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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ADHD에 대한 오해와 진실


[김윤선 기자] 학업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하다. 공부를 못하고 친구들과 잘 적응하지 못한다. 사회에 나와서도 문제가 많은 사람으로 ‘사회부적응자’라는 말을 듣는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환자들에 대한 대표적인 생각이다. 과거에 아이들에게만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ADHD로 고통 받는 성인들도 최근 들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DHD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오해에 대해 알아봤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는 아동에게 주로 나타나는 소아정신과 질환으로 지속적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및 충동성의 증상을 보여 아동의 정상적인 학교생활과 가정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질환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동에게만 ADHD가 있는 건 아니고 성인도 ADHD를 갖고 있을 수 있다. 성인ADHD의 경우 성인이 돼서 갑자기 발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다시 말해 어릴 때 아동ADHD를 갖고 있다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그대로 성인이 되면서 성인ADHD환자가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아동ADHD환자 중 50~65% 정도는 성인ADHD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되어 조기치료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어린이 ADHD환자는 학교에 다니는 아동 가운데 약 3~5% 정도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성별로는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3~4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ADHD의 진단


ADHD환자의 경우 가족들이 먼저 알아차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신윤미 아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환자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사람들인 동시에 가장 먼저 괴로움을 겪는 사람들이 가족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증상은 학교와 가정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고 싸우거나 상당히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다. 또 주위가 산만하여 가만히 있지를 못하다 보니 자주 다치기도 한다. 성인ADHD의 경우도 이러한 증상이 반복된다. 신 교수는 “성인 ADHD 환자의 경우 가장으로서 역할을 못한다든지 기본적인 어머니의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발생 한다”며 “ADHD환자들의 증상을 알아차리는 것은 가까운 주변인들, 가족이나 교사들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진단은 아동ADHD 환자의 경우 일단 주변인으로부터 아이의 평소 행동에 대해 상담을 하고 나면, 아이하고 대면
인터뷰를 하고 본인에게 평소에 어떻게 지내는지를 듣는다. 보조적으로는 심리평가, 주의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는 주의력진단시스템, 지능, 전두엽 기능검사 등을 한다. ADHD는 이렇게 다양한 상담과 검사를 토대로 진단을 내린다.


성인ADHD 환자의 경우는 상황이 좀 복잡하다. 신 교수는 “성인ADHD환자의 경우에는 진단을 내리는 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아이는 본인의 문제를 보고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로 아이를 객관적으로 관찰해온 교사나 부모가 정보를 알려주는데 성인의 경우는 보호자를 데려오지 않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환자가 본인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맹점으로 작용한다”고 진단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성인 ADHD환자가 어릴 때 병원에서 ADHD를 진단받은 적이 없는데 성인이 돼서야 문제를 알아차리고 왔다면, 자신에 대한 기억을 왜곡하기 때문에 환자가 어렸을 때의 내력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제외하면 아동 ADHD환자와 진단 과정은 같다.


ADHD는 유전이 될까?


ADHD는 유전되는 경우가 많다. 김미소(10살, 가명)는 겉보기에는 똘똘한 아이지만 수업시간에 산만한 모습을 자주 보이자 선생님이 어머니에게 권해 병원으로 찾았다. ADHD환자는 부모의 양육태도에 큰 영향을 받는데 지켜본 결과 의외로 어머니의 양육태도는 양호했다. 의사가 만난 김양의 어머니는 아이가 ‘남편이랑 똑같다’고 말했다. 아이와 아버지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만 집중을 잘 하고 나머지 일상생활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자 아버지의 직업은 수의사라고 했는데 직업적으로는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았음에도 집안일을 도와준다든지, 아이를 돌본다든지, 아내의 마음에 공감하고 소통을 하는 것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결국 아이의 아버지는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소통의 문제들 때문에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치료 후 많이 부분이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었다. 삼남매 중 두 명이 아동ADHD환자였는데 부모와 함께 상담을 한 결과 아버지 또한 성인 ADHD를 앓고 있었다. 다행스러운 건 아버지는 본인의 활발하고 충동적인 성향을 잘 이용해서 외제차 딜러를 하고 있었다. 사람을 많이 만나며 활발하게 돌아다녀야 되는 직업적 특성이 ADHD환자의 활동적인 성향에 잘 맞아 들어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직장 내에서 부하들과 트러블이 심했다. 갈등 상황을 참지 못하고 부하들에게 화내기를 반복하다가 직장 내에서 ‘왕따’수준으로 외면을 당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ADHD 치료를 받기 시작한 케이스였다. 신 교수는 “성인 ADHD환자들 중에는 성인이 돼서 갑자기 ADHD가 의심이 돼서 오는 경우보다는 부모로서 아이의 ADHD에 대해 상담을 받으러 왔다가 본인이 성인ADHD로 진단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고 전했다.


진단을 방해하는 오해들, 공부와 집중도


결론적으로 ADHD환자라고 모두가 공부를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신 교수는 “어릴 때부터 성실하게 치료받은 환자들의 경우, 교우관계도 좋을 뿐 아니라 학업 성적도 뛰어나 명문대를 가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해외 유명인 중에서도 ADHD를 앓은 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데 독일 태생의 이론물리학자인 알버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도 ADHD환자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 교수는 “하지만 반대로 아이가 똑똑하다고 해서 ADHD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착각”이라고 전했다. ADHD환자라도 워낙 타고난 머리가 좋은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집중을 하지 않아도 눈치껏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동ADHD환자 중에 저학년 때까지는 성적이 좋은 경우가 많은데 부모들은 아이가 영리하니 ADHD를 앓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신 교수는 “아이가 고학년이 됐을 때가 문제”라면서 “고학년이 될수록 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이 늘기 때문에 아이는 이를 힘들어 하다가 어느 순간 성적이 뚝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ADHD환자라고 모든 분야에 집중을 못하고 주의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을 잘 한다고 해서 ADHD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좋아하는 일에는 몰입도가 높아지기 마련”이라면서 “다만 차이라면 일반인이라면 자신이 좋아하지 않은 일이라도 중요한 것이라면 집중을 하게 되는데, ADHD환자들은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만 몰입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ADHD환자라도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성적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고, 집중하는 대상에도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ADHD라는 병명으로 통칭하고 있지만 사람마다 특징은 천차만별이라며, ADHD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관념에만 갇혀서 환자를 보다보면 ADHD를 진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ADHD환자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개인의 의지에 따라 치료효과 높아


신 교수는 “ADHD치료 중에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단연 약물치료”라고 전하면서 “80% 정도가 호전을 보이는데 특히 집중력, 기억력 및 학습능력이 전반적으로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어떤 일을 할 때도 잡다한 정보들이 귀를 통해 들어오더라도 일에 집중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집중에 관여하는 게 도파민과 노르에피
네프린이라는 물질이다. ADHD환자들은 이 물질이 일반사람들에 비해서 적다고 알려져 있는데 치료를 할 때 약물치료를 하면 정상화된다는 보고가 있다.


신 교수는 “그럼에도 약물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치료에 방해로 작용한다”면서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해서 터부시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약물치료를 꺼리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정신과 약을 먹으면 살찐다’, ‘중독된다’ 등 약에 대해 근원적인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병원에 내원안 아동ADHD 환자의 부모님들은 ‘약 빼곤 다 하겠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신 교수는 “성인의 경우는 잠이올 때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 성분 때문에 각성할 수가 있지만 아이들한텐 이런 각성제를 줄 수가 없다”며 “아이들에게 카페인을 대체해서 줄 수 있는 것은 약이고, 약이 환자를 살찌거나 멍하게 만들지 않으니 안심하고 치료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약은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약물치료의 기간은 개인마다 다르고, 본인 스스로 컨트롤을 잘 하면 약을 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어릴 때부터 치료받던 아이가 대학을 갔는데, 대학 때는 약을 절반 정도만 써보겠다고 해서 스스로 조절한 친구도 있었다”며 “약물 치료를 얼마나 받느냐는 개인마다 다르므로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나’는 생각을 하면서 무작정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치료는 꼭 검증된 기관에서


신 교수는 결국 ADHD치료에 있어선 근거에 기반을 둔 치료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ADHD의 경우 세계적으로 풍부한 연구사례와 다양한 데이터가 축적돼 있어, 부작용이 무엇이고 치료율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병원에서 치료에 사용하는 약물이나 부모교육의 근거 또한 각종 데이터로 확보되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환자들은 정신과 약에 대해 과도한 공포감 때문에 약물 치료 외의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신 교수는 “이런 경우 치료는 치료대로 안 될 뿐 아니라, 돌고 돌아 검증된 기관에 찾아오는 사례가 많다”며 “ADHD치료는 꼭 검증된 기관에서 받을 것”을 당부했다.


충동적인 문제아, 사회부적응자, 일상적인 일조차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한심한 인간 등 그동안 ADHD환자들에 대한 편견이 많았다. 그러나 그 누구도 ADHD환자들이 실제 어떤 심정으로 사회생활을 할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신 교수는 “매스컴에서 드러나는 ADHD환자들의 사례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도록 자극적으로 구성돼 있는 탓도 크다”고 지적하면서 “결국 이런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은 어린 ADHD환자들과 부모가 치료를 거부하는 등 적극적인 치료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의사와 학회차원에서는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개별적인 병에 대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설명도 함께 전개하고 있다. 신 교수는 ADHD질환은 가족과 환자 모두가 정보에 대해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이 치료의 첫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