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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인천 2호선, 시민 안전 담보?

인력부족에 노동청 작업중지명령까지


인천에 두번째 지하철이 생긴다. 서구 검단오류역부터 남동구 운연역을 잇는 노선으로 인천1호선은 물론, 서울 1호선과 7호선, 공항철도와도 환승체계가 구축 돼 인천시민들의 발 노릇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시민들의 기대와 관심 속에 개통을 앞두고 있는 인천2호선이 최근 석연치 않은 사고와 의혹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그 속으로 들어가 봤다.


동북아의 허브, 인천광역시에 새로운 대중교통 노선이 추가된다. 7월30일 개통을 앞두고 있는 인천 지하철 2호선이 바로 그것. 인천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과 불과 28km 떨어져 있고, 인천항, 인천국제공항 등이 들어서 있는 교통의 요지로, 그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인구 300만에 육박하는 인천 시민들의 교통 편리를 위해 인천시가 7년여간의 공사를 마치고 인천2호선을 개통한다.


서구에서 남동구까지, 7월30일 인천2호선 개통


인천은 서울1호선, 인천1호선에 이어 가장 최근에는 서울7호선 연장공사까지 이뤄지면서 인천시민들의 생활에 활기를 더했다. 그리고 인천시의 오랜 염원이었던 인천지하철 2호선이 총사업비 2조 2,592억원(국비 1조3,069억원, 시비 9,513억원)을 투입해 7월30일 05:30 첫차 운행을 시작으로 전면 개통된다.


인천2호선은 무인운행열차로 서구 검단오류역을 기점으로 인천시청역을 지나 종점인 남동구 운연역을 잇는 노선으로 총연장은 29.2km에 이르며, 정거장 27개소, 차량기지·주박기지 각 1개소 규모로 건설됐다. 인천시는 인천도시철도 2호선이 개통되면 공항철도(검안역), 서울도시철도 7호선(석남역, 2020년 예정)과 서울메트로 1호선(주안역)은 물론, 인천도시철도 1호선(인천시청역)과의 환승체계가 구축돼 도시교통난 해소 및 다른 교통수단의 수송 분담율을 감소시켜 도심교통 혼잡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인천 시민들은 그간 지하철이 다니지 않아 불편했던 서구와 남구 및 남동구지역 이동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될 것이라며 큰 기대를 보이고 있다. 서구 주민 박성수 씨(29세)는 “남동구로 출퇴근을 하는데, 안 막힐 때는 자가용으로 몇 십분도 안 걸리는 거리인데,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시간이 훌쩍 넘게 걸리곤 한다”며 “인천2호선이 개통되면 빨리 이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는 이번 인천2호선은 가장 최신지하철 시설로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휠체어, 유모차의 통과가 가능한 개찰구, 아기수유실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원격제어가 가능한 비상 시스템과 차량마다 화재 감지기 및 소화 설비를 갖춰 안전을 더했다고 밝혔다. 또한, 도시철도 역사 내 국내 최초 지열시스템을 적용한 냉·난방 시설로 에너지 절약을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철도건설 본부 관계자는 “인천도시철도 2호선 개통은 신·구 도심의 지역 균형발전과 함께 역세권 주변의 유동인구 증가로 침체된 상권이 활성화되는 것은 물론, 기업유치에 유리한 정주 여건이 조성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구의역 사고, 생명·안전 관련 업종에 경종 울려


지하철은 대중교통으로서 공공성을 가진다. 또한 수많은 시민들이 사용하는 시설인 만큼 시민들의 안전은 그무엇보다 최우선시 돼야 한다. 하지만 그간 우리 사회는 ‘안전 불감증’이 만연하며 미래에 닥칠지 모를 ‘안전사고’ 보다는 당장의 편의와 효율성을 더 강조해 왔다. 그리고 지난 5월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발생한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던 김모씨가 열차에 치어 사망하는 불의의 사고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전과 공공성에 대한 인식에 경종을 울렸다. 구의역 사고가 단순 부주의였다기 보다 열악한 작업환경과 관리 소홀로 인한 것이었음이 드러나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의 직접고용 등에 관한 법률안’,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등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철도, 도시철도, 항공운수산업 중 국민의 생명안전업무와 수도, 전기, 가스, 병원, 산박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한 업무의 경우 기간제 및 파견, 외주용역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내용을 담고 있다. 더민주 을지로위원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관련된 일에 있어 위험마저도 외주화 시키고 생명과 안전도 회수할 비용이라는 야만적인 구조를 깨뜨리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며 ‘생명안전 유해위험업무의 외주화 방지’ 법안을 줄지어 발의했다.


5월21일, 인천지하철2호선 시범운행 중 추돌사고 발생


구의역 사고의 충격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5월30일, 인천시는 인천지하철 2호선에서 시험운행 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선행 차량이 멈춰있는 상황에서 후발 차량이 추돌한 것으로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는 이번 사고가 시공사인 현대로템 측 기관사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라며 기관사 개인의 잘못으로 추돌사고의 원인을 돌렸다. 이번 사고는 인천시가 발표를 한 날의 9일 전인 5월21일에 발생한 사고였으며, 인천교통공사는 사고에 대한 정확한 자료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기관사 과실이었다고 설명하면서 인천교통공사노조는 공사가 사고를 축소하려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 유정복 사장 인천지하철 스크린 도어 현장 점검


이번 사고의 자세한 발생 경과는 다음과 같다. 개통을 앞두고 무인안전을 시험하던 기관사들은 운연 차량기지에 있는 열차들을 서구 오류동 주박기지로 보냈다. 무인운행이지만 시범운행 중 이기에 열차에는 기관사들이 한 명씩 타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첫 번째 출발한 열차가 신호시스템과의 통신이 단절되면서 멈춰 섰다. 이에 두 번째 열차는 비상제동이 걸렸지만 세 번째 열차는 비상제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두 번째 열차를 들이 박았다. 사고가 난 열차 기관사들은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추돌한 열차의 차량 연결기가 파손되고 열차 2~4량은 하부프레임이 틀어져 수리하는 데만 수개월 이상 걸리고 수리비도 20억원이 넘게 나올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한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을 위한 시민대책위’는 시범운행 당시 시간이 촉박하고 수동 운전할 기관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운전시격을 좁게 출고시켰고, 결국 워낙 좁은 운전시격으로 인해 비상제동에도 불구하고 추돌사고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노동당 인천시당에서도 성명서를 발표해 “이번 추돌 사고는 효율과 비용만을 생각해 무리하게 인력을 감축해서 생긴 사고”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인천교통공사노조 김대영 위원장에 따르면 “열차에는 열차 간 간격을 일정 정도로 유지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시스템에 이상이 있지 않는 한 그런 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며 “수동운전 과정에서 통신 장애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도 기관사의 부주의보다는 시스템의 문제가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덧 붙여 “자세한 사고 경위를 알고 싶어도 공사 측에서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예측만 할 뿐이다”고 말했다.


최소 적정 인원에도 못 미치는 인력 … 추경예산 편성하면 그때 가서 충원?


이번 사고를 기점으로 인천2호선과 관련된 문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밝혀지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5월21일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됐던 인력부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2015년 인천발전연구원은 인천2호선의 적정 운영인력 정원이 491명이라고 발표했고, 인천시도 최소 적정인원이 413명 이상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교통공사는 현재 368명의 인력만을 확보한 상황이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인천2호선은 열차도 무인으로 운행하면서 역사근무 인원도 단 한 명만을 배치했다. 전체 27개 역사 중 21개 역사가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승무원이 탑승하지 않은 열차가 지하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과연 시의적절한 사고대처가 가능할지
에 대한 의문이 든다. 또 한 명의 역무원이 홀로 역사를 지키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도움이 필요한 교통약자들을 돕고, 또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대처해야 하는데 과연 이것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인천교통공사노조 김대영 위원장은 인천 2호선의 1일 평균 수송인원이 26만명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출퇴근 러시아워 시간에 비상상황이 발생할 때 역사에 역무원 혼자서 비상상황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밝히며 “공사에 지속적으로 인원 확충을 요구했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또 “인천지하철 2호선 인력 확보를 위해 숙련인력이 일부 2호선으로 배치되면서 보이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적정 인원 이하 수준의 인력운행이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인천지하철 2호선처럼 무인열차를 운행하고 있는 부산 4호선은 기관사면허소지 역무원을 배치해 직원 1인당 수송인원이 100명이 되도록 유지하고 있다. 대구3호선의 경우에도 무인열차를 운행하고 있지만 열차에 안전요원을 탑승시키고 있고 직원1인 당 수송인원은 142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천 2호선은 기관사면허소지 역무원을 절반만 배치하고 있고, 직원1인당 수송인원도 현재 707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1일 정의당 이정미의원은 인천2호선 사고 현장을 긴급 방문해 인력부족 문제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에 대한 인천교통공사의 대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공사 관계자는 “현재 예산으로 인해 최소 적정인원만으로 운영하고 사후에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그 말씀은 사고가 난 후에 보완하겠다는 것으로 위험천만하다. 시민의 안전 문제는 사전적 예방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질책했다.


인천교통공사가 이처럼 예산을 핑계로 시민들의 안전을 뒷전으로 미루면서 노조와 시민단체는 적정한 인력운영과 안전보장을 위한 기술 인력 확보를 재촉하고 있다. 이에 인천교통공사는 임시안전요원을 고용하는 내용의 3개월짜리 용역 계약을 체결해 무인열차 내 안전요원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요원은 평일 왕복 230회에 달하는 2호선 열차에 올라 안전관리, 비상상황 조치 등을 맡게 돼 사실상 승무원에 가까운 열할을 하게된다. 이에 대해 김대영 인천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은 “초창기에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자 교통공사가 3개월 임시직을 안전요원으로 투입했다”며 “공사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논란이 잠잠해지면 임시직 안전요원을 없앨 생각이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구의역 사고 이후 안전 분야에서는 정규직 채용이 대세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 교통공사의 대처는 거꾸로 가고 있다.


감전예방시설 미설치로 기관사 위험에 노출 돼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6월1일 이정미의원의 현장 방문 중 운연 기지국 차량검사고에서 트랜스존 차량 집전판(750볼트 고압)에 감전 예방시설이 일부 설치되지 않은 채 노출된 것이 밝혀졌다. 인천지하철 2호선은 전차선로 아래로 고압전류(DC 750V)를 공급받아 열차에 동력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집전판이 전차선로 좌우에 있다. 무인운행 전동차가 차량기지로 도착하면 기관사가 탑승해 유인운전을 해 검사고로 이동해야 하는데, 이때 전동차에 탑승하기 위해 선로 근처를 지나가야 하는 직원들은 선로 위 고압전류에 감전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직원이 이동할 수 있게 절연체로 만든 안전가이드를 차량 좌우에 설치해야 하는데 이 안전 장치가 일부 설치되지 않은 것이다. 이날 이정미 의원은 완전 노출된 집전판으로 노동자 안전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물었지만 공사 측은 “10월초 인천시에 추경(5천4백만원)편성이 예정돼 있다”며 “그때까지 안전교육으로 대처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이정미 의원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산업안전보건 관리감독을 요청했다. 그리고 지난 6월23일부터 28일까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인천지하철에 대한 산업안전 특별감독을 실시했고 23일에 인천지하철 2호선 운연 기지국내 ‘트랜스존’과 ‘기취장치(공기 청소기)’관련 ‘접촉에 의한 감전 발생’위험으로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인천지하철 2호선이 끊임없이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애초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는 우려와 불안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지난 6월22일 돌연 인천교통공사 이정호 사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인천교통공사에 대한 시민들의 의혹과 불안은 절정에 달했다. 시 고위직에서 활동하다 인천교통공사 사장이 된 이정호 사장은 대표적인 ‘관피아’였다. 잇따른 인천2호선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그가 개통을 한 달여 앞두고 아무런 대책 없이 사의를 표하면서 그 이유를 두고 갖가지 추측이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인천교통공사 경력경쟁 시험 채용에서 합격한 3명의 외부 인사 가운데 이 사장의 조카가 포함된 것이 드러나면서 ‘채용비리’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


인천2호선, 7월30일 정상 개통 가능한가?


고용노동부의 작업 중지 명령, 개통 한 달을 앞 둔 시점에서 인천교통공사 사장의 사의까지. 7월30일 개통을 앞둔 인천지하철 2호선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시는 인천지하철 2호선의 성공적 개통을 위해 교통공사 내에 구성된 ‘도시철도2호선 개통준비 TF팀’을 시 직영체계 추진단으로 전환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추진단장은 조동암 경제부시장이 직접 맡아 개통 준비 업무를 주관한다. 시 관계자는 “교통공사 사장의 갑작스런 사의로 2호선 개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으나, 추진단의 내실 있는 운영을 통해 안전한 개통과 정상적인 운행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냥 믿고 맡기면 되는 것일까? 시민들의 가장 편리하고 친숙한 교통수단인 동시에 단 한 번의 실수가 대형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지하철. 인천시와 인천교통공사는 성과를 위한 무리한 추진보다는 시민의 안전을 위한 철저한 준비로 시민을 안심시켜야 할 것이다. 또 시민들 역시 ‘국가가 설마’라는 안일한 마음보다는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국가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두눈 부릅뜨고 항상 철저하게 확인하고 감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