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원 기자】지난 2월과 3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매일 관련 보도가 말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동시에 부정확하고 자극적인 보도가 무분별하게 퍼지는 인포데믹(infodemic)이라는 말도 함께 유행했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로, 잘못된 정보가 미디어와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하게 퍼져나가는 것이 전염병과 유사하다는 데서 만들어진 말이다. 일부 잘못된 보도로 코로나19 확진자의 불필요한 피해자 신원 노출,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확산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감염병 확산 시 언론 보도 중요
지난 두 달 동안 언론 대부분은 코로나19에 관련 보도였다. 매일 추가로 발생하는 확진 환자에 대한 개인정보와 환자의 동선을 포함한 지역 정보가 넘쳐났다. 보도채널에서는 매일 의학전문가가 나와 코로나19에 대한 의학정보와 예방법 등을 전달했으며, 특히 마스크 및 손세정제 등 위생용품의 수급 상황까지 각종 보도가 쏟아지면서 ‘마스크 대란’이 라는 말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문제는 정확성이다.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서만 발생하는 재난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발병 시 격리돼 치료해야 하는 감염병과 같은 재난은 무엇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가 요구된다. 그러나 일부 언론사들은 지나친 속보 경쟁 속에 확인되지 않고 불명확한, 종종 내용이 없는 자극성 헤드라인 속보로 많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다.
영국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9’에 의하면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에 있어 우리나라는 신뢰 22%, 중립 42%, 불신 36%로 38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응답한 38개국 평균이 신뢰 42%, 중립 30%, 불신 28%인 것과 비교해 보면 뉴스 신뢰도가 매우 낮은 셈이다. 하지만 국민은 신종 감염병에 대한 정보는 결국 언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처럼 불안감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속보 경쟁·자극적 보도·혐오 확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보도한 언론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우선 짚어야 할 부분은 지나친 속보 경쟁으로 인한 부정확한 보도다.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감염병은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속도보다는 정확성이 전제돼야 한다. 지나친 속보경쟁으로 인해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채로 부정확한 보도가 이루어질 경우 그 결과는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거나 내용 없는 헤드라인을 속보로 내보내기보다는 감염병 예방이나 행동수칙 등을 반복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울러 허위조작된 감염병 보도를 분별하기 위해 계속된 팩트체크와 교차검증도 필요하다. 전문가의 말이나 과학적 연구 결과의 인용, 그리고 통계를 이용한 보도의 경우에도 검증은 필수다.
특정 전문가의 개인적인 견해는 아닌지, 연구 결과가 많은 전문가가 찬성하는 것인지, 통계에 대한 해석이 제대로 된 것인지 등에 대한 기본적인 확인 후에 보도할 필 요가 있다. 또 하나는 공포를 조장하는 자극적인 보도다. 예를 들면 ‘지카 바이러스’를 ‘소두증 바이러스’로, ‘야생진드기’를 ‘살인 진드기’로, ‘다제내성균’을 ‘슈퍼박테리아’로 보도하는 것처럼 감염병 관련 보도에 있어 자극적인 용어가 높은 빈도로 나타난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있었다.
감염병은 용어 자체에서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감염병 보도는 사건 중심의 상황에 대한 보도 못지않게 예방과 치료 등에 관한 정보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전문 가들은 지적한다. 감염병 확진자에 대한 통계나 진행상황에 대한 정보는 사실에 근거해 정확하면서도 단순하게 전달해야 한다. 또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 추측하거나 과장하는 보도는 삼가야 한다.
또한 검증되지 않은 마스크 예방 효과부터 자가 진단법까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정보들을 언론이 무분별하게 보도하는 것은 감염병에 대한 대처를 돕기보다는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실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 여부와 그 효능이 언론에 출연하는 전문가들마다 달라 국민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불필요한 피해자 신원 노출 및 혐오 확산도 문제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에 대한 역학조사의 필요성 때문에 이동 동 선이 공개되면서 피해자의 개인 정보 및 신원 노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개인에 대한 식별이 가능해지는 순간 피해자에 대한 낙인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특히 환자의 사진을 직접적으로 노출한다거나 피해자의 가족들에 대한 개인정보를 보도하는 것이 필요한 것인 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일부 언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낙인효과를 우려해 발병 초기 불리던 ‘우한 폐렴’에서 병명에 지역 이름을 빼 고 ‘COVID-19(코로나19’로 명칭을 공식 확정한 이후에도 상당 기간 ‘우한 폐렴’, ‘우한 코로나’ 등으로 사용했다.
자율적 규제 있지만…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법률적으로 다루는데 있어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와 밀접한 만큼 신중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안은 언론 스스로 자율적인 규제를 만들어 실천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국신문협회와 한국방송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재난보도 준칙’을 제정한 바 있 다.
이 준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난 정보를 제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을 언론의 기본 사명 중 하나로 보고, 재난 보도가 피해의 확산을 방지하 고,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는데 무게를 뒀다. 또 피해자의 명예나 사생활 등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어야 함을 명시하는 등 앞서 언론보도의 문제 점으로 지적된 부분들을 규제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발생 상황에서도 한국기자협회는 ‘코로나19 보도준칙’을 배포했다. 코로나19 취재 및 보도 시 기자의 안전 유의,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적 정서를 배제하기 위해 감 염병의 공식 명칭 사용, 허위조작정보의 차단과 인권침해 및 혐오와 불안을 유발하는 자극적 보도 자제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하지만 만든 준칙을 지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는 2012년에 당시 보건복지부 출입 기자단과 공동으로 ‘감염병보도 준칙’을 제정했다. 이 준칙에는 감염병 보도의 정확성, 의료기관 및 예방법 등의 정보 제공, 감염병 관련 연구 결과 보도, 감염 가능성 및 감염인에 대한 보도, 감염병 보도에서 주의가 필요한 표현 등에 관해 명시돼 있다.
특히 감염병 보도에서는 감염병의 규모, 증상, 결과 및 여파에 대해 과장하거나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을 자제하도록 권고한다. 기사 제목에 ‘대혼란’, ‘공포’ 등의 단어와 자극적인 수식어를 삼가도록 하고, ‘~병처럼’과 같은 다른 감염병과 비교하는 표현을 오인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 8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 언론 보도는 이 준칙을 지 켰는지는 의문이다.
법적 심의와 함께 자율규제 더 강화해야
스스로 내부에서 만든 준칙을 지키지 않으면 결국 외부에서 법적으로 강제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 방송의 공정성 및 공공성 등에 대해 심의하는데, 이 규정 중 제24조의2부터 제24조의4는 ‘재난 등에 대한 방송’ 심의에 관한 조항이다. 해당 조항은 재난 등에 대해 방송을 할 때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피해자 또는 그 가족과 시청자의 안정 등을 저해할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 되며, 피해자 등의 인권을 최대한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코로나19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염병으로 사회재난으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대한 방송은 이 규정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지난 2015년 발생했던 메르스 감염병과 관련해 방송심의는 총 3건이 있었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 중 경고를 받은 방송은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의 사망을 속보로 전달한 것이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나, 언론의 부정확한 속보 경쟁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사례라는 점이다. 결국 언론 내외부에 감염병 보도 준칙은 이미 존재하지만 이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데 핵심적인 문제가 있다.
김여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감염병 보도의 문제들은 무엇보다 언론사들이 자율적으로 보도 행태를 개선해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면서도 “그러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의 개정을 통한 방송심의 강화와 언론의 자율 규제 강화가 동시에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한다. 김 조사관에 따르면 우선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의 재난 방송 부분을 개정해 심의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당 규정이 자연재해 및 사회 재난과 민방위사태를 재난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감염병이 재난의 한 유형으로 포함되고는 있지만, 감염병이라는 특수한 재난에 대해 적용하기에는 충분히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김
조사관은 “기상재난을 별도로 명시한 것과 같이 감염병 관련한 조항을 신설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라며 “특정 시기에 일부 지역에 주로 발생하는 자연재해와 달리 감염병의 경우 불특정한 시기에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는 위험이 있고, 특히 언론보도로 인한 공포나 혐오가 확산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별도의 조항을 통해 방송심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언론사 자체의 자율적 규제도 지금보다는 강화해야 한다고 김 조사관은 강조했다. 기존의 재난 보도 준칙 외에 감염병에 관한 별도의 보도 준칙을 새롭게 마련해 언론사의 자율적인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학계 및 언론사 등이 함께 보도의 내용과 방식부터 취재기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방법까지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 조사관은 “무엇보다 보도의 대상이 모든 국민이기 때문에 연령, 지역, 문화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효과적인 감염병 관련 정보 전달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라며 “바이러스 및 감염병과 같은 감염정보에 대한 이해력(바이러스 리터러 시)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염병 보도준칙은 권고에 그칠 수 있지만, 언론계가 이를 엄격하게 지키고 실천할 때 감염병에 대한 대응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동시에 언론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MeCONOMY magazine 4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