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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사회의 변화 ①】 글로벌화의 장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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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트릴레마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경제적 세계화(이 글에서는 글로벌화와 혼용하여 사용한다), 정치적 민주주의, 민족국가 세가지를 동시에 추구할 수 없는 ‘세계화의 트릴레마’가 현실이 될 것인가? 트릴레마(trilemma)란 ‘어느 것도 선호하지 않는 세 가지 중에서 한 개를 선택하여야 하는 삼자택일의 궁지 상태’를 말하거나 ‘세 가지 정책목표 간에 상충관계가 존재하여 이들을 동시에 개선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Asia Society Policy Institute) 소장인 케빈 러드(Kevin Rudd) 전 호주 총리의 말을 빌리면 ‘다양한 형태의 민족주의가 질서와 협력을 대체’하고있으며, 이는 ‘팬데믹에 대한 혼란스러운 성격의 국가적·세계적 대응은 훨씬 더 광범위한 규모로 도래할 가능성에 대한 경고 역할’을 한다.

 

세계경제포럼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최근의 저서 『위대한 리셋』(원 제목은 The Great Reset)에서 이 말을 인용하면서 ‘갈등이나 긴장은 이념에 의해 조장되기 보다는 민족주의와 자원 확보 경쟁에 의해서 촉발’될 것으로 본다. 그는 2016년에 출판된 『제4차 산업혁명』에서 “기술과 디지털화가 모든 것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과용되고 오용되던 격언을 적절한 표현으로 만들어 놓았다. 주요 기술혁신이 전 세계적으로 중대한 변화를 촉발하기 일보 직전이다”는 주장을 하여 아시아 국가들의 국가 정책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서양에서 부상한 포퓰리즘과 우파 정당이 집권하면 ‘종종 민족주의로 회귀하고 고립주의 정책을 추진’한 경험이 있으며,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된 각국의 국경 통제 강화가 상당히 타당한 조치이긴 하지만 ‘민족국가의 부흥이 점진적으로 훨씬 더 큰 민족주의로 이어질 위험 역시 존재’한다는 그의 주장에 대해서 세계화와 민족주의가 앰비밸런스(양면가치)적 관계인지는 깊이 생각해볼 문제이지만 우선은 수긍이 간다.


그는 민족주의가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하여 따로 해설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후맥락에서 자국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자국 우선주의가 더 팽배해지고 글로벌화를 위협하는 수많은 다모클레스의 검이 지구 이곳저곳에서 뚝뚝 떨어져 세계를 연결하고 있는 마지막 한 가닥의 실을 끊어버리지는 않을지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화의 구조적 취약성
 

글로벌화에는 중국과 베트남의 자유 시장경제 체제의 도입, 동구권 국가의 공산당 탈퇴 및 소련 붕괴 등 다양한 측면이 있는데 세계의 글로벌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소련의 붕괴였다.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인 소련은 1917년 러시아 혁명에 의해 탄생했다. 마르크스주의를 지도 이념으로 하는 소비에트 공산당이 사회주의 건설의 선두를 담당하게 된 것이다.

 

블라디미르 레닌은 프레드릭 테일러가 공장에서 실현하고자 한 꿈을 소련에서 실현하고자 하였다. 기계처럼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국가와 사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혁명 지도자 레닌의 사후에 세계혁명 및 사회주의 건설 등의 방침을 둘러싸고 레프 다비도비치 트로츠키와 이오시프 스탈린 간에 대립이 있은 후 스탈린이 지도권을 장악한다.

 

스탈린 정권은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점차 러시아 국민을 단일 이데올로기로 통제하는 전체주의가 되어 그의 독재 하에 수백만 명이이 체포되거나 죄도 없이 생명을 빼앗겼다. 민주화를 지향하는 사회주의 체제가 비민주적인 반동체제로 된 것이다. 스탈린 정권은 개인과 집단의 자율성을 파괴하고 민주적인 정당이나 모든 세력을 탄압하고 비밀경찰권력과 강제수용소를 무기로 하여 정치적 반대자에게 테러를 감행하였다.

 

스탈린의 사후에도 지도자층이 교체되었다고는 하지만 중앙집권적 독재체제는 그대로였다. 국민들의 경제도 엉망진창이 되었다. 호텔에  조차 커피가 없고 오렌지는 귀중품이었다. 빵은 무게를 달아 그램 단위로 팔았다. 모스크바의 중류계급조차도 감자를 구하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다.

 

소련의 붕괴는 1985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등장하여 페레스토로이카(개혁 및 개방 노선)를 추진하면서 시작되었다. 동구권 국가가 공산당 독재를 폐기함에 따라 1991년에 소련 체제와 경제가 붕괴하였으며, 마르크스주의도 약 70년의 역사를 닫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극도의 긴장관계를 유지하였던 동서냉전체제도 소련의 해체로 막을 내렸다.

 

소련의 해체는 냉전기간 중에 닫혀있던 동구권 국가의 빗장을 풀어 경제, 무역, 금융 등을 개방하는 ‘물수제비 효과’를 만들어 냈으며, 이는 글로벌화의 진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화는 세계 각국의 수평적인 정보교환, 경제적 참여기회의 확대, 보편적 인권의 실현 노력 등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지만 다국적 기업의 급성장, 자국 우선주의처럼 특정 기업과 국가 등 소수에게 이익이 편중되어 불평등을 가속화하는 구조적 취약성도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화와 코스모폴리타니즘
 

세계의 글로벌화는 국제경제 외에 국제정치와 교육 등 다양한 부문으로 확대되어 있다. 환경 및 생태계문제, 빈곤문제, 국제인권문제, 국제사회의 평화문제(핵문제, 무기감축), 국제범죄에 대한 대응을 위한 국제 거버넌스, 인간의 보편적 권리로서 교육인권의 승인 등은 코스모폴리타니즘(세계시민주의)이며, 이는 경제의 글로벌화와는 다른 개념이다.

 

지구위원회(Earth Council)가 2002년에 채택한 지구헌장(Earth Charter), 국제연합의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는 대표적이다. 지구헌장에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대비한 가치와 원칙으로 ‘생명공동체에 대한 경의와 배려’, ‘생태계의 보전’, ‘공정한 사회와 경제’, ‘민주주의, 비폭력과 평화’를 제시하고 있으며, 2000년의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s, 2015년까지의 목표)의 후속 계획인 SDGs는 국제연합 가맹국 193개국이 2016년부터 2030년까지 15년간 달성할 17개 글로벌 목표와 169개 달성기준을 포함하고 있다.

 

 

한편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아동의 권리를 명문화하여 국제조약으로 체결한 1989년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조약’도 특기할 만하다. 이 조약에서는 초등교육, 중등교육, 고등교육의 기회를 체계적으로 규정하였으며, 교육이 평화, 관용, 평등, 자연보호 등 한 국가의 차원을 넘어 지구적 관점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주류 사회를 구성하지 못하는 소수자에 대해서도 각국이 교육상 충분히 배려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국제사회의 공통의 목표가 글로벌 리더십 부족 등 구조적 취약성으로 인하여 형식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글로벌화로 인하여 각국의 국경이 낮아지고 물건, 사람, 돈의 흐름이 수평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경제와 정보, 사람의 글로벌화는 문화와 인종, 언어와 종교 등의 경계를 허물어 세계를 보다 균질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내셔널 아이덴티티의 게임이 박차를 가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즉, 하트와 네글리 (Michael Hardt & Antonio Negri)의 지적처럼 글로벌화는 ‘새로운 정치질서, 새로운 주권형태의 구성’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비즈니스, 금융의 글로벌화와 코스모폴리타니즘은 구분되어야 한다. 세계시민주의는 기업, 국가를 초월하여 다양성, 상호의존성, 공감 등을 가치로 하며 자기와 타인을 구분하여 이익에 따라 상호 배척하는 것이 아니며 특정 국가의 법이나 정체성보다는 기본적인 인권, 모든 사람의 평등을 보장하는 사회적 계약을 지지하는 정신이기 때문이다.

 

역사학자이자 사회인류학자 어네스트 겔러(Ernest Geller)가 민족주의를 “정치적 단위와 민족적 단위가 일치해야 하는 정치적 원리”라고 정의하였는데, 슈밥의 주장처럼 경제의 세계화, 정치적 민주주의, 민족 국가가 시대적 트릴레마인지, 세계시민주의와 민족주의가 앰비밸런스적 관계인지, 시간적·공간적 운명공동체로서 국민과 세계시민은 어떤 관계에 있는지 등은 다음 호에서 다루고자 한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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