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는 Trans-Pacifc Partnership의 약자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즉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통합협력기구를 의미한다. 2005년 6월 출범 당시 4개국(뉴질랜드, 싱가포르, 브루나이, 칠레)으로 시작하였으나, 현재 TPP 회원국은 미국, 캐나다, 베트남, 멕시코, 일본, 페루, 칠레, 말레이지아, 호주, 싱가포르, 뉴질랜드, 브루나이 등 총 12개국이다. TPP는 2015년까지 회원국 간의 무역장벽을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원산지 규정, 무역규제조치, 기술 장벽, 서비스부문무역, 지적재산권 등이 포함되어있다.
TPP는 2013년3월 일본이 TPP에 협상참여를 공식선언하면서,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게 되었다. 향후 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메가(Mega)톤급 자유무역협력기구로 새롭게 탄생하면서, 이 지역의 새로운 무역통상규범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번 달 5일, 아시아의 주요경제국가 중 중국과 한국을 배제하고 TPP 협정이 타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한국의 10대 수출국 가운데 6개 국가가 TPP에 참여했다. 즉, 우리나라 올해 수출액 중에서 2위 미국, 4위 베트남, 5위 일본, 6위 싱가포르, 8위 멕시코, 10위 호주 등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미국, 베트남 등의 국가와 FTA(자유무역협정)를 개별적으로 맺었지만, 일본은 이번 TPP를 통해 한 번에 태평양 연안 12개 나라와 동시에 FTA를 맺은 모양이 되었다. FTA가 국가와 국가 간의 무역협력기구하고 하면, TPP는 지역 단위 무역협력기구로 더 큰 지역을 아우르고 있다. TPP가 차지하는 경제규모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에 이르고, 교역 규모는 25%에 달한다. 그동안, 한국은 우리와의 주요 무역 상대 국가들과 FTA를 맺음으로써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를 지니고 있었다. 예를 들면, 한국은 한·미 FTA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관세 혜택을 누렸지만, 일본은 지금까지 그렇지 못했다. 즉, 지금까지 한·미 FTA를 통해 미국시장에서 일본에 비해 한국이 이익을 보던 분야들이 한꺼번에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한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은?
미국과 일본과의 TPP 체결로 미국은 일본산 자동차 부품의 최대 82%에 대해 2.5%의 수입관세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TPP 협정으로 일본이나 베트남과의 수출경쟁이 심하고 국내 생산 비중이 큰 업종일수록 TPP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측된다. 예를 들면 경쟁국의 수출품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으면 경쟁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은 낮아지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TPP 참여시 경제효과는 10년 후 실질 GDP는 1.7% ~ 1.8% 상승, 년 간 2억~3억달러 무역수지개선, 연간 1조원 생산증대가 예상된다. 반대로 불참 시에는 10년 후 실질 GDP는 0.12% 감소, 무역수지는 년 간 1억달러 이상 악화, 생산효과는 연간 4천억원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고 발표하였다.
TPP에 가입하려면 현재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신규국가의 가입여부가 결정된다. 현재 TPP회원국 중에서 가장 영향이 있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중국경제의 성장세를 경계하는 미국과 일본의 전략적인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가 TPP에 참여하지 못한 이유는 2012년 까지는 이명박 정부 때 TPP회원국 중 무역영향력이 가장 큰 미국과 FTA 국회 비준 문제로 국내 상황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일부 시각에서는 중국경제성장을 견제하는 미국과 일본이 이를 TPP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즉 중국의 아시아 및 전세계적인 경제파급효과와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막고 아시아권의 경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지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이 주도하는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도 늦게 가입했을 뿐만 아니라, TPP 가입에도 초기에 주도권을 상실한 채 머뭇거리고 있는 모양이 되었다. 일반인들의 눈에는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 전쟁에서 자꾸 뒤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올해 3월 AIIB 가입 때에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두 나라의 눈치를 보는 것이 언론에 계속 노출되었다.
日, 메가경제권 만들면서 영향력 확대
그동안 한국이 TPP가입을 머뭇거린 이유는 중국과 유럽연합(EU)과의 FTA 체결, 일본과의 갈등과 외교마찰 등이 작용했다. 또한 가장 큰 이유는 일본 국내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큰 요인이었다. 그러나 TPP가 체결되면서 한국의 참여는 불가피해 보이며 일본과의 정면승부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TPP 협정 내용 중에는 노동·환경과 지적재산권 등에 관한 국제 기준이 만들어져 있어, TPP 협정 체결 국가는 단체협상권·최저임금·작업장 안전 등을 보장하며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환경조항에서도 야생동물의 밀거래와 불법어로 및 수자원 남획이 금지되고 있다. TPP는 무역협정 사상 가장 강력한 노동·환경 규정을 포함하고 있으며, 회원국들은 이들 규정들을 준수해야 한다. 또한 TPP안에는 그동안 중국 등에서 등한시 했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도 인터넷 개방 원칙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는 TPP의 노동 및 환경 관련조항 들이 중국에 대한 보이지 않는 압력을 의미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즉, 미국과 일본이 합세하여 세계 경제 2위인 중국 경제 아킬레스건인 노동과 환경 분야의 민감하고, 약점인 부분을 찌른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을 세계 경제 통상 규칙에 묶어두기 위한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TPP를 통하여 미국과의 협력을 얻어내는 동시에 미국시장 진출이 쉬워지는 경제적인 실리까지 챙기는 성과를 거두었다.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TPP는 물론 RCEP(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더 나아가 FTAAP(아태자유무역지대) 등으로 더 큰 메가경제권을 만들어가면서 영향력 확대에 혈안이 되고 있다.
우리가 갈길 분명하고 확실하게 제시해야
한국은 수출 주도형 국가로 먹고사는 입장에서 이미 TPP 참여가 불가피해 보인다. RCEP 협상에는 이미 당사국으로 참여중이서 다행이다. 그러나 TPP 가입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산업 피해를 최소하면서 농업 등 취약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협상전략을 준비해야 되는 시점에 와있다. TPP 발효까지는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으므로 이번 기회에 각 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각국의 수출시장에서 일본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신기술과 신상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가 요구된다.
향후 나라간 및 지역간에 무역 장벽이 무너지고 관세규제가 대폭 해제되면서 대륙별 무역경제협력기구 등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지구촌의 패권을 놓고 서로 기득권을 차기위한 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이 아시아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일본을 끌어들이고 일본 역시 자기의 이익을 위해 미국을 이용하는 전략에 우리가 휩싸여 진퇴양난의 모습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미국이 중국과의 군사경쟁 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우리가 가야할 길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제시하여야 한다.
MeCONOMY Magazine November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