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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인간은 왜 소통(疏通)에 목숨을 거는가?(1)

우주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존재하는 이야기다

경기도 어느 지역에 묵언사(默言寺)라는 사찰이 있었는데 그곳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소정의 수행기간동 안 입을 열어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침묵으로 몇 주, 한 달 가까이 묵언 수행을 하기는 힘든 법, 그새 못 참고 달아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는 게 주지스님의 말이었다. 그렇다면 사람은 왜 동물과 달리 말과 글로 타인과 소통하려고 하는 것일까? 아무리 인공지능AI가 등장했다고 해도 인간의 소통을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이 말과 글로 이야기를 하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우주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존재하는 이야기다

Michelle Thaller


인간의 마음은 타인과의 연결을 생각하는 것이 전부라고 할 만하다. 단 하나의 신경세포(뉴런), 단 하나의 생각 혹은 단 하나의 사실은 그 자체로는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우리가 그런 하나하나의 생각과 사실을 연관시킬 때 현실을 분석할 수 있는 것이며, 하나하나가 연결된 지도가 되어 창조의 근간(根幹)이 된다.  


수천 년 전, 우리 인간의 초기 스토리텔링을 하는 사람들은 모닥불 주위에 모여, 그들이 알 수 없는 이전(以前)부터 인간의 마음에 깃들어 있는 스토리텔링의 힘을 발견했었음에 틀림없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마치 우리의 뇌가 이야 기에 배가 고프기나 한 듯, 수많은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늘 이야기 속에서 산다.

 

 

이야기란 우리들로 하여금 지식을 조직하게 하고 그렇게 조직한 지식을 다른 이들에 게 전달하게 한다. 그래서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은 우리를 완전히 의식적으로 깨어있는 사람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이야기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진행되면서 어떤 사실과 사건을 이해하도록 하는 힘을 갖고 있다.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책의 어느 페이지든 열람할 수 있도록 해주고 여러분이 보고 있는 그 페이지의 첫 문장을 보여주시라. 그러면 그 자리에서 전체 이야기 줄거리로 연결시켜 드릴 것이다.

 

여러분은 앞으로 어떤 사건들이 어떻게 전개 될 것이고, 등장인물이 무슨 말을 할 것인가를 알게 되며 어떤 말로 끝나게 될 것인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말인즉슨, 이야기에 등장하는 전부(全部)가 단 한 곳, 단 한 문장 에 들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말하는 과거 현재, 미래 가운데 현재, 즉 현실은 오직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시간일 수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현실 속에는 그 어떤 사건도 장소도, 공간도 혹은 시간도 있을 수 없다. 우주는 홀로그 램과 유사할 수도 있으며 (그렇다 해서 우리들이 어떤 종류의 컴퓨터 가상현실의 시뮬레이션 속에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간과 시간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더 큰 전체의 일부분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나는 대학에서 일종의 홀로그램을 만들었다.

 

유리판에 빛에 민감한 젤을 묻혀 작은 꽃병의 이미지를 개발한 뒤, 서로 다른 각도에서 꽃을 보기위해 유리판을 뒤집으면서, 유리에다 레이저를 쏠 때 나타나는 3차원적 효과를 감탄어 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때 강사는 내게 유리판을 망치로 깨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하니, 유리판의 유리는 안전유리 처럼 손대면 와르르 무너질 듯 깨졌지만 원래의 유리가 조각난 채로 붙어있었는데 그 조각을 들여다보니, 모든 조각 마다 꽃병의 전체 이미지가 그대로 남아있다. 그러니까 홀로그램의 모든 지점은 각 지점마다 전체 이미지를 모두 함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홀로그램 유리조각마다 전체를 함유하고 있는 이런 사실은 바로 이야기의 깊은 본질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우리가 공간과 시간 속으로 뻗어가는 우주에 대해 생각하는 그 무엇은 바로  우리의 제한적인 뇌가 순수한 연결의 근본적인 구조를 어떻게 인식하는 것인가이다.  


나는 우주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존재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길 좋아한다. 뜬금없기는 하다만 (우주의 이야기) 페이지는 여러분이 경험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열려있고 다른 모든 페이지에도 역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주의) 전체 이야기는 모든 지점마다 내포되어 있다.

 

아주 작은 공간과 시간일지라도 그 안에서 여러분은 바로 전체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모든 공간과 시간을 함께 함으로, 하나의 이야기 안에 있다. 그러니 이제, 공간과 시간을 함께 하는 우리들이 그런 시공(時空)을 좋은 이야기로 만들어 보도록 노력해 보자.  


Michelle Thaller박사는 천문학자겸 과학 해설자다. 그녀는 나사의 ‘Goddard Space Flight Center’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