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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수입차 등 고가차량 보험료 최대 15% 할증, 보험시장 불균형 잡을까


내년부터 고가의 수리비가 나오는 수입차나 국산 고급 차량의 자동차보험료가 최대 15% 인상될 예정이다. 수리비가 평균보다 많이 나오는 수입차와 고급 국산차의 자차보험료를 최대 15% 인상하고, 수리기간에 쓰는 렌트카도 배기량과 연식이 같은 동급의 국산차가 제공된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가차량 자동차보험 개선안에 대해 금융당국은 업계 의견 등을 수렴해 올해 안에 최종안을 내놓고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됐다. 아파트 주차장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국산 SUV 차량이 주차돼 있던 외국 B사의 싯가 2억에서 3억대 가량의 차량을 뒤에서 들이받은 모습의 사진이었다. 사고는 SUV 차량 운전자의 운전미숙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사진이 올라가며 시선을 끌었다. 당시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B사의 차량 수리비용, 수리 기간 동안의 렌탈 비용을 포함해 3억 가까이 될 것” “국산차 팔아도 수리비도 안 나온다” “이래서 자동차 대물보험은 어쩔 수 없이 최대치로
들어야 한다”는 등 안타까움에 수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최근 수입차 판매율이 점점 상승하면서 길거리를 지나다 외제차를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도로상에 외제차량이 증가하면서 사고를 우려한 차량 운전자들은 자동차 보험의 대물한도를 최대한으로 올리고 있다. 서울에서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하는 이창열(34) 씨는 “대물한도를 최대치로 해놓고 있다”면서 “여러 대가 함께 연쇄추돌이라도 날 경우에 수입차가 한 대만 끼어 있어도 모든 운전자의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효석(37)씨도 “보험료가 조금 늘지만 한도를 크게 해 놓고 조금이라도 맘 편히 운전하는 게 낫다”면서 “사고란 것이 나만 조심한다고 나지 않는 것이 아니지 않냐”고 전했다.


고가차량 보험시장 형평성 왜곡 심화


내년부터 수리비가 비싼 수입차나 국산 고급 차량의 자동차보험료가 인상될 전망이다. 수리비가 평균보다 많이 나오는 수입차와 고급 국산차의 자차보험료를 최대 15% 인상하고, 수리기간에 쓰는 렌트카도 배기량과 연식이 같은 동급의 국산차가 제공된다. 금융당국은 업계 의견 등을 수렴해 올해안에 최종안을 만들어 내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보험연구원 등은 보험시장의 형평성 왜곡과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10월13일 ‘고가 차량의 자동차보험 합리화 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외제차 등 고가차량이 증가하면서 2012년 이후 자동차보험 물적손해가 수리비·추정수리비 고액화, 과도한 렌트비 등으로 인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제차는 2012년 75만대에서 2014년 111만6천대로 증가했고, 자동차보험 물적 손해 보험금은 2012년 5조6천315억원에서 2014년 6조3천868억원으로 증가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회사의 대물손해 보험금 지급액이 2012년 이후 증가하며 사고당 평균 보험금 증가로 이어졌다”면서 “사고발생률이 안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물손해 증가의 원인이 교통사고 보상에 필요한 수리비, 렌트비가 증가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물적손해 보험금 지급이 증가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외제차 등록대수 증가율은 21.9%로 나타났고 같은 기간 외제차의 수리비와 렌트비 증가율은 연평균 20.3%, 32.2%로 국산차의 5.6%, 9.9%를 크게 상회했다.


전 연구위원은 “자동차 보험은 의무보험이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은 억제된 반면 고가차 비중의 증가로 물적손해는 급격히 상승해 보험회사의 영업적자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경제적 문제와 더불어 일부 계층의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 왜곡 등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고는 람보르기니가 내고 부담은 EF소나타가 지고


국산차와 외산차의 수리비 불공정성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 2013년 3월8일 여의도에서 EF소나타 택시가 정지신호에서 정지하던 중 뒤에서 오던 람보르기니가 택시 후미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지 상태에서의 사고라면 람보르기니의 책임이 100%였을 것이지만 정지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과실비율 람보르기니 90%, 택시 10%로 쌍방이 합의했다.


문제는 후에 발생했다. EF소나타의 수리비가 190만원 발생해 람보르기니 차주는 대물손해로 190만원의 90%인 171만원을 부담했다. 하지만 EF소나타 택시기사는 람보르기니 수리비 7억2천만원, 렌트비(1일 / 350만원) 총 7천200만원 + 렌트비의 금액을 부담했다.


사고를 소개한 전용식 연구위원은 “경미한 보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리한 부품 교체 요구와 이로 인한 과다한 보험금 지급, 수리비 격차 등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경미사고 수리기준 확립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고가차 수리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체부품 사용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사실 외산차의 비싼 부품으로 인한 문제는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1월 대체부품 인증제가 시행됐다. 국토교통부는 대체부품 인증제도가 활성화되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활성화되고 자동차 수리비가 인하될 뿐 아니라 중소기업 활성화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증을 획득한 제품은 단 1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체부품이란 자동차제조사에서 출고된 자동차에 장착된 부품과 성능·품질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부품으로서, 자동차 수리 시에 자동차제조사에서 출고된 자동차에 장착된 부품을 대체해 사용할 수 있는 부품을 말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자동차 수리시 대부분 OEM 부품을 사용해 왔고 특히 수입자동차는 국산대비 높은 부품가격이 문제가 돼왔다. 국토교통부 김용석 자동차기획단장은 “‘대체부품 인증제도’가 활성화되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자동차 수리비가 인하될 뿐 아니라 중소기업 활성화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0년 된 외제차 동급은?


B사의 프리미엄 시리즈의 2001년식 차량 가격은 현재 880만원 정도다. 하지만 이 차량이 사고가 나 렌트비만 1천56만원 청구된 사례가 있다. 렌트비로 오히려 초과 이득을 볼 수 있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불합리한 현행 표준약관 규정으로 수리비보다 렌트비가 불합리한 경우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과도한 렌트비의 원인은 표준약관에서 렌트 차량 기준을 ‘동종의 차량’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전 연구위원은 “표준약관 지급기준을 ‘동종의 차량’에서 ‘동급의 차량’으로 변경해야 한다”면서 “렌트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초과이익도 제거해 손해보험의 이득금지 원칙과 실손보상 원칙 유지, 대차 차량 기준과 대차 적용 수리 기간도 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해외 주요국의 경우 교통사고 비용 발생 시 최소화 원칙에 따라 동일한 사용가치를 가진 자동차 또는 해당 피해 차 수준의 국산차로 대차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사용가치를 중시해 파손된 자동차와 동일한 사용가치를 대차하는데 소용되는 비용을 줘야하고, 영국 Direcline사 약관을 보면 기본 대체차량(최소차량) 또는 동급수준의 차량을 제공하도록 돼있다. 렌트는 같은 좌석수와 크기로 대차하며 동등차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가까운 일본도 대차비용은 필요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동종동급 차종을 대차한다. 고급차량 대차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사고 차량이 고급 외제차인 경우, 대차비용은 국산 고급차량 기준으로 한다. 이제 국내도 내년부터는 수리기간에 쓰는 렌트카도 배기량과 연식이 같은 동급의 국산차를 제공해야 하는 방안이 검토 중에 있다.


자차 손해담보 추정수리비 제도 폐지해야


외제차의 대당 평균 수리비, 렌트비, 추정수리비는 국산차에 비해 3배 이상 비싸다. 손해보혐협회에 따르면 외제차의 수리비는 292만원으로 국산차 88만원에 비해 2.9배, 렌트비와 추정수리비는 각각 3.3배, 3.9배 높다. 또 외제차의 부품비는 국산차에 비해 4.6배, 정비 요금은 2배 이상 비싸다. 이 고액수리비와 렌트비는 보험금의 지급 규모 증가로 이어지고 결국 보험료의 증가로 이어진다. 전용식 연구위원은 “자차 손해담보 추정 수리비 제도를 폐지해야 하고 추정수리비 이중 청구방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단독·일방과실로 인한 자차사고는 실제 수리한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 해야 하고, 지급내역 DB구축도 이중청구를 방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추정수리비란 보험사고 시 차량 수리를 하지 않고 보험사로부터 예상되는 수리비를 현금으로 직접 수령하는 방식으로 지급되는 보험금을 말한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추정수리비는 2009년 6천338억원에서 2013년 9천767억원으로 연평균 1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산차의 추정수리비 증가율은 8.1%에 불과했으나 외산차의 경우 24.6%를 기록했다. 추정수리비와 경미사고는 종종 보험사기에 악용돼 왔다.


국산차 8종·외산차 38종, 15% 할증요율 부과


불합리한 보험체계는 렌트비와 수리비에서 초과이익을 모색하는 보험사기의 증가를 불러왔고 저가차 운전자는 자칫 파산 위험의 확대와 보험료 부담이 가중되는 등 형평성의 왜곡이 심각해진 상황이다. 고가차량의 고가 수리비가 저가차량에 전가되는 것이다. 전 연구위원은 “저가차 운전자의 물적손해 1원당 보험료는 1.63원이나 고가차 운전자의 물적손해 1원당 보험료는 0.75원으로 저가차의 보험료 부담이 고가차에 비해 2.2배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저가차 운전자들의 고가차 운전자 물적손해 부담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운전자들이 대물담보 한도확대로 인한 보험료 인상을 고려할 경우 저가차의 보험료 부담은 더욱 크다. 이에 이날 공청회에서는 자차담보 고가수리비 할증요율을 신설해야 한다는 개선안이 나왔다. 고가차의 경우 차량모델별로 수리비가 평균 수리비의 120%를 초과할 경우 그 비율에 따라 최대 15%까지 보험료가 인상되는 방안이 논의됐다. 특별할증요율은 수리비가 평균보다 20~30% 더 나오는 고가차의 경우 3%, 30~40% 더 나오면 7%, 40~50% 더 나오면 11%, 50% 초과되면 15%를 할증한다. 금융위가 최종 조정할 예정에 있는 보험개발원의 시안에 따르면 최고 150% 이상인 국산차 8개, 외산차 38개 차종에 대해서는 15%의 할증요율이 붙게 된다. BMW·아우디·벤츠 등 대다수 외제차가 포함됐다. 국산차 중에서는 뉴에쿠스, 체어맨W, 원스톰, 스테이츠맨 등이다.


외산차는 국내 전체 차량 가운데 5.5%에 불과한데 수리비 비중은 21%를 차지하고 있다. 고가차량이 초래하는 고가수리비가 저가차량에 전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소개한 아파트 주차장 단순 운전미숙으로 인한 사고로 인해 국산차 차주는 수리비 1억5천만원, 렌트비 150만원씩 한 달, 총 2억원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 국산차 차주가 대물배상에는 1억원까지만 가입한 것으로 드러나 1억원이 부족한 상황에 직면했다. 올해 안에 발표될 고가차량 보험료 개선안이 현재의 왜곡된 형평성과 가입자간 불균형을 바로 잡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MeCONOMY Magazine November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