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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성봉 칼럼] 다문화 간의 국제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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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협상이라고 명명하는 국제협상은 다른 국가 또는 다른 문화권에 속한 협상자 간의 협상으로 정의할 수 있다. 학자에 따라서는 국가와 문화권의 개념을 구분해서 국제협상을 다루기도 한다. 한 나라에도 여러 개의 문화권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는 영미 문화권에 속하지만 불어를 쓰는 퀘벡주는 프랑스 문화권에 속한다. 그래서 국제협상을 문화권에 중점을 두고 다문화 간 협상(Cross- cultural negotiation)이라 정의하기도 한다.

 

이 같은 국제협상은 국제정치관계협상, 국제통상협상, 국제경영협상으로 대별할 수 있다. 국제정치관계협상은 미·소 핵감축 협상, 남북 핵문제 협상과 같이 국제정치, 군사, 외교상의 협상 이슈를 국가 간 또는 국제기구 간에 분석하는 것이다. 이는 주로 국제정치나 국제관계를 전공하는 학자들에 의해 연구되고 있다.

 

국제통상협상은 1997년 한·미 자동차 협상,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과 같이 협상 당사자가 모두 정부 또는 국제기구인 경우를 말한다. 국제경영 협상은 한쪽 당사자만 국제기업이면 상대가 누구인가 가리지 않는다. 상대가 외국기업이나 해외투자기업의 외국인 근로자일 수도 있고 외국정부나 국제기구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에 투자한 한국기업이 현지 노조와 임금협상을 한다거나 조세감면을 받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상하는 것 등이 모두 국제경영협상의 범주에 속한다.

 

국제협상, 왜 어려운가?
 

국제협상을 연구하는 거의 모든 학자들은 국내협상보다 국제협상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협상전문가 살라큐즈(Salacuse) 교수는 국제협상이 국내협상보다 더 어려운 이유로 정치·법률적 다원성, 국제 경제적 요인, 외국 정부의 존재, 불안정성, 이데올로기, 문화 등의 여섯 가지를 꼽았다. 협상전문가 등이 정리한 국제협상의 특징을 국제통상협상과 국제경영협상의 측면에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불확실성(Uncertainty)이다. 협상행위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전개되지만 국제협상은 국내협상보다 더 큰 불확실성을 지니는데 이는 상대국 정부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자의적 정책변화(Non – consistency) 그리고 환율변동에서 오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둘째는 문화적 차이이다. 국제협상에서 문화적 차이는 협상 과정과 협상 행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그래함(Graham)의 연구에 의하면 많은 경우 다른 문화권과의 협상이 같은 문화권과의 협상보다 더 적은 협상 성과를 산출한다. 문화적 차이에 따른 각종 장벽과 의사소통의 문제가 다른 문화권과의 협상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국내반응(Playing to the home audience)이다. 흔히 국제협상자는 외국정부나 외국기업과 협상을 잘하면 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외국 협상 상대만 의식하고 그들의 요구나 전략에만 관심을 기울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협상전문가들에 의하면 국제협상 테이블에 앉은 협상자는 외국기업이나 정부와의 협상에서 내린 자신의 결정이 국내에서 좋은 평판을 받기를 원한다.

 

즉 본국 정부나 본사로부터“협상을 잘 한다”라는 평가를 받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에 나가서 협상을 하면서도 협상자는 끊임없이 본국의 반응에 민감하게 주의를 기울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내 미디어 홍보를 통해 자신의 협상이 국민들에게 성공한 협상으로 비치길 원한다.

 

 

넷째는 법률제도의 다원성(Legal Pluralism)이다. 모든 국가는 자신의 고유한 법률제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나라마다 법률제도의 차이를 잘 알고 국제협상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기업과 군사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의 기술이전을 받고자 협상을 한다면 아무리 당사자 간에 합의가 이루어져도 법적으로 유효하지 않다.

 

미국 정부가 군사기술의 해외수출을 법률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정부는 크레이(Cray)사가 슈퍼컴퓨터 시스템을 인도 정부에 수출하려 하는 것을 이 같은 이유로 금지한 바 있다. 중국과 인도에 자동차 공장을 세우려고 협상을 하는 서구기업은 현지 법의 구속을 받는다. 두 나라가 정부가 100% 외국인 투자를 인정하지 않고, 합작 투자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테말라 등 중미 국가에 투자하기 위해 협상을 하는 국제기업은 현지 노동법규를 고려해야 한다.

 

이들 국가는 개도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앞 노동법 체제를 그대로 받아들여 엄격한 근로자 보호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해외농업을 위하여 러시아 연해주로 나가는 기업들도 근로자 중심으로 발달된 그 나라의 노동법을 이해하지 않으면 낭패를 겪을 수 있다. 조세제도의 차이 등도 국제협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적 요인이다.

 

다섯째, 정치·외교적 다원성(Political Pluralsm)이다. 외국의 정치제도나 외교정책은 국제협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의 전후 복구사업에 참여하고자 했던 기업들은 미국과 프랑스의 외교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시라크 대통령의 반전정책 때문에 프랑스 기업은 이 복구사업 참여협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이라크전에 적극 찬성한 영국과 필리핀 기업들은 복구사업 참여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었다. 마하타르 수상은 정치적으로 반(反)유럽, 특히 반(反)영국적 색채를 띠고 있는데 이는 유럽기업이 말레이시아에 진출하기 위한 국제협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대국이 어떠한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공산주의 정치체제에서 뼈대가 굵은 러시아나 중국과 협상하는 외국 정부나 기업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경직되고 전사(戰士)적인 협상태도 때문에 애를 많이 먹는다. 전통적으로 국제무대에 중국을 정치·외교적으로 적극 지원하던 독일이나 프랑스 기업이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협상을 미국기업보다 유리하게 진행 할 수 있었다.

 

여섯째, 현지국 정부의 존재이다. 외국정부는 글로벌기업의 국제경영활동에 다양한 형태로 개입하기에 이들과의 협상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정부가 개입주의자(Interventionist) 특성을 가진 일본, 한국, 프랑스에서 거래를 하고자 하는 글로벌기업은 협상에 이들 정부와 현지 부품사용 의무, 까다로운 환경규제 등에 관한 어려운 협상을 해야 한다.

 

반대로 비개입주의적 성격이 강한 영미계 국가에서는 외국 정부가 기업 간의 협상에 거의 관여 하지 않는다. 예외적인 경우는 공공부문이 통신, 자원개발 같은 많은 주요 산업부문을 통제하고 있을 경우이다. 이때 외국 정부와의 협상이 시장진출의 성패를 판가름한다.

 

정성봉

금감원 등에서 금융소비자 불만처리업무를 담당했다. 농협직원들의 실무를 위한 통신교재 협상스킬 향상 1,2,3을 공저했으며, 10년 이상 첨삭지도를 하고 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 공공기관인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본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MeCONOMY magazine April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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