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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1,200조 돌파 예상…빚 권하는 정부 정책?


[M이코노미 조운 기자] 심각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위험한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200조를 돌파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과 함께 최근 정부의 대책이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 가계부채의 현실과 그 해결방안에 대해 살펴봤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지난해 1,166조원(2015년 3/4분기 기준)으로 나타났다. 2000년 이후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던 가계부채는 2016년에는 1,2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64.2%에 달한다. 국민 10명중 7명이 크고 작은 빚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위험한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빈곤을 이르는 ‘푸어(poor)’는 우리나라에서 유행처럼 번지며 ‘하우스 푸어’, ‘워킹 푸어’, ‘자영업 푸어’, ‘카푸어’ 등 각종 ‘푸어 족’을 양산하며 스스로에 대한 자조 속에 냉혹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로 인해 위기의식이 올라가고 있지만, 사실 부채증가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군가 부채를 일으켜 자금을 조달해야만 돈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돈이 사회로 흘러야만 내수를 부양시킬 수 있다. 즉, 부채가 너무 없으면 내수침체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부채의 주체는 보통 기업이었다. 기업이 은행에서 사업자금을 대출받아 이것을 생산 활동에 투자하면서 돈은 사회로 흐르게 된다.


하지만 97년 외환위기를 전후로 가계가 저축을 하여 자금을 공급하고, 기업이 그 돈을 조달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전통적 방식에 커다란 변화가 생겨나게 된다. 외환위기 때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부도 등의 사태로 충격을 입은 기업들이 재무구조의 건전성에 집착하게 되면서 부채비중을 줄이고 자산을 늘리는 데 주력하는 방향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은행은 기업 대출사업을 대체할 새로운 출구로서 ‘개인’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부터 가계는 자산에 비해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다.



빚 권하는 사회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꾼 이러한 변화는 정부의 정책 실패가 컸다. 98년 ‘내수진작 종합대책’은 소비자금융을 확대해 돈을 풀어 소비를 부추겨 경기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대규모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더니 결국 2003년 ‘카드 대란’을 낳았다. 저금리정책과 소비자금융 확대는 우리사회가 ‘빚권하는 사회’로 변하는 정책적 계기가 되었고, 세계적인 부동산 거품과 맞물려 우리사회는 다시 한 번 부동산투기 열풍에 휩싸이게 된다. 빚을 내서 재테크를 한다는 신조어 ‘빚테크’는 정부 정책에 힘입은 부동산투기 열풍으로 가구당 수억대의 빚을 지며 쌓아올린 빚더미 속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송명관 금융채무연석회의 정책실장은 “‘빚 권하는 사회’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역대 어느 정부를 가릴것 없이 진행되었다”며 “이것은 지난 17년간의 내수부양의 버팀목이 바로 ‘가계부채’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자금조달로 인해 부채가 늘어나도 자산 가격만 상승할 수 있다면 부채증가는 문제될 게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빚테크의 환상이 깨지기 시작했다. 투자에 실패한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이때부터 ‘하우스푸어’들이 양산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정부는 부동산 부양정책으로 모든 내수부양책을 맞췄다.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대출을 늘리기 위해 금융규제를 완화시켰고, 세계적인 초저금리 정책 환경에 따라 한국은행도 1.75%까지 금리를 낮췄다. 이런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전세공급량이 부족해지자 전세대출을 늘리거나 주택매매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또다시 가계대출이 증가하게 되었다. 이러한 가계부채 증가는 다시 내수부양의 효과로 주택시장을 자극시켰고, 2015년에는 90년 이후 가장 많은 70만호에 이르는 주택분양 물량을 쏟아냈다.


한국의 가계자산의 80%가 실물, 즉 주택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다른 소득재원이 없는 한 주택담보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있다. 송 실장은 “한국의 자산분포현황은 다른 선진국들과 매우 다르다”며 “이러한 자산효과에 기댄 재생산구조는 자산가격의 변동에 좌우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자산투자에 실패한 ‘푸어족’들은 급기야 빚으로 빚을 해결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최근 각종 대부업체와 카드사, 저축은행 등을 통해 이뤄지는 ‘약탈적 대출’이 일종의 사회악으로도 여겨지는 이유가 그것이다.


갚을 능력 있어야 대출 가능


지난달 14일 정부는 가계부채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여신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를 강화해 부채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침을 내 놓았다. 그 내용으로는 먼저 상환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소득증빙자료의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 이자만 먼저 갚다가 일정 기간 이후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는 거치식 상환방식을 원리금과 이자 동시에 상환하는 방식인 비거치식 분할상환으로 유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규 주택 구입용 대출이거나 고부담 대출 (LTV 또는 DTI가 60% 초과)일 경우, 주택담보대출 담보물건이 3건 이상인 경우에는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이 의무화된다. 또 변동금리 대출에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여 변동금리 대출에 대해 DTI가 80%를 넘지 않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80%를 넘으면 금융회사의 특별 관리를 받도록 했다. 한 마디로 갚을 능력이 있어야 주택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대출을 제한하는 조치다.


* LTV 주택담보인정비율 :자산의 담보 가치 대비 대출 금액의 비율, 은행이 집을 담보로 빌릴 수 있는 대출 한도를 정하는 기준. 현재 한도는 지역에 관계없이 70%

* DTI 총부채상환비율: 연간 총소득 대비 대출금원리금 상환액의 비율. 현재 수도권은 60%가 한도지만 내년 5월부터 사실상 지방에도 적용된다.

                                           ▲ 출처: 한국은행


이러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대해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이번 대안이 이미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부담을 더욱 증가시키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미 대출을 받은 사람들 중 소득이 없는 경우 추가 대출도, 연장도 불가능하게 되며 당장 이자만 갚던 사람들이 원금을 함께 갚아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건전성이 낮은 상황 속에서 제2금융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방안은 장기금융의 분할상환을 유도하는 방식인 것은 맞지만 이러한 대출 규제강화가 대출금 총액을 줄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빚을 내서 빚을 갚게 되어 건전한 대출도 악성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최근 미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앞으로 우리나라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기적으로 큰 피해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내 미국 자본이 이탈하면 증시 하락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국내금리도 상승압력을 받게 되는데 그때 가계 대출자들의 고통은 이중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가는 생산과 분배 책임지는 주체


지난해 12월10일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국회의원과 금융소비자네트워크가 함께 <가계부채현실과 과제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가계부채 해결방안에 대해 논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송 실장은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대책들은 무수히 많이 나왔지만 내수분양의 빈자리를 가계가 낮은 생산성과 고비용 구조 속에서 계속 메울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부채위기의 해결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즉 과거처럼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려 경기를 부양시키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경기전망이 비관적이기 때문에 이윤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들이 국민경제를 위해 내 놓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제는 국가의 역할과 재정정책이 가장 중요하며 국가는 생산과 분배를 책임지는 주체로서 본연의 역할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실장은 가계부채 문제해결의 초점이 여전히 ‘도덕적 해이’라는 개인책임에 의존하고 있음을 비판하며 “정부의 국민행복기금을 전면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기금을 확충하고 다시 한국은행이 이 국채를 매입하여 일종의 ‘한국판 양적완화’를 할 수 있다”고 말하며 “고용정책과 함께 맞물리 때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국가 복지체계를 더 적극적으로 사회화시켜 고용안정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채무와 공공기관 부채 등을 합한 공공부문 전체 빚이 1000조원에 육박하고 가계부채가 120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12월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5년 빈곤통계연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적인 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수치인 지니계수(Gini coefficient)가 하락추세를 보이다 지난해 정체 내지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수저계급론’등은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사회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가계부채가 우리 사회의 위험한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