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는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기준을 위반한 군부대의 과도한 얼차려 지시는 인권침해라고 판단하고, 육군 제OO사단장에게 해당 대대장을 경고 조치할 것과 진정 사례를 지휘관들에게 전파 및 교육, 유사행위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진정인 김 모씨는 2016년 2월17일 전역을 하루 앞두고 생활관에서 일명 ‘전역빵(후임병이 전역자의 양해하에 전역자를 일시적으로 구타하는 행위)’을 했다는 이유로 피진정인인 대대장으로부터 전역 당일 완전군장으로 연병장 90여 바퀴를 보행하는 얼차려를 받았고 이는 가혹행위이자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진정인을 포함한 피해자들은 전역당일 총 6시간30분 동안 250m 둘레의 연병장을 약 90여 바퀴(22.5km) 돌았다. 이는 육군의 얼차려 시행기준인 4km의 5배가 넘는 거리로 얼차려를 시행하는 동안 언제 끝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지시가 없었고, 현장에는 감독자도 없었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은 병영부조리에 대한 신상필벌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얼차려를 직접 시행한 포대장(중대장)이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식사시간과 휴식시간 등을 부여한 바 있으므로 감정적 보복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이 진정사건의 얼차려가 병영부조리에 대한 신상필벌, 부대 내 구타 및 가혹행위 등을 엄단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행된 것으로 정당성은 인정될 수 있다고 봤으나, 피진정인이 얼차려 지시과정에서 종료시간의 명확한 언급없이 주의사항 등을 교육하지 않았고 육군의 얼차려 규정을 위반해 과도하게 얼차려를 시행해 해당 병사들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를 줬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