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로교통공단이 경찰청의 의뢰로 일반 운전자 310명, 화물차 운전자 310명 등 6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운전자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운전자의 51.1%가 화물차 적재물 추락으로 사고가 날 뻔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화물차 운전자 중 적재물 고정방법과 관련한 교육을 받은 이는 30.0%에 그쳤고, 37.8%는 적재물 고정방법 관련 법적 규정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아직도 도로 위에는 적재불량의 화물차들이 무분별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도로 위에서는 작은 장애물이라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교통사고는 나만이 아니라 동승자, 다른 차량 등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운전시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하지만 고속도로·일반도로 할 것 없이, 앞서가던 화물차의 낙하물·적재불량으로 인한 사고가 매년 꾸준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 정부과 경찰은 주기적으로 각종 캠패인에 단속강화를 하지만 과적·적재불량으로 인한 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 경찰청이 도로공사 등 관계기관과 화물차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불법구조변경, 정비불량, 과적 등 한 달 동안만 총 2만5천474건의 화물차 법규위반 행위를 적발했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화물차 불법 구조변경·정비불량·적재불량은 왜 이리도 근절이 되지 않을까.
가득찬 폐철근, 쇠사슬 한 줄로 막아놓아
평소에도 크기와 상관없이 적재불량의 화물차를 도로 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가장 작은 1.5톤 화물차 부터 5톤 이상의 대형 화물차까지 덮개를 덥지 않은 트럭이 대부분이다. 화물차 위에서 갑작스럽게 날아오르거나 떨어지는 장애물은 뒤따르는 선량한 운전자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4월19일 오전 11시30분경 경기도 부천에서 인천방향으로 향하는 송내대로에서 위험한 트럭 한 대를 마주쳤다.
보기만 해도 위협적인 건물의 폐철근으로 보이는 적재물은 쇠사슬 한줄로 막아놓아 무방비 상태로 트럭 위에 실려 있었다. 덜컹거릴 때마다 움찔 거리는 철근에 차선을 변경해 조심스럽게 운전했다. 철근이 떨어지거나, 해당 화물차가 사고가 날 경우 대형사고는 불가피해 보였다.
났다하면 대형사고, 처벌은 솜방망이
해당 차량에 대해 국민신문고에 신고를 진행했다. 1주일 가량 뒤 민원처리에 대한 답변이 돌아왔다. “해당 차량은 적재물추락방지위반(도로교통법 제39조4항)을 적용하여 범칙금 4만원/벌점 15점으로 단속하는 등 경찰청 업무처리 지침에 따라 처리토록 하겠습니다.”
조금만 소홀히 해도 대형 사고를 부르는 것이 화물차 적재물 관리다. 하지만 단속에 걸려도 벌금 4만원 내지 5만원이 전부다. 그나마 올해부터 운전자에게 벌점 15점을 부과하고 있으며, 3회 적발시 해당 운전자는 벌점 40점이 넘어가면서 운전면허 정지처분을 받게 된다. 이렇게 작은 범칙금 등 현행 규정은 처벌수위가 낮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거나 사고를 줄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과적·적재불량으로 인한 사고는 본인보다 뒤따르는 수많은 선의의 운전자가 피해를 입는다. 또한 화물차 운전자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차량 불법 구조변경, 정비불량, 과적 등이 만연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면허취소·영업말소·자격정지 등 더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도로위에서 과적이나 적재불량 차량을 발견하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누구나 국민신문고·사이버경찰청에 신고할 수 있다. 작은 교통법규 위반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우리의 작은 관심이 교통질서를 정착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MeCONOMY Magazine May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