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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파리 협약, 기후변화 위해 전 세계가 노력할 때

[M이코노미 조운 기자]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고 2020년부터는 신(新)기후체제가 실시된다. 지난 12월,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2주일’ 동안 전 세계 국가들은 기후변화 대응에 공감하고 뜻을 함께 했다. 우리나라도 이에 동참하여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까지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대응 태도는 한심스럽기만 하다. 앞으로 실시될 파리 협약과 우리나라의 대응에 대해 취재했다.


올 겨울은 유난히 비가 많고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었다. 예년 같으면 영하로 떨어졌어야 할 12월 초에도 영상의 날씨가 계속돼 눈 대신 비가 내리면서 스키장과 겨울스포츠 용품, 난방기구 매장들은 울상을 지었다. 심지어 12월15일에는 충북 영동군에 봄의 전령사 개나리가 피었다는 소식마저 들려와 그야말로 ‘세상에 이런 일이’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이상 기온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12월, 미국 ABC 기상캐스터는 한겨울 섭씨 20도를 기록한 뉴욕 타임스퀘어에 가벼운 원피스와 샌들을 신고 일기예보를 전했고, 일본 도쿄에서는 주말 낮 최고 기온이 초여름 수준인 24도까지 치솟았다.


2015 슈퍼 엘니뇨, 세계 곳곳 피해 막심


웃고 넘기기에는 심상치 않은 올해의 이상 고온 현상은 ‘엘니뇨’ 때문이다. 중학교 과학시간에나 들어봤을 법한 이 ‘엘니뇨’는 적도 부근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바닷물 수온이 상승해 이상 기후를 유발하는 현상으로 2~7년을 주기로 발생한다. 지난 6월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의 미셸 자로 사무총장은 “2015년 최악의 엘니뇨가 될 전망”이라며 “열대와 아열대 지방은 극심한 가뭄과 홍수를 경험하겠다”고 예측한 바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극심한 가뭄으로 2015년 한 해에만 약 11만7000건의 산불이 발생해 50만명 이상의 피해자가 속출했고 에티오피아도 가뭄으로 인해 어린이 35만명이 심각한 영양실조에 직면했다. 케냐 정부는 엘니뇨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 토사 유출 등으로 250만명의 어린이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국가들은 ‘기상재해’라 할 정도의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의 자연현상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엘니뇨는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그 성격이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상청은 “해양과 대기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엘니뇨현상은 대기 중의 에너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자연현상의 한 형태로 해석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최근의 엘니뇨 발생 추세로 볼 때 그 빈도와 강도에 심상치 않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주목했다. 대규모적인 고수온 현상을 의미하던 엘니뇨가 1977년을 기점으로 발생 양상이 달라져 더욱 빈번해지고 강도가 강해져 극단적인 기후 변화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상청은 “엘니뇨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아 변질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지역에 따라 가뭄과 홍수가 극심해지고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라고 기상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의 주범, 지구 온난화


‘지구 온난화’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 온실가스 등이 대기에 잔류하여 우주로의 열방출을 감소시키는 ‘온실효과’로 인해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기온은 0.85℃ 상승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해 몰디브, 트발루 같은 태평양의 아름다운 섬들이 수몰 될 위기에 처했고, 기후변화가생태계의 먹이사슬을 교란시켜 많은 동식물들을 멸종시키고 있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현재 속도로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21세기 말에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종들 중 30%가 멸종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재앙’ 수준에 이르는 기상 변화 현상을 직접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지구 온난화’가 아직은 지구 저 편의 ‘남의 일’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하지만 같은 지구에 사는 이상 ‘기후 변화’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학자들은 오늘날 기후변화의 90% 이상이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산림을 훼손하면서까지 토지를 과잉사용하고 있는 인간의 활동에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여기서 ‘인간’이란 특정 인물이나 나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는 그야말로 ‘지구적’ 문제이기 때문에 지구에 사는 이상 ‘인간’,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이러한 지구적 차원의 인식에서 시작된 인간들의 노력이 조금씩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 바로 ‘UN기후변화회의’이다.


파리 협약 체결, Post-2020 신(新)기후변화체제


최초의 기후변화협약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채택되어 1994년3월에 발효되었다. 현재 195개국 및 유럽연합이 가입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1993년 12월에 가입했다. 이에 따라 1995년부터 매년 1회, 당사국총회(COP)가 개최되어 현재까지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가 각국의 기후변화대응의 핵심 골자가 되고 있다. 교토 의정서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7가지 온실가스를 규정하고 선진국에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부과하며, 배출권거래제 등 기후변화 분야에 시장메커니즘을 도입했다. 하지만 선진국에만 온실 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였고 그마저도 CO₂배출량 1, 2위 국가인 중국(26%)과 미국(16%)이 감축의무에 참여하지 않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15%만을 관리하는 반쪽짜리 협약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5년12월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에서 Post-2020 신(新)기후변화체제협상이 실시되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모두가 도와야 가능하다”고 당사국들의 합의를 촉구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정부와 비정부기구(NGO)간 서로의 견해차로 각료급 비공식 협의회가 새벽까지 이어지는 등 진통을 겪었지만 결국 예정되었던 종료시한을 하루 넘긴 12일, 신(新)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 협약’이 체결되었다. 총회 의장인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번 합의문은 기후변화 체제의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2주’의 대장정이 마무리 되었다.



이번에 체결된 파리 협약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이전 2℃에서 1.5℃ 이하로 제한한다는 보다 강력한 장기 목표를 세웠다. 이전 교토 의정서와 대비되는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중국과 미국을 포함한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들이 각자의 목표를 정해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각국의 다양한 여건을 감안하고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을 고려해 스스로 ‘국별 기여방안(INDC)'을 결정하도록 했다.


쟁점이 됐던 INDC의 국제법상 구속력은 빠졌지만 선진국은 절대량 방식을 유지하고, 개도국에게는 경제 여건을 감안해 부문별 감축 목표가 아닌 경제 전반을 포괄하는 감축 목표를 채택하도록 허용해 2023년부터 5년마다 이행 여부를 점검하도록해 현실성을 더했다.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기후변화의 역효과로 인한 ‘손실과 피해’ 문제를 별도 조항으로 규정했다. 또 개도국의 이행지원을 위해 선진국의 재원공급을 의무화하여 2020년부터 매년 최소 1000억달러(약 118조원)를 지원해 개도국이 감축 의무에 동참하도록 기술의 개발 및 이전에 대한 협력을 확대, 강화하도록 규정했다.


환경부 장관 조기기국, 입법부가 대표연설 우리나라도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참여했다. 우리나라는 스위스, 멕시코, 모나코와 함께 환경건전성그룹(EIG)에속해 개도국의 참여를 독려하는 선진국과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을 강조하는 개도국 간 간격을 좁히는 조정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29일부터 12월5일까지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총회(COP21)에 참석하기 위해 파리를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30일 COP21 개회식에 참석해 기조연설에 나서 “전 지구적 의지와 역량을 결집해 이번 파리 COP21에서 반드시 신기후체계를 출범시켜야 한다”고 말하며 협약체결을 독려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의 에너지 신산업 육성전략 추진을 시사하며 “이를 통해 2030년까지 100조원 규모 신시장과 일자리 50만개 창출,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이후 우리나라 정부가 국제사회에 보여준 행동은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했다.


수석대표인 박근혜 대통령은 COP21의 정상연설을 마치고 5일 귀국했고 한창 파리 협약의 합의문 도출을 위한 막바지 협상이 진행되던 8일에는 한국정부 협상수석대표인 환경부 윤성규 장관이 조기 귀국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파리기후총회 고위급 세션의 한국 대표 연설자로 입법부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나경원 위원장이 깜짝 연설을 해 국가 망신이라며 ‘땜빵 연설’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2주일’로 불리는 현장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보여준 행태는 우리 정부가 이번 기후변화협약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37% 감축 목표, 산업계 봐주기 논란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이다. 2030년이 되면 온실가스의 1인당 배출량이 러시아, 미국에 이어 세계 3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가 기후변화를 대하는 태도는 부끄러울 지경이다. 우리나라가 애초에 제출한 INDC와 4개 시나리오를 발표한 직후 국내뿐 아니라 국외, 특히 각국 정부마저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독일 민간연구소 저먼워치(German Watch)와 유럽기후행동네트워크(CAN Europe)가 발표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16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37.64점을 얻어 조사대상 58개국 중 54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환경 규제가 경영의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라며, 우리나라 기후변화대응이 가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국내 제조업 비중이 32%로 선진국에 비해 높은 데다 이미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린 상태라는 것이 산업계의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와 38개 주요 업체는 6월 “현실을 외면하고 국제 여론만 의식한 정책이 한국을 저성장 늪에 빠뜨릴 것”이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다.


국내 업계의 반응과 국제 사회의 역할 속에서 갈팡질팡하던 우리나라 정부는 결국 기존 31.3% 감축안에서 37%를 감축하는 계획을 유엔기후변화협약사무국에 제출하였다. 기존 감축안인 31.3%보다 진일보한 안으로 보이는 37% 감축안에 대해 녹색연합은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눈속임을 한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제출한 37%안은 기존의 탄소배출전망치(BAU) 대비 25.7% 감축안을 기본으로 추가 11.3%는 국제탄소시장매커니즘을 활용해 감축한다는 계획으로 산업계의 책임은 기존 12%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배려(?)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산업계가 추가로 책임져야할 부담이 국내의 다른 영역과 국민의 세금으로 전가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증가된 감축량은 산업계가 아닌 건물, 수송, 가정 등 다른 분야에 떠넘겨진 것이며 국내 감축 몫과 유엔에 제출한 감축목표의 차이만큼은 국민의 세금으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해외에서 사오겠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주무부서 산업계 산하로


게다가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소관 주무부서를 환경부에서 경제, 산업부서로 이관하도록 업무를 조정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초 2010년 환경부 산하에 만들어진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및 검증업무를 하는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를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하고 환경부가 해오던 기업별 배출권 할당 업무를 기획재정부가 맡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녹색연합에너지기후팀 신근정 팀장은 “그나마 온실가스 감축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정부가 선전해 온 배출권거래제마저 산업과 경제를 고려해 소관부처를 옮기려하고 있다”며 이는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가 정부에게는 아무런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신 팀장은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되는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온실가스 데이터 관리를 주관하는 곳으로 정권에 따라 정책 방향이 급격하게 변할 수 있는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한다는 것은 정책 일관성의 부족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정부가 목표치로 잡은 온실가스 37% 감소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배출권거래제 운행이 중요한데 이를 산업계 입장을 취할 것이 뻔한 기재부로 옮긴다는 것은 우리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의지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주무부서의 이관이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져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선뜻 투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 팀장은 덧붙여 “최근 우리나라의 화력발전소 증설계획 등이 그대로 실시된다면 기존의 37% 감축 목표는 어림도 없다”며 “이제라도 이관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산업부와 경제부처는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세계흐름에 맞춰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자원빈국 한국은 어느나라보다 앞장서 화석연료시대 종말을 축하하고 친환경 신생 에너지 개발을 통해 에너지 신산업 시장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이 파리에서 선언한대로 에너지 신사업을 통해 변화에 적응해 간다면 오히려 산업계의 신 동력이 되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지구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미래세대를 위해 전 사회의, 전 세계의 공감과 노력을 기대해 본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