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코노미 김윤선 기자] -지난해 11월2일 새누리당과 정부는 당정협의를 거쳐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 발표가 나간 후 카드사, VAN사, 영세가맹점들의 의견이 다르게 나타나면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로선 각자의 입장이 다르지만 결국은 정부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안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을 들여다봤다.
새누리당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협의를 거쳐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가맹점의 수수료 인하 방안을 지난해 11월2일 발표했다. 당국이 2012년 말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을 개정하면서 종전의 업종별 수수료 체계를 ‘적정 원가’에 기반한 수수료 산정 체계로 바꾸고 시장 환경 변화가 원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3년마다 수수료율을 재산정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카드가맹점 수수료인하 추진의 배경으로 ▲중소·영세가맹점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행 수수료율이 큰 부담이기 때문 ▲대형 일반가맹점과 이를 제외한 일반 가맹점 간의 수수료율 차별 문제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또한 정부는 올해 1월 말부터 인하된 수수료율이 적용될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둘러싸고 관련 업계가 혼란 속에 갈등을 빚고 있다. 그간 꾸준히 제기되어 온 가맹점 간 수수료율의 형평성을 개선하자는 취지에 들어맞는다는 주장과 복잡한 시장경제질서에 정부가 개입해 시장에 더욱 혼란만 가져오고 있다는 평가가 대립하고 있다. 본격적인 시행이 되기 전부터 부침을 거듭하고 있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기에 이토록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일까?
영세가맹점 보호, 그러나 현실은?
이번 발표를 두고 카드사들은 각종 보고서를 통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영세가맹점을 중심으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해오고 있는데도 이번 수수료율 인하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발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까?
우선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정책에 따라 앞으로 영세가맹점은 1.5%에서 0.8%로, 중소가맹점은 2.0%에서 1.3%로 신용카드수수료인하 혜택을 받게 된다. 이번 조치로 카드사는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이 연 6,7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카드사 입장에선 손실액을 보전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번 발표에 대해 여러 가지 비용인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제일 먼저 고려하고 있는 것은 VAN사에 대한 비용을 낮추는 방안”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카드사 고객에
대한 혜택을 줄이는 것에 대해서도 고려해보고 있지만 쉽지 않다. 부가서비스를 줄이면 카드사 입장에선 고객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런 입장을 취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정희수 연구위원은 ‘카드산업의 수수료 정책 변화와 향후 과제’를 통해 “영세·중소가맹점을 대상으로 원가 산정과 무관하게 법령에서 정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정부의 지원 역할을 카드사로 떠넘기는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영세·중소가맹점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들 가맹점에 정부 보조금이나 감세 혜택을 주는 방식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세가맹점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면 수수료율을 건들기보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좋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용절감의 집중타깃이 된 VAN사
그렇다면 카드업계는 어떤 구조일까? 겉으로 보기보다 아주 복잡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우선 카드업계를 형성하고 있는 주체로는 카드사, VAN사, PG사, 가맹점(대형/중소·영세) 등이 있는데 그들은 유기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다. 그 중에서도 예전부터 카드사와 오프라인 가맹점 간의 거래를 연결해주며 수수료를 받던 VAN사는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 이후 카드사 손실 보전을 위한 비용절감대상으로서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을 발표하면서 시장에서의 수수료 인하 여력을 평가했다. 그 중 VAN사
가 받아왔던 수수료에 대해 ‘지난해 7월에 시행된 여전법 개정으로 인해 VAN사가 대형가맹점에 그동안 제공하던 리베이트가 금지되었고, 이로 인해 VAN사의 재정여건이 좋아질 것’이므로 ‘카드사가 VAN사에 지급하던 수수료를 인하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을 취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VAN사 관계자는 “리베이트 금지에 따른 VAN사 수익구조가 좋아졌을 거란 예측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리베이트 금지를 통한 VAN의 이익 증가분의 규모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기존에도 대형 가맹점에 대한 수익 구조에서 겨우 적자만을 면한 수준인 곳이 많다는 설명이다.
VAN사가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편하게 앉아서 큰 수익을 낸다는 평가를 듣는 데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VAN사가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은 것은 카드사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여 업무를 대행한 데 따른 정당한 수수료”라면서 “이 수수료는 기존에도 카드사의 인하 요구에 따라 꾸준히 인하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사는 약 30%의 손해를 VAN사에 넘기려고 하는데 실제 VAN사의 매출 규모는 카드사의 1/100에 불과하다”면서 “VAN사의 비용절감이 금융당국이 평가한 것처럼 결코 쉬운 것만은 아니다”라고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카드사는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손실액을 보전하고자 제일 먼저 VAN사에 지급했던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그렇다면 VAN사는 어떨까?
VAN사 또한 손실을 보전할 방법을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의 수수료 인하를 포함하면 VAN사에서 떠맡아야 할 손실액은 약 4천억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발표대로 시행된다면 VAN사도 구멍 난 이익을 메우기 위해 대리점과 영세 가맹점에 그 부담을 일부 넘길 수밖에 없지 않겠냐”면서 기존 단말기처럼 가맹점에 제공하던 무상 서비스 등의 서비스도 줄여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VAN사가 제공하던 영세 가맹점들에 대한 서비스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설명이다.
형평성 문제 더욱 부추겨
정부의 이번 방안은 대형가맹점과 중소가맹점의 카드수수료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마련되었다. 앞서 2011년 11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카드수수료 체계는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면서 “중소가맹점 수수료는 대형가맹점 수준으로 인하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같은 해 10월에는 중소자영업자들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동맹휴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처럼 과거 카드가맹점 수수료 문제는 대형가맹점과 중소가맹점 간의 형평성 문제만이 존재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중소·영세가맹점끼리의 형평성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영세가맹점과 VAN사, 카드사를 연결해주는 PG사가 대형가맹점으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영세업자들은 영세 가맹점임에도 불구하고 PG사를 통하는 구조 때문에 대형가맹점 수준의 수수료를 물고 있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이번 방침이 시행된다면 영세 가맹점끼리도 수수료의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PG사 하위의 온라인 쇼핑몰 측은 강한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괜히 건드려 ‘부스럼만 더 생기는 꼴’이 된 건 아닌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부분이다. 취재원이 영세가맹점끼리도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차이가 나는 상황에 대해 묻자 금융당국은 “PG사와 하위 몰 간의 관계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있고 복잡하다”며 “카드 업계가 복잡한 만큼 PG사와 영세가맹점 사이에 당국이 개입하려면 또 다른 ‘근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의 일관된 정책기조 절실
카드가맹점수수료 인하 방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은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시장의 실제생태계가 얼마나 복잡한지, 유기적으로 형성된 관계에 돌 하나만 던져도 그 파급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는 금융개혁은 금리, 가격, 수수료 등에 대한 불개입을 원칙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단호한 입장이라는 반응과 시장 환경과 그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탁상공론의 정책반영이 오히려 ‘모두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물론, 영세업자의 카드 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정부의 취지에 동의하는 목소리도 있다. 어찌되었든 오는 1월말 시행을 앞두고 있는 카드가맹점수수료 인하방침이 시장에 어떤 파급력을 가져올지 우려스럽다. 시장구조의 복잡함을 고려한 금융당국의 일관된 정책기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