은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구호였던 것 같은데, 지금 한국은 과학기술 전공자와 직업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축소된 것 같다. 이스라엘을 보면 전 국민이 과학기술의 연구 개발자이고 기술창업가가 아닌가 할 정도로 놀라울 뿐이다. 한국인과 한국경제의 꿈이 외국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보다 너무 협애하고, 이기적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민주화를 이룬 한국에서 과학기술과 혁신문화를 통한 코리안 드림을 다시 한번 담대하게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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