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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총포, 선박, 칩스 그리고 마스크로 본 비신축적인 유물(唯物)의 본질에 관하여

마스크 착용 의무를 공식 해제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나도 그렇다. 그냥 벗어버리자니 몸에 밴 습성을 깨기가 힘들었다. 예전 같으면 해방감으로 음식점으로 술집으로 몰려갔겠지만 오히려 손님이 줄고, 밤 11시쯤 되면 귀가를 해서 술집은 썰렁하다.

 

그동안 코로나로 매출이 떨어져 문을 닫았던 가게가 마스크 해제가 되었다고 다시 문을 열 것 같지도 않은 분위기다. 고물가 때문일까? 아니면 비신축적인 유물론의 특성 때문일까? 뉴욕 대학교의 폴 크루그먼 교수 이야기를 들어보자.

 

문제는 돈이 아니라, 공급량이야, 이 바보야

 

선적(船積) 컨테이너와 포탄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 속일 요량으로 질문을 하는 건 아니다. 정답은 이것이다. 두 가지인데, 지난 3년간 어 느 시점에서 공급량이 매우 부족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급량 부족은 현대 경제를 왠지 불안하게 만드는 꺼림칙한 뭔가가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해 주고 있다.

 

그 꺼림칙한 뭔가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 들이 생각했었던 것처럼 신축적이지 않다 는 것이다. 어째서 포탄은 신축적이지 못한 것인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면밀히 추적해 왔다. 모든 이들은 지금까지 이 전쟁이 어떻 게 일어나 어떤 식으로 가고 있는지, 그 개 요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가 지난해 2월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한 수 아래인 우크라이나의 군대를 누르고 신속하게 승리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놀 라울 만큼, 그 당시에 예상할 수 있는 러시아의 기습공격을 물리쳤고, 전쟁은 잔혹하고 포탄을 서로 쏴 대는 섬뜩한 경기처럼 변했다.

 

아무리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용감무쌍하다 하더라도 본인을 힘으로만 러시아를 상대로 한 경기를 치룰 기회가 역사적으로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우크라이 나는-나도 그렇지만-민주주의를 방어하 는 중대한 최전선으로 간주한 서방 여러 나라들로부터 결정적인 원조를 받았다.

 

그렇다면 서방은 전세를 역전시킬 만큼 충분한 규모로 원조를 제공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아마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왜냐하면, 서방 경제는 러시아의 경제보다 규모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많다면 많다고 느껴지는, 800억 달러를 썼는데-전투부대 규모 로 보면 많은 액수이긴 하지만 이는 미국의 연방 예산에서 1%보다 조금 더 많이 차지하는 정도다. 그러하므로, 우크 라이나를 돕는데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는 미국인들은 숫자를 셀 줄 모르거나 표리부동한 사람들이라고 할만하다.

 

우파 쪽에 선 많은 이들과 좌파 쪽에 선 어느 정도의 사람들은 실제로 푸틴이 이기를 원하고 있다는 소문은 절대 비밀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우크라이 나가 전투를 위해 필요로 하는 물자를 얻을 수 있게 해 줄 수 있느냐는 점이다.

 

21세기에는 어느 누구도 지속적인 소모전이 발발(勃發)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일반적으로 거대한 대량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군사 물자를 생산하는데 있어서는 제한적인 능력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공급망의 차질을 초래하는 달라진 소비 패턴

 

보도에 따르면, 가장 긴급한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생산할 수 있는 포탄보다 더 빠르게 포탄을 쏘고 있다는 것과 급격히 생산을 늘리는 게 어렵다는 분명하다는 점이다. (러시아 역시 이와 유사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이는데 아마 이게 최악의 장애물일 것이다.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해서, 내가 전문으로 하는 일이 아닌 전쟁에 문외한이 뭐 좀 알고 있는체 하고자 있다고는 하지 마시라. 그리고 나는 전쟁의 결과를 예견하고자 하는 것도 아님을 밝혀둔다)

 

문제의 핵심을 말하겠다. 이따금 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경제의 생산 능력을 갑작스럽게 늘어난 수요에 따라 특별한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을 늘리는 쪽으로 추진하는 일이 매우 어려운 것임이 밝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은 세계 경제가 최초의 팬데믹 경기후퇴로부터 2021년부터 회복하기 시작했을 때에 우리가 경험한 사실과 똑같다. 이런 이야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개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광범위한 청중(聽衆)들의 입장에서 보면 뭐 그런게 대수냐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들어보시라. 소비자들의 소비가 2020년 상반기에 처음으로 급락했다 가 빠르게 다시 회복되기는 했다. 그러나 전염의 두려움은 사람들을 전과는 다르게 돈을 소비하도록 했다. 대체로 그들은 대면 서비스 소비를 재개하는 데 속도가 느려터졌 고, 대신 그 보상으로 서비스보다 물질적 것을 구매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를테면 체육관에 다니는 것을 피하고 펠로톤(Peloton, 운동기구)을 샀으며 식당을 피하고 주방 에서 요리할 수 있는 기구를 샀다는 말이다. 그러나 재화의 생산과 배달은 복잡한 공급 체인망에 의존 한다. 그리고 공급 체인망은 보통 때 우리 대부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제한된 능력을 가지고 있어 빠른 속도 로 압도당하게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우리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지 않나. 수많은 컨테이너 선박들이 굴뚝 으로 증기를 내뿜으려 꽉 막힌 항구 밖의 바다를 왔다 갔 다 했다. 그러다가 화물을 성공적으로 내렸다고 해도 그 화물을 가져갈 사람을 기다리는데 몇날 며칠을 기다려야 했는지 모른다.

 

 

비신축성의 유물(唯物)경제에 대비한 정책 긴요

 

그 결과 현대의 교역량의 상당부분을 운반하는 범지구적 인 선적 컨테이너 부족을 초래했고, 선박화물 운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치솟았다. 특히 세계 자동차 생산은 일부 반 도체 칩의 부족으로 지금도 덜미가 잡혀 있다. 당시 우리의 선적(船積) 문제는 지금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데 있어서 애로를 겪고 있는 문제가 왜 일어나고 있는지를 예시하고 있었다.

 

서방측에는 전반적으로 생산 능력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종류의 어느 유물(唯物)이 필요한 순간에 바로 그와 같은 종류의 것을 생산하는 능력은 충분치 않았다. 특히 적재 적소로 공급해야 되어야 할 복잡한 것이 병참(兵站)이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장소에서 군수물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했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게 일반 경 제와 뭐가 어쨌단 말인가?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분야에서 생각나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의 하나는 경제는 만약 그들이 다른 것을 덜 생산하려고 한다면, 어떤 것을 더 많이 생산하면서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에 McGraw Hill 출판사는 1948년 폴 새뮤얼슨의 ‘경제학’-현대적인 개념을 정의한 교과서-원본을 가지 고 모사(模寫)본을 발간했다. 나는 우연히 그 책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의 앞장에 새뮤얼슨은 간단명료한 문체로 경 제의 생산 가능성(可能性)과 균형을 이루는 개념을 소개 했다.

 

요즘 누구라도 생산된 재화는 서비스와 합쳐져 이동된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새뮤얼슨 역시 이러한 균형이 매끈하고도 용이하게 이우러질 것이라고 암암리에 가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공급부족으로 상당수가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경제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신축적이 아니라고 한 폭로(暴露)는 앞으로의 정책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공급망의 붕괴는 2021년에 시작됐던 인플레이션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인플레이션 이야기의 중요한 한 부분이었던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미래 금융정 책에 시사점이 크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경제의 비신축성은 미래에 있을 혼란의 가능성에 대한 예방조치가 있어야만 한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특히 전략 물자, 아니 그보다 광범위한 생활 전략물자에 대한 예방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는 더 장시간의 토론이 요구된다. 핵심은 ‘구르는 돌이 뒤로 거꾸로 구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마스크를 벗었다고 문을 닫았던 술집이 문을 열고, 소비가 진작되고 여행업이 기대한 수준으로 되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일 것이다.

 

마스크를 썼을 때 이미 경제의 트렌드는 기존의 길을 벗어나서 다른 방향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마스크이전과 마스크 이후 경제로 나뉠 수 있어도 변치 않는 유물(唯物)경제의 비신축적 본질을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미래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