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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정직한 ‘양치기 소년들’ 나눔 실천하는 기업으로 비상


청년들의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나눔(share)’의 가치를 담은 기업이 있다. 청년들 각자의 재능을 십분 발휘해커피와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3개 분야에 진출해 자신들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주식회사 양치기 소년들’, 베일에 싸인 그들의 이야기를 공개한다.


‘늑대가 나타났다!’ 거짓말쟁이의 대명사인 양치기 소년들이 오명을 벗기 위해 진정성을 갖고 찾아왔다. 각자 자신의 개성과 재능을 활용해 내 주변 사람들과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청년들 스스로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회사, ‘주식회사 양치기 소년들’ 이야기이다. 주식회사 양치기 소년들은 커피,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3개 분야를 아우르는 회사로 ‘나눔’이라는 하나의 비전 하에 의기투합해 모인 3명의 청년이 시작한 회사다. 7살 때부터 함께 어울리던 79년생 양띠 친구들의 어릴 적 꿈이었던 ‘나눔’을 실천하는 회사가 탄생한 지는 이제 1년이 좀 넘었다. 하지만 커피 브랜드인 ‘커피 디셈버(Coffee December)’의 경우 탄생 6개월 만에 커피 원두 생산량 1.5톤을 달성하고 그 다음 달에는 그 깐깐하다는 일본 업체와 협약을 맺어 납품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놀랄만한 이 회사의 성장 속도와 확장 범위는 진정성을 가진 청년들의 저력과 노력의 성과라 할 수 있다. 양치기 소년들을 이끌고 있는 김보민 대표를 직접 만났다.


커피 디셈버(Coffee December)의 탄생


‘양치기 소년들’로 뜻을 모은 79년생 양띠 친구들은 모두 크리스찬으로 양을 돌보는 목동처럼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이 사회를 위해 쓰고 싶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고 김보민 대표는 일본에 소속을 두고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10여 년간 연기 생활을 하면서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각각 연기와 디자인, 성악, 물류 등 다방면에 진출한 친구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우정을 이어가며 어릴적 자신들의 꿈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계속해서 고민했다. 그러던 중 세 명 모두 접점이 닿은 ‘커피’ 사업을 떠 올리게 됐다.


취미로 커피를 배우고 함께 즐기던 중 우연찮은 기회에 세 명의 친구 모두를 반하게 한 원두를 발견한 것이다. 세계 3대 커피 중 하나인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커피는 커피의 황제라고도 불릴 정도로 맛이 좋지만 한국에서는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힘들게 구하더라도 값이 굉장히 비싸거나 올드크롭(old crop: 커피 원두를 수확한지 약 2년 이상이 지난 콩)이어서 커피원두 고유의 맛을 즐기기가 어렵다. 그런데 이 자메이카 블루마운틴과 똑같은 모종이 파푸아뉴기니에서 생산되고 있는 것을 김 대표가 발견한 것이다.


“파푸아뉴기니 블루마운틴은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의 원종인 아라비카 티피카 모종을 100% 그대로 보존한 상태로 재배한 커피예요. 게다가 가격도 저렴해 이미 포화상태라는 한국의 커피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겠다고 판단한 거죠. 무엇보다 많은 이들이 좋은 커피, 맛있는 커피를 많이 먹을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마음에 생각보다 일찍 친구들과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김 대표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그 해에 수확한 신선한 생두를 제공할 수 있는 유통 경로를 마련했고 12월 커피 디셈버(Coffee December)라는 커피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했다.


“사업을 시작할 때 친구들과 한 이야기가 있어요. ‘처음 마음 그대로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하지 말자. 돈 보다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이 되자’고요.”


커피 디셈버는 더치 커피, 핸드드립 커피 등 브랜드 제품을 직접 개발했고 좋은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한다는 자부심으로 국내 중소형 프랜차이즈업체 및 카페와 매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거래처를 만들어 원두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시작할 때의 초심을 잊지 않고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양치기 소년들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원두를 납품한 거래처에 양치기 소년들의 재능을 기부하는 형식으로 거래처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맛, 관리, 교육과 디자인까지! 점주와 win-win


일명 커피디셈버의 쿨링 시스템(cooling system)을 구축한 김 대표는 지속적인 관리와 교육으로 양질의 커피 맛을 보장하고 커피 홍보를 위한 전문 디자인을 제공해 거래처 카페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주어 매출 증대에 기여해 갔다. 최상의 맛을 위해 커피머신 관리 시스템과 커피추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관리와 교육에 힘쓰고, 양치기 소년들의 디자이너가 직접 브랜드 로고 및 패키지, POP, 배너 등을 제작했다. 그 외에도 카페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도록 합리적 비용의 케어 시스템을 제공해 가며 거래처와 1:1로 신뢰를 쌓았다.


“우리의 재능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 보다는 우리 양치기 소년들의 재능을 나누고 공유해 거래처와 윈-윈(winwin)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예요. 저희 고객인 점주들이 잘돼야 저희도 계속해서 커피를 납품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이런 시스템 외에도 재능 기부 형식으로 매출이 잘 안 오르는 카페에 소규모 커피 콘서트를 열어 드리기도 했어요. 저희도 즐겁고 손님들과 점주들도 너무 좋아하셨죠.”



이처럼 열과 성을 다해 직접 뛰는 청년들의 열정과 정직함이 통한 것일까. 커피 디셈버는 롯데백화점 중소기업 살리기 상생 프로젝트 공모전에 선발돼 식품으로서는 최초로 드림 플라자에 입점하고 최근에는 신세계 온라인 마켓인 SSG.COM에도 입점했다. 작년 메르스로 내수가 얼어붙어 거의 전 분야에서 부진을 면치 못할 때 커피 디셈버는 오히려 매출이 늘어났다.


“맛있는 커피와 디자인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세 박자가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커피는 역시 본질인 ‘맛’이 가장 중요하죠. 초창기 동대문에 직영 카페를 운영했는데 커피 맛이 소문이 나면서 점심시간이면 손님들이 줄을 서고 커피를 기다리기도 했어요. 구청장님까지 소문을 듣고 찾아오실 정도였죠.”


맛에 대한 자부심, 일본·대만·중국까지 진출


실제로 그들이 자부하는 파푸아뉴기니 블루마운틴은 부드럽고, 단맛과 신맛의 밸런스가 일품이었다. 특히 커피를 마시고 난 뒤에 입 안에 감도는 바디감과 깔끔함이 유럽에서 마시는 커피를 떠올리게 했다. 우리나라보다 170년 앞선 커피 역사를 가진, 전 세계적으로도 까다롭기로 이름난 일본 시장을 공략한 사실을 보면 그 맛에 대해서만큼은 이미 인정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유기농 커피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면서 현재 일본 (주)VOICE, 주식회사 히데미 등과 일본 정식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 외에도 대만, 중국, 홍콩 등에도 수출을 준비 중에 있다. 특히 중국 북경의 현지 카페들에 원두 납품이 확정 돼 현재 정식 통관 절차를 밟고 있다.


디자인,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해외로 진출



1년 여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커피 사업 뿐만아니라 디자인과 엔터테인먼트도 최근 성과를 내고 있다. 먼저 디자인 분야에 있어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실시하는 2015 굿 디자인 어워드에서 양치기 소년들의 커피 디셈버 디자인이 선발 돼 ‘굿 다자인’ 마크를 획득했다. 젊고 감각적인 그들의 다자인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인정받은 것이다. 또 커피 디셈버 사업설명회 차 중국에 갔다가 그들의 디자인에 매료된 중국 기업이 캐릭터 디자인을 제안해 디자인 사업 분야를 확장할 전망이다.


엔터테인먼트는 일본에서 성과를 얻었다. 양치기 소년들의 엔터테인먼트 팀은 의학적으로 판명이 난 목소리 치유법을 통해 배우들의 발성을 돕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뮤지컬로 일본에서 손꼽히는 대기업 엔터테인먼트인 토호 엔터테인먼트에서 그들의 발성 프로그램의 전문성과 기술을 인정해 이들을 일본으로 초청했다. 특히 이번에 한국 뮤지컬인 ‘프랑켄슈타인’이 일본에 수출되면서 이 뮤지컬의 일본 주연 배우들에 대한 보컬 트레이닝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번 7월에 양치기 소년들의 트레이너들이 일본으로 직접 가 일본 배우들의 보컬 트레이닝을 진행한다.


10월, 기부 콘서트로 ‘나눔’ 실천


짧은 시간에 이룬 성과에 자만하기 보다는 더 노력하고 열심히 뛸 거라고 말하는 김 대표는 처음 회사의 비전이었던 ‘나눔’을 항상 잊지 않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나눔이라는 비전을 갖고 항상 진정성 있게 회사를 운영했기 때문에 이런 감사한 일들이 뒤따르지 않았나 생각해요. 감사한 마음을 담아 우리회사의 가치인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올해 10월에 압구정 장천 아트홀에서 기부 콘서트를 열어요. 점주 분들이 오셔서 피로도 푸실 수 있도록 하고 자체적으로 연 콘서트의 수익금은 기부를 하려고 해요. 저희의 재능인 엔터테인먼트 팀들이 재능을 기부하는 거죠.”


이런 성과 뒤에는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청년들이 사업에 뛰어들다 보니 시행착오도 있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것은 ‘리스크를 잘 피하는 것’이라는 선배의 조언을 들으며 정말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는 김 대표는, 특히 대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를 가진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의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길은 정말 어렵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일본에서 좋은 바이어를 만나 더치커피 수출을 제안 받았지만 더치커피에 대한 일본의 수출입 규정이 따로 없어 현재까지는 일본으로의 수출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일본 바이어가 먼저 일본 내에 직접 설비 라인을 깔아 더치커피 생산을 제안했지만 이제 성장을 시작한 작은 회사의 자금력으로는 추진하기가 어려워 현재 답보상태에 있다. 그 외에도 맨땅에 헤딩하듯 청년들이 자력으로 직접 뛰며 일하다보니 지칠 때도 있고, 서로의 희생이 필요한 때도 많았다. 그래서 직원을 채용할 때는 특별한 그들만의 방법을 택하고 있다.


“직원을 고용할 때 꼭 취업난에 부딪혀 열정을 썩히고 있는 청년들을 뽑아 동력을 키웠어요. 또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며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는 속에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정말 너무 고맙고 평생 함께 가고 싶어요.”


미아·노량진에 프랜차이즈 론칭 앞둬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양치기 소년들, 올해는 드디어 자체 프랜차이즈 론칭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현재 본사가 있는 안양에 직영 카페가 있는데 이 카페의 프랜차이즈를 하고 싶다는 분들이 오래전부터 많았어요. 하지만 우리의 비전은 ‘나눔’인데 본사만 돈을 벌수는 없잖아요. 점주와 본사가 윈-윈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구축하고 싶어 시간이 좀 걸렸어요. 그리고 드디어 올해 미아동, 노량진에 공사가 들어가고 부산에도 카페 개업을 추진 중에 있어요. 올해 말에는 커피 디셈버 프랜차이즈 카페를 좀 더 많은 곳에서 만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 일부 기성세대들은 청년들이 쉬운 것만 찾고 현실에 안주한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양치기 소년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보면 우리 청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무엇보다 우리 직원들에게 너무 고마워요. 정말 고생 많이 했거든요. 이렇게 성장하려면 얼마나 열심히 뛰었겠어요. 주인인식이 없으면 그렇게 못하죠. 직원들과 함께 회사도 성장할 겁니다. 그리고 우리의 선한 영향력을 이 사회에 널리 퍼뜨리고 싶어요. 사회로부터 받은 만큼 기여하고 나누고 우리 구성원들 모두 행복한 게 제 목표입니다.”


젊은 열정들이 모여 커피 속에 가치를 담고, 이야기를 담아내는 양치기 소년들의 문화가 있는, 커피 디셈버를 응원한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