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소영 편집국장 · 정리 김선재 기자> 김향동 진도군수협 조합장은 젊은 시절 어촌 계장부터 시작해 어민 후계자, 수협 감사를 지냈을 정도로 수산업 분야에서는 전문가로 꼽힌다. 조도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진도군수협 조합장으로 당선된 김 조합장은 어민들이 잘 먹고 잘 살아야 수협도 잘 된다는 ‘내실 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밤낮으로 뛰어왔다. 그 결과 공적자금을 받아 연명하던 진도군수협은 연간 매출 4,000억대 수산물 생산이라는 성적표를 거머쥐며 전국 91개 수협 중 입판고 기준 전국 3위, 당기순이익 기준 전국 4위 수협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1962년 진도군어업협동조합으로 출발한 진도군수협은 2016년 서망사업소 선어위판장을 건립한 후 군의 주요 수산물인 꽃게, 오징어 등 각종 활선어를 입판하고 있다. 조합원 수 총 3.201명으로 군 단위 수협으로는 상당히 큰 편에 속한 진도군수협을 이끌고 있는 김향동 조합장은 “청정 해역 진도군은 아주 우수한 수산물이 풍부하다”고 자부심을 내비췄다.
올해 수산물 매출규모 1,700억원
진도군수협은 지난해 기준으로 김 생산량 약 1,500억원과 톳 생산량 약 100억원, 꽃게 생산량 200억원을 포함해 입판 되지 않은 수산물과 전복 등을 포함하면 약 4,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국 91개 수협 중 입판고 기준 전국 3위로 현재 전국 수협 기준 4위 자리다. 이를 토대로 진도군 수협은 지난해 ‘클린 조합 인증’과 상호금융 경영종합평가 C그룹 1위, 수협보험 연도대상 등도 수상했다. 단기간에 이뤄낸 성과로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진도군수협이 올해 내건 목표량은 1,700억원. 김 조합장은 “아주 순조롭다”고 자신감을 내비췄다.
유독 김 생산 많은 이유 ‘기후조건’
다양한 수산물이 생산되고 있는 진도는 유독 김 생산량이 많다. 김 조합장은 “진도의 김 생산량은 전국 1위로 전국 생산량 28%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도에서 김이 많이 생산되는 이유로는 기후를 들 수 있다. “우리 진도는 타 지역에 비해 10~15일 정도 김 채취가 이르고 약 20일가량 늦게까지 김이 생산됩니다.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약 한 달 정도 생산기간이 더 긴 셈이죠.” 이러한 기후조건으로 진도의 김 생산량은 타 지역과 많은 차이가 난다. 진도에서 생산되는 김 중에서도 가장 으뜸 종은 ‘곱창김’ 품종이다. 곱창김은 일 년에 2~3번 채취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김 조합장은 진도에서 김이 가장 많이 생산 되는데도 그동안 김 가공공장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몇 군데의 영세공장이 있었습니다만, 생산량이 워낙에 많다 보니 대부분 다른 지역으로 나가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제가 조합장으로 와서 보니까 이런 부분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진도김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브랜드 작업을 시작해서 재작년부터는 자체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진도김 브랜드명은 진도군 통합 브랜드인 ‘진도아리랑 명품 김’과 ‘진도아리랑 곱창김’이다. 김 조합장은 김을 홍보하면서 예향의 고향인 진도를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어서 좋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진도군수협은 매년 개최되어 온 ‘진도 꽃게한마당잔치’를 올해부터 ‘진도수산물축제’로 이름을 바꿔서 개최했다. 김 조합장은 “내년부터는 청정해역 진도에서 생산된 우수한 수산물을 전국에 알리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 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운영되던 수협...출자 배당하는 수협으로
진도군수협은 과거 저조한 실적으로 어민들에게 신뢰받지 못했다. 그러나 김 조합장이 당선된 이후 조합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김 조합장은 “조합장에 당선된 후 이 부분의 개선이 가장 우선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어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수협이 되려면 수익을 창출해 내는 구조를 만들어야 했다는 것. 진도군수협의 새로운 로드맵을 만들고 구성원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노력한 진도군수협은 지난 2016년 1,000억원을 달성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1,500억원의 입판고를 달성해 법인세를 제외한 순소득 76억원을 어민들에게 배당을 하는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우리 어민들에게 출자·배당을 해드렸더니 ‘오래 살고 볼 일’이라며 너무 좋아하는 겁니다. 조합원들도 감사해 하고요. 무언가를 해냈다는 뿌듯함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진도군수협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자체적인 자정능력과 입판고 1등급을 받아야만 가능한 ‘클린조합 인증’도 받았다. 전국에 있는 수협 중에서도 ‘으뜸수협’이라는 큰 성과를 거둔 것이다.
수산분야 전문가...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김 조합장은 원래 선박기관사였다. 군 생활도 항만사령부에서 했다. 군대에서 전역한 후에는 미역공장에 들어가 일했다. 그 경험을 살려 직접 미역공장을 운영했지만 손해를 많이 봤다. 이후 마을 어촌계장을 맡아 일하면서 사업으로 진 빚을 갚으려고 새로운 사업을 찾았다. 그러던 중 거제도에서 참모 자반 양식에 성공한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가서 봤더니 별 게 아니었습니다. 제 부친께서 미역양식을 최초로 성공하신 분인데 그 노하우를 적용해 참모자반 양식을 해보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약 10년 정도를 연구한 결과 1997년 참모자반 양식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매스컴에 제 소개가 되면서 신지식인으로 선정되는 행운 도 얻었죠.”
어촌계장에서 시작해 조합장에 당선되기까지
김 조합장은 어촌계장과 어민후계자를 거쳐서 진도어민후계자협의회 회장, 전남어민회 부회장, 수협 감사 등도 지냈다. 그러다 수협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어민후계자협의회에서 조합장에 한 번 나가보라는 추천을 받았다.
“막상 추천을 받고 나니까 자신감이 없더라고요.” 어릴 때 힘든 가정형편 때문에 공부를 많이 못했던 김 조합장은 지금부터라도 공부하자고 맘먹고 늦깎이 공부를 시작했다. 검정고시를 거쳐 전남대학교 경영대학원을 나올 정도로 노력해온 그에게 주변에서는 ‘독하다’는 말이 나왔다. 이후 김 조합장은 선거에 출마했고 진도군수협 조합장에 당선됐다. 당시 진도에서는 조도면 출신에게 조합장을 빼앗겼다는 텃새가 아주 많았다고 했다.
“임기 4년을 해보니까 ‘이건 내가 할 게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합장 월급이 300만원인데 그걸 다 쓰고도 2,000만원 이상 개인지출을 해야 할 정도로 챙겨야 할 게 많았습니다. 마침 동생한테 맡겨 놨던 모자반 양식사업도 힘든 상황이 돼서 재출마를 하지 않고 고향으로 내려가서 모자반 사업에 전념했습니다. 그러나 후임조합장이 들어오고 나서 진도군수협은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운 일들이 불거졌습니다. 차기 선거를 한 달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다시 출마를 결정해 치열한 경쟁 끝에 단 3표 차로 당선된 겁니다.”
수익 내지 못하면 내일도 없다
지난 2015년 취임한 김 조합장은 진도군수협 내부의 전반적인 혁신을 시도했다.
“제가 처음 조합장이 됐을 때 공적자금 197억을 받아 운영해 왔었는데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로는 내일이 없다는 각오로 공무원들을 설득해서 30억 원을 받아내 서망에 있는 조합에다 입판장을 개설하고 냉동·제빙공장 설치도 했습니다. 적자로 운영 돼 오던 광주지점은 과감하게 폐쇄를 했고요. 또 준비하고 있었던 수산물종합처리시설(FPC)은 검토 결과 지역사정과 맞지 않다고 판단돼 진도수산물 판매를 확대시킬 수 있는 ‘로컬푸드 복합커뮤니티센터’ 설립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현재 진도군수협이 사활을 걸고 있는 ‘로컬푸드 복합커뮤니티 센터’는 정부보조금 50%와 진도군 보조금 30%를 지원받는 90억원 규모의 사업으로 진도군수협이 전국 최초로 시작하는 사업이다. 김 조합장은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우리 어민들이 직접 생산한 수산물에다 생산자인 자신의 이름표를 달고 판매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우리 수협은 어민들의 수산물을 홍보해주고 위탁받아 판매하는 역할만 하게 됩니다. 바로 어민 참여형 점포인 것이죠.” 김 조합장은 이걸 전국 90개 수협에 있는 각 점포와 농협에서 운영하는 로컬푸드점과 연계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한 공간에서 싱싱한 수산물과 농산물 구입이 가능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아울러 조만간 진도에 곧 오픈하게 될 대명콘도의 1.007개 객실에 투숙 하게 될 관광객 수요와 군납, 학교급식 등의 전략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수산물 직불금 있으나 마나...정부의 세심한 연구 아쉬워
바다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은 예측이 어려운 부분이 많다. 김 조합장은 어민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말했다. 농산물의 경우 재해가 발생하면 정부에서 고시가격을 정해서 비축수매를 해주지만 수산물은 그러한 부분이 아주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지난해 진도군수협에서는 오징어 입판고 실적을 60억원 정도를 올렸다. 하지만 올해는 거의 잡히지 않아서 판매 자체가 이뤄지지 않다고 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관련부처에 호소하지만 통하지가 않는다는 것. 더욱이 어려운 점은 피해를 증명하려면 증빙자료가 너무 방대하다고 했다.
“대부분의 어민들이 영세하고 고령이다보니 증빙자료를 첨부해서 피해를 증명하는 건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물론 수산물 직불금이라는 것이 있긴 합니다만, 형식에 불과 하고, 보험료도 너무 비싸서 어민들이 가입하기 부담스러운 면도 있고요. 설령 보험에 들었다고 해도 증빙이 어려워 정당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보니 어민들이 보험에 가입하는 걸 기피합니다. 어민들에게 이러한 부분에 대해 설명을 하지만 현 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입니다.”
김 조합장은 정부가 이러한 부분에 대해 보다 세심한 연구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진도군수협의 내실을 잘 다져나가면서 어민들의 소득증대를 가져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가는 것이 지금으로 선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새롭게 준비 중인 낙지 입판장과 로컬푸드 사업을 연계한 사업 외에도 서울에 점포 개설사업이 차질 없도록 잘 챙기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김 조합장은 이러한 사업의 차질 없는 진행을 위해 내년 3월에 있을 조합장 선거에 재도전 가능성도 내비췄다.
“지역어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뭔가 제대로 된 일을 해내는 게 저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조합장은 우수한 진도수산물이 대도시에서 사랑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재차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