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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반값 등록금’ 실현, 아직도 멀었다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최고 수준에 속하는 대한민국 대학 등록금이 청년부채로까지 이어지며 청년들의 사회 진출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말 우리 정부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했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했지만 정작 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게다가 유일하게 등록금 고지서 상 ‘반값 등록금’을 실현한 서울시립대의 사례가 도마 위에 오르며 대학 등록금 인하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기도 했다. 우리 대학의 등록금 현실과 정부가 실현했다는 ‘반값 등록금’의 실체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2016년 대학정시원서접수가 지난해 12월 말로 끝이 났다. 이제 수험생들은 1월 중에 있을 대학 합격자 발표만을 남겨놓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되고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에 따라 진학을 원하는 학교들을 선택해 가나다 군에 지원했다. 대학생활의 핑크빛 미래를 꿈꾸며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대학 등록금’은 보다 현실적인 고려사항이다. 달콤한 합격 소식 뒤에 받아 본 천문학적인 액수의 대학 등록금은 학업의 의지마저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최고 수준에 속한다. 2015년 사립 일반대학 평균 등록금은 연간 734만원이며, 국립 일반대학은 418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등록금 외에 대학 교육을 위해 지출해야 하는 기타 비용도 상당한 수준이다. 대학교육연구소가 2015년 신입생을 기준으로 등록금을 포함한 대학 교육비를 조사 분석한 결과, 연간 1,500만원~2,3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까지도 다니는 대학이기에 대학생활 전체 등록금을 부모에게 의존해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와 학비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나타내는 ULI지수가 1985년 0.72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5년에는 0.21인 것으로 나타났다(1.0이면 모두 해결할 수 있으며, 0이면 전혀 해결할 수 없음). 일명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할 수밖에 없고 장학금이나 학자금대출이 없으면 학업을 일시 중단하거나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정부, “반값등록금이 실현됐다”에 학생 반응은 싸늘


우리나라의 높은 대학등록금 문제는 꾸준히 문제제기 되어왔다. 특히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는 ‘반값등록금’이 최대의 이슈로 떠올랐다. 현 박근혜 대통령도 2012년 대선 후보 당시 반값 등록금이 새누리당의 당론이라 밝히며 “소득 2분위까지 등록금 전액, 소득 7분위까지 등록금 절반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리고 지난 12월 말 정부는 “정부와 대학의 노력으로 반값등록금이 실현되었습니다”라는 내용의 광고를 내 놓았다. 정부는 올해 소득연계 맞춤형 반값등록금사업을 위해 정부 3조9000억원과 대학 3조1000억원 총 7조원을 확보해 장학금을 집행하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이와 같은 발표에 정작 당사자인 대학생들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반값등록금이 실현되었다는 정부 광고에 SNS에서는 “내 등록금 고지서 어디에 반값이 되었냐”며 전혀 체감할 수 없다는 내용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최근 5년간 등록금 인하율은 5%


실제로 최근 5년간 등록금 인하율은 5%가 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육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국공립 대학 5곳과 사립대학 8곳은 오히려 등록금이 비싸졌다. 정부의 ‘반값 등록금’ 방안인 국가장학금이 도입된 이후 오히려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는 거의 변동이 없었던 것이다.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를 유도한다는 정부의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대학이 자체적으로 지급하는 교내장학금 중 저소득층 장학금은 28.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학생들의 체감이 낮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었다.


 정부가 ‘실현’했다는 반값 등록금은 고지서 상 액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개념이 아니라 소득수준에 따라 차별적으로 장학금을 주는 방식을 의미했다. 교육부의 이와 같은 ‘소득연계 맞춤형 반값등록금사업’은 차상위 계층을 포함한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소득 계층에 따라 차등 지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간 소득 계층이라도 사립대의 높은 대학 등록금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중간 소득 계층의 학생들은 부족한 등록금을 학자금 대출로 감당해야 한다.


국가 장학금 늘었지만, 저소득층 학자금 대출도 늘어


이렇게 저소득층 대상 장학금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의 학자금 대출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경우 국가장학금을 받더라도 나머지 등록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소득별 대출 현황에서 기초생활 수급자는 2014년 2학기 대출액이 319억원이었으나 올해 1학기 372억원으로 53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대출 건수는 2만5361건에서 3만217건으로 4856건 상승했다. 차상위계층에 해당하는 소득1분위 학생들도 같은 기간 대출액은 112억원, 대출건수는 1만588건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아직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등록금에 쫓겨 대출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이 늘어가면서 최근에는 청년부채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기도 했다. (M이코노미 2015년 11월호, ‘사회에 진출도 하기 전에 빚더미… 청년부채 심각’) 정의당 김경용 청년·학생위원회 위원장은 학자금대출 신용 유의자가 점차 증대하는 현상을 지적하며 빚을 갚기 위해 제2금융에 또 다시 빚을 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대출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빚놀이’가 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했다.


서울시립대의 ‘반값 등록금’이 ‘반값 교육’?


이런 가운데 지난 2012년 새내기부터 고지서 상 ‘반값 등록금’을 실현한 전국 유일 반값 등록금 대학, 서울시립대의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력한 이행 의지로 실현된 반값 등록금으로 서울시립대는 2012년부터 4년째 1,022,000원(인문사회계열 기준)의 등록금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의 획기적인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서울시립대입시 경쟁률이 치솟는 등 학생들의 호응이 매우 높았다. 그런데 지난 12월6일 한 방송사가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4년, ‘반값 교육 될라’우려> 뉴스기사를 통해 서울시립대의 반값 등록금이 ‘반값 교육’이 아니냐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기사에는 반값등록금을 실시한 이후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은 줄어들었지만 대신 교육의 질이 저하 되었다는 내용이 주를 이었다. 하지만 서울시와 서울시립대학교는 보도가 있은 바로 다음날 설명자료를 통해 절반으로 줄어든 등록금으로 줄어든 대학 자체수입을 서울시 지원금을 통해 보전하고 있으며 해당 방송사가 의혹을 제기한 교육의 질 부분의 대형 강의수 증가, 비전임교원 수 감소는 교육부 대학기관 평가인증에 대비해 전임교원 강의비율을 제고하기 위한대책으로 나타난 결과로 이러한 현상은 ‘반값 등록금’ 시행과 무관한다고 밝혔다.


또한 ‘1인당 교육비투자가 2011년 전국 43위에서 2년 만에 143위까지 곤두박질쳤다’는 보도에 대해 시립대가 공립대학이라는 특수성으로 ‘교수, 조교, 서울시공무원 인건비’가 일반회계가 아닌 서울시 재무국 통합 인건비 예산으로 편성·지급되어 2013년부터 이 항목이 포함되지 않아 그 액수가 감소한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더불어 “향후에도 서울시와 긴밀히 협조하여 반값등록금 정책을 수행하되, 양질의 교육도 지속적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예산 확보 등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반값등록금 시행 이후, 서울시립대 학생 86%가 만족


또한 해당 방송사 보도에서 시립대의 ‘교육의 질 저하’를 뒷받침했던 총학생회 재학생 설문조사 ‘상황개선을 위해 등록금 인상 필요?’에서 57%가 ‘그렇다’고 대답한 것에 대한 진위를 조사하기 위해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총학생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의 앞뒤 내용 없이 이 부분만 편집해 의도가 왜곡된 것으로 보인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총학생회가 실시한 설문조사는 등록금심의위원회를 대비해 총학생회가 당시 2015년의 등록금을 책정하고 사용처에 대해 논함에 있어 반영할계획으로 실시한 것이었다. 설문조사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반값등록금 시행 전후를 고려할 때, 등록금으로 인한 영향으로 응답자가 체감하는 만족도는 어느 정도 입니까’라는 문항에서 반값등록금 시행 이전 입학자 중 72%가 ‘매우만족’과 ‘만족’을 선택했으며 반값등록금 시행 이후 입학자의 경우 86%가 ‘매우만족’과 ‘만족’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매우 불만족’과 ‘불만족’을 선택한 18%와 7%의 응답자들이 반값등록금에 불만족하는 이유로 ‘교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축소’와 ‘교내 각종 시설 개선의 부족’을 선택했다. 또한 설문조사에서 교내 개선되어야 할 분야를 묻는 질문에서 ‘교육 분야’ 및 ‘시설 분야’를 선택한 이들이 가장 높았으며 이러한 분야의 상황 개선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한 것이 위의 보도에서 나온 57%로 나타난 것이다.


전반적으로 서울시립대 학생들은 현 반값 등록금을 만족스러워 하고있으며 어느 학교에서나 요구할 법한 교육의 질과 시설 개선을 위한 재원확보를 위해 학생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어느 정도 부담할 수 있다는 생각이 투영되어 등록금 인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익명의 한 학생은 ‘어차피 싸서’ 약간의 인상은 용인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했다. 일부 학생들은 시설의 노후화 등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가 ‘반값 등록금 때문’인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 총학생회 조창훈 회장은 이와 같은 설문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학교에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하여 등록금이 실제 학생들이 원하는 분야의 개선에 쓰일 수 있도록 압박하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보도가 나간 후 다음 카페 ‘서울시립대 광장’에는 이번 기사가 “정시시즌에 왜 이런 오보가 올라왔는지모르겠다”는 반응과 함께 “그저 대학교육의 부담을 적게 받는것 만으로도 기쁘다”는 내용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한 “타 대학들과의 비교를 통한 객관적인 분석 없이 기타 외생변수도 고려하지 않고 모든 현상을 일체 반값등록금으로 인한 결과라고 단정지었다”고 비판했다.


취재원이 실제로 만나본 시립대 학생 서모 씨(22세, 컴퓨터과학부)는 “친구들 중에 연세대, 고려대에 갈 정도로 높은 성적을 받았지만 등록금 부담 때문에 우리 학교에 온 애들도 있다”며 “타 대학의 상황은 알지 못해 우리 학교 교육의 질이 그들보다 떨어지는지 잘 모르겠지만 대체적으로 만족 한다”고 답했다. 특히 “한 학기 4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고 사립대를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서도 아르바이트 등으로 자기 생활이 거의없어 공부할 시간도 없어 보였다”며 “적은 등록금으로 부모님도 기뻐하셨고 나도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용돈벌기용으로 학업에 지장이 가지 않게 하고 있어 장학금을 받아 등록금 부담이 거의 없다”고말했다.


반값등록금 시행이 어려운 이유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이 같은 해당방송사의 보도에 대해 “반값등록금을 폄하하는 보도”라고 질타했다. 최근 대학 교육의 질 저하는 우리나라 대학 전반의 문제이며 이를 ‘반값 등록금 때문’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반값등록금을 실시하고 있는 서울시립대를 모범 사례가 아닌 ‘실패한 사례’로 낙인찍으려는 것은 향후 타 대학들의 ‘반값 등록금’ 흐름을 끊기 위한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모두가 원하지만 좀처럼 시행하기 어려운 반값등록금.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해 12월10일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전국 사립대등록금 의존율 현황을 조사해 그 결과를 밝혔다. 2010년 62.6%에 이르던 수입 대비 등록금 의존율이 계속 낮아져 2014년에는 54.7%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기간에 늘어난 대학 수입의 대부분이 교육부의 국가장학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금이나 국고보조금으로 학교 운영경비를 충당하는 행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우리나라 사립대학은 재정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러한 형태의 재정구조가 계속된다면 고액의 대학 등록금 문제는 해결이 요원하며, 고질적인 재정난도 극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회적 합의 필요


올해 4월,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서로 ‘반값 등록금’을 외치던 지난 선거를 생각하면 이것이야 말로 ‘포퓰리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생들은 여전히 등록금과 싸우며 아르바이트와 학자금 대출로 근근이 버티며 미래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청년 희망을 외치고 있는 우리 사회가 보다 진정성 있게 청년들을 위해 나서기 위해서는 대학 교육과 등록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꼭 필요해 보인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