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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재점화 되는 중앙·지방정부 간 갈등


[M이코노미 김윤선 기자] - 지방자치 실시 20년이 넘어서는 지금까지도 복지사업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복지사업을 둘러싼 중앙·지방정부 간 입장차이는 해묵은 지방자치단체의 자립도 문제를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방자치 20년, 지방자치 자립도를 비롯한 중앙-지방정부 사이에서 불고 있는 복지사업분쟁을 짚어봤다.


지방자치의 역사


지방자치(地方自治, Local Self-Government)는 민주주의와 지방분권을 기반으로 하는 행정 형태로 일정한 지역의 주민이 선출한 기관을 통해 지방의 행정을 처리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규정은 대한민국 건국 후 1948년 제헌헌법부터 있었고, 1949년에 지방자치법이 제정되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실현되지 못하다가 1994년 3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의 제정으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1995년 6월27일에 실시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제도가 실질적으로 실현된 것을 1995년으로 보아서 2015년을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20년이 된 해로 일컫는다.


지방자치는 대한민국 헌법 117조와 118조의 규정에 의해 헌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다. 헌법적으로 보장 받는다고 해도 지방자치는 지방‘분권적’행정을 가리키는 만큼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통제와 감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지방자치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는 대부분 공감대를 이루고 있지만, ‘최대한의 보장’에 대한 다자 간 상반된 기준이 갈등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최근 복지사업을 두고 벌어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첨예한 대립은 양자 간 서로 기준이 달라 갈등이 발생하는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러한 중앙-지방정부 간 대립은 비단 복지사업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며 과거부터도 존재해 왔다.


과거 중앙-지방정부간 분쟁 : 자치사무 감사 사건


과거에 있었던 서울특별시와 정부 간의 권한쟁의사건(2006헌라6 전원재판부)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2006년 9월, 당시 행정안전부는 서울시의 156개 자치사무에 대한 합동감사를 실시했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시의 법령위반사실을 밝히지도 않고 법령위반여부에 대한 아무런 통보 없이 서울시의 거의 대부분의 자치사무를 합동감사 하는 것은 지방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정부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청구인 서울특별시의 손을 들어주면서 “행정안전부장관 등의 합동감사는 (중략) 감사개시요건을 전혀 충족하지 못하였다 할 것이므로 헌법 및 지방자치법에 의하여 부여된 서울특별시의 지방자치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대해 감사원의 사전적·포괄적 감사가 인정되는 상황에서 중앙행정기관에도 사전적·포괄적 감사를 인정하게 되면 지방자치단체는 그 자치사무에 대해서도 국가의 불필요한 중복감사를 면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헌재의 설명이었다.


헌재는 중앙행정기관이 구 지방자치법 제158조 단서 규정상의 감사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자치사무에서 ▲특정한 법령위반행위가 확인되었거나 ▲위법행위가 있었으리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경우여야 하고 ▲감사대상을 특정해야 한다고 하였다. 판례에 따라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전반기 또는 후반기를 나눠서 하는 포괄적·사전적 일반감사나 위법사항을 특정하지 않고 개시하는 감사 또는 법령위반사항을 적발하기 위한 감사는 모두 허용할 수 없게 되었다.


지방자치단체의 낮은 자립도


세간에서는 경제적 독립이 진정한 독립의 첫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 지방자치단체들의 중앙정부로부터의 경제적 자립도는 그리 좋지 못한 수준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지방재정구조가 정부로부터 받은 이전재원중심이라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대략 8:2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은 크게 지방의존재원과 지방자주재원으로 나눌 수 있다.


지방의존재원에 속하는 것은 국고보조금과 지방교부세이며 지방자주재원에 속하는 것은 지방세와 세외수입이다. 여기서 지방의존재원에 속하는 지방교부세는 자치사무에 배분되는 재원이므로, 국가사무가 지방으로 이양되면 지방세가 늘어나지 않는 한 지방교부세의 교부율이 높아져야만 사무를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지방교부세법에는 교부율이 내국세의 19.24%로 고정되어 있어 법률을 고치기 전에는 교부세를 늘릴 방법이 전무한 실정이다.


구속력 없는 의견제출권


경제적 독립 외에도 구속력 없는 의견제출권도 문제다. 소순창(건국대 행정학과)교수에 따르면 “행정자치부 장관을 통한 의견 제출은 구속력이 없고, 수용여부는 전적으로 중앙부처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한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정책결정을 한다든지, 지방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정책에 제동을 거는 등 지방정부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방향을 강요하더라도 지방정부로서는 딱히 손쓸 방법이 없는 것이다. 지방자치법 제165조에는 지방4대 협의체에 관한 규정이 있고, 이들 4대 협의체에서 공식적으로 대정부 정책건의를 실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윤태웅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들 모두 구속력을 갖지 못해 건의수용률은 높지 않다는 점이 한계”라고 한다. 실제로 전국시도지사협의회의 자료에 따르면 대정부정책건의 수용률은 2005년 45.7%에서 2012년 14.3%로 낮아진 추세를 보였다.




중앙·지방간 복지사업을 둘러싼 갈등


2015년 12월10일「지방교부세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지방교부세 감액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정책이 추가되었다. 앞서 12월1일 행자부는 시행령을 개정하게 된 계기에 대해 “행정환경 변화로 증가하는 사회복지수요를 지방교부세 산정에 반영하고 자치단체 재정운영의 건전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지자체들이 가장 반대하는 부분은 ‘지방교부세 감액대상 확대’로, 이 중에서도 특히 사회보장기본법에 근거를 둔 ‘복지사업관련 패널티’ 제도에 대한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에 따르면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하고,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 위원회가 이를 조정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협의를 하더라도 협의 결과에 따라 지자체가 보건복지부의 명령을 수용해야 할 의무는 없으므로 사실상 실효성을 갖지 못하고 있던 조항이었다.


즉, 이전까지만 해도 지자체는 보건복지부와 협의만 거치면 복지사업을 시행하는 데 걸림돌이 없었다. 하지만 신설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 제12조 9항에 의해 앞으로 보건복지부의 명령은 강력한 실효성을 갖게 될 전망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지자체가 복지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보건복지부의 협의를 거치지 않거나, 협의를 거쳤다 하더라도 불수용 통보를 받은 복지사업을 강행하면 지방교부세를 감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자립도가 좋지 못한 지자체들의 입장에선 지방교부세를 감액당하는 패널티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제재인 셈이다.


개정안에 반발하는 지자체들은 이번 개정안을 “사실상 중앙정부의 말을 듣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에 벌칙을 가하는 제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 제12조가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는, 이 시행령이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운영을 방만하게 했을 시 ‘사후적’으로 책임을 무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자체복지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중앙정부가 ‘사전적’으로 통제를 할 수 있게끔 하는 조항이기 때문이다.


한국법제연구원 조정찬 정책관과 강현철 연구위원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복지사무배분 및 복지재정배분에 관한 법제적 과제’에서 “국가는 복지재정대한 사전적 지침의 하달이라는 지방자치 역행적 수단보다는 복지재정의 집행결과를 사후에 모니터링하여 왜곡된 지출을 일삼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는 일정한 패널티를 가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중앙정부 vs 성남·서울



성남시는 성남시의 청년복지정책인 ‘청년배당’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불수용 통보를 내린 데 대해서 지난해 12월11일 법적 투쟁을 예고한 바 있다. 복지부는 성남시의 청년배당사업을 불수용하면서 ▲청년층 취업역량강화인지 지역경제활성화인지 명확하게 선택해 제시할 필요가 있고 ▲취업여부를 구분하지 않고 일괄지급하는 것은 취업역량강화라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취업성공패키지 등 유사제도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성남시 관계자는 “복지부의 불수용 통보는 궤변”이라며 “사후제재식이 아닌 ‘사전검열식’인 통제는 맞지 않는다고 본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복지부로부터 불수용 통보를 받았더라도 자체복지사업을 추진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복지사업에 지출한 금액만큼 지방교부세가 감액이 되므로 (이를 무시하고)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답했다.


성남시는 ‘청년배당’에 들어갈 예산 전액을 시 자체 예산으로 확보한 상황이었으나 복지부의 불수용통보를 무시하고 정책을 실행할 시 최대 130억의 지방교부세를 감액 당하게 되어 올해 1월1일로 예정되어 있던 정책시행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이 기사는 지난해 12월에 작성되어 올해 본사 잡지 1월호에 실린 바 있다. 올해 1월 기준 성남시는 청년배당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반대를 하고 일어선 지자체는 성남시 뿐만이 아니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시의 정책인 ‘청년활동지원사업’을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보건복지부와 사전협의를 이행하지 않아 문제가 불거졌고, 복지부는 서울시에 조속히 협의를 할 것을 통보했다.


서울시는 ‘청년활동지원사업’에 대해 이는 청년들의 근로활동을 지원하는 제도로 복지정책과 무관하며, 미취업자 전체가 아닌 공모를 통해 제한된 대상만 지원하는 선별적 제도로 사회보장 제도가 아니라 협의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은 사회보장기본법상 사회보장제도에 해당하므로 복지부와 사전협의를 거쳐야한다고 못 박았다.




서울시는 보건복지부의 통보 이후 12월10일 청년정책기자회견문을 통해 복지부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서울시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위법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개정안”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사회보장기본법조차도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협의 결과 또는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조정 결과에 따라야 한다는 명확한 의무 조항이 없다. 그럼에도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지방교부세를 감액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은 ‘법령에 위반한 경우에만’ 지방교부세를 감액하도록 한 지방교부세법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헌재의 입장에 세간의 이목 집중


최근 중앙정부는 독자노선의 복지사업권을 둘러싸고 지방정부와 그 어느 때보다도 격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월,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겹치는 유사중복 복지사업 1,496개를 정비하겠다는 공문을 지자체에 전달했다. 취지로 “추진유사중복 복지사업 등으로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어 지속가능한 복지 구현을 위해 복지재정을 효율화”하려는 것이라 밝혔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자체 재원으로 추진 중인 사회보장사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중앙정부와 유사·중복이 우려되는 사업들을 정비해 나가기로 하였다.


이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는 시대적 요구가 높고, 이에 따라 복지수요도 급격히 늘어 중앙정부로서는 중앙-지방 간 복지균형을 맞추고 중복되는 사업을 없애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필요성과는 별개로 양자의 첨예한 대립은 해묵은 지자체의 자립도 문제 또한 동시에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중앙-지방정부가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이와 관련된 복지수혜대상자와 예상수혜자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국 성남시는 2015년 12월17일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으며, 서울시는 권한쟁의심판청구를 검토 중에 있다.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따라 앞으로 비슷한 사례에 영향을 미칠 선례가 마련되는 만큼 헌재의 입장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