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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천의 목소리 주인공 성우 박일...그리고 이 가을에 가볼 만한 ‘힐링스테이’

요즘 최고의 화두는 건강이다. 건강에 좋은 음식과 건강을 지켜준다는 용품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고 건강을 주제로 하는 ‘강의’나 ‘포럼’도 심심찮게 열린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음식도 내 입맛에 맞아야 하고 아무리 좋은 정보도 내 것이 돼야만 유용해 지는 법. 하루의 일상 스트레스를 확~날리고 건강을 챙기면서 피부까지 밝아지는 성우 박일의 ‘힐링스테이’를 소개한다.


올해 초 우리에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전국을 강타하면서 남녀노소 누구 할 것 없이‘건강’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이후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자주 씻는 위생습관을 가졌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시설보다는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선호하게 됐다. 유독 사우나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습관도 변했는데 여럿이 모여서 땀을 빼며 삶은 계란과 음료를 마시던 대중사우나에서 가정용 사우나를 즐기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가정용 사우나 기기는 메르스가 발생된 때를 기점으로 성장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거야 말로 ‘힐링사업’


지난 4월, 서울 마포(용강동 신석초등학교 앞)에 ‘힐링스테이’를 오픈한 성우 박일. 이거야 말로 ‘힐링사업’이라고 생각해 오픈했다는 그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선견지명이 있었던 거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저는 젊을 때부터 사업에 관심이 많았어요. 새로운 게 있으면 먼저 부딪쳐 봐요. 그동안 수많은 사업을 해보면서 지불한 수업료만 해도 어마어마 한데 덕분에 참 많이 배웠죠.” 이번에 오픈한 ‘힐링스테이’ 외에도 이수역 근처에 ‘IL통 골뱅이집’을 운영하며 여전히 왕성한 성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이날도 방송촬영이 있다며 인터뷰를 끝낸 후 먼저 자리를 떠났다.


누구나 쉬어가는 쉼터


성우 박일의 ‘힐링스테이’를 이용하는 주 고객은 여성들이었다. 오픈 후 하나 둘 늘어난 여성고객들은 아예 이곳을 쉼터로 이용 중이라고 했다. 이날도 ‘힐링스테이’ 한편에 자리 잡은 작고 아담한 미니카페에는 여러 명의 여성들이 마주 보며 수다를 떠는 중이었다. 딸의 육아를 도와주기 위해 광주에서 상경했다는 한 주부는 “하루도 여기를 안 오면 어깨가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면서 “아이들과 하루 종일 놀다보면 오후에 지쳐서 움직이는 것도 싫은데 여기에 와서 1시간 정도 찜질도 하고 운동을 하고나면 몸이 거뜬해져 기분도 한결 좋아진다”고 말했다.


사실 ‘힐링스테이’를 오픈한 성우 박일 역시 오픈하기 전 후배가 운영하는 곳에서 몇 번 체험을 해본 다음, 창업을 시작한 케이스라고 했다. “친한 후배가 있는데 서울 가락동에 가게를 개업했으니 한 번 와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갔더니 건식사우나를 오픈한 겁니다. 3개를 설치했더라고요. 당시 제가 손발 끝이 저리고 아파서 고생하고 있었는데 한 번 체험해 보라는 겁니다. 거절하다가 마지못해 20분 정도 하고 집에 왔는데 다음날 조금 덜 저리는 것 같더라고요. 몇 번 더 가서 해보니까 확실히 좋아지는 겁니다. 제가 좋아지니까 ‘이게 힐링사업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죠.”


가볍게 생각해 건식사우나기기 서너 개만 들여 놓고 취미 삼아 해보고 싶었다는 그는 기왕 하는 김에 그럴 듯하게 해보자고 생각해 사우나기기 8대와 건강기구를 다양하게 갖춰 ‘힐링스테이’의 구색을 맞췄다고 말했다. 또 여성들이 와서 쉴 수 있는 미니카페까지 만들어 누구든, 언제라도 들어와 쉴 수 있도록 했다. “여기 오는 분들은 과거 제 팬들도 많아요. 서로 옛날 얘기를 하다보면 금세 시간이 가버린다니까요.” 이날도 여성들은 성우 박일의 멋진 목소리가 담긴 타임머신을 타고 신나는 과거로의 여행이 한창이었다.



진짜 보물은 80년 된 편백나무


성우 박일의 ‘힐링스테이’에는 8개의 건식사우나기기가 오는 손님을 맞이한다. 주 재료는 편백나무(히노끼)이다. 수많은 나무들 중에서 피톤치드 방출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침엽수인 편백나무는 살균 및 정화작용이 뛰어나고 삼림욕 효과가 있어 심신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잘 알려져 있다. 건식사우나기기의 내부구조는 게르마늄의 약 150배 정도의 기(氣)방출효과를 가져오는 칠보석이 깔려 있는데 이러한 구조는 생체리듬의 활성화와 자연치유력을 증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외에도 중금속이 첨가되지 않은 원적외선 방사가 월등한 100% 자연석인 게르마늄 천연석과, 적혈구 속의 철분에 영향을 미쳐 이온효과를 촉진시켜 주는 자기장, 원적외선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청화백자, 일반 황토의 187배 이상의 효과를 지닌 슈퍼황토 겔 라이트 등도 포함되어 있다. “국산 편백나무로는 어림없다고 해요. 저렇게 매끈하게 나오려면 적어도 편백나무의 수령이 80년 이상은 돼야 하는데 한국에는 그런 나무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100% 일본산 편백나무인 거죠. 거기다 장인이 직접 수작업으로 이음새를 짜 맞춰서 완성하는 겁니다. 완성되는 데 까지 못질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오로지 짜 맞춰서 완성하는 거니까 명품인 거죠.”


건식사우나기기는 자기장과 겔 라이트 원적외선을 근간으로 오행의 생명생태를 근거하여 개발됐다. 자기장과 음양오행의 균형과 조화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하모니처럼 인간이 가장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이라고 알려져 있다. 거기에 자기장과 원적외선 온열, 여기에 편백나무(히노끼)를 핵심자재로 사용해서 오행의 원리와 잘 어우러지게 균형과 조화를 맞췄다. 전통적으로 한의학에서는 기력을 보하거나 나쁜 기운을 뽑아내는데 자석을 활용해 왔다. 현대 서양의학 역시 ‘자기장 효과’라고 하여 자력이 가진 놀라운 힘에 주목하고 있다. 동양최고의 건강 고전인 동의보감에서는 “자석은 신장을 보호하며 뼈를 강하게 하고 가슴답답증을 없애며 관절을 이롭게 하고 종기나 멍울을 낫게 한다”고 적고 있다.


20~30분이면 몸속의 노폐물을 쏙~


건식사우나의 특징은 20~30분 사우나로 몸 속의 노폐물을 제거한다는 점이다. 여기에서는 고객들에게 기본적으로 30분 동안 사우나를 하도록 권하고 있었는데 개인의 체질에 따라 굳이 시간을 채울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중사우나에서 흘리는 땀의 80% 정도는 수분이지만 건식사우나를 하면서 흘리는 땀은 20% 만이 수분이고 나머지는 몸속의 독소가 빠지는 거라고 해요. 그래서 여긴 사우나를 하고 나서 샤워를 권하지 않아요. 사우나를 한 다음에 적어도 6~7시간 정도는 그대로 두는 게 좋다고 하거든요.”


그 때문인지 여기에는 샤워시설 자체가 없었다. 사우나를 하고 나온 분들에게 끈적거리지 않냐고 묻자 “땀을 흘렸는데도 이상하게 전혀 끈적거리지 않고 냄새도 안 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주 재료인 편백나무에 있다고 했다. 사우나를 하는 동안 몸속의 독소를 배출시키다 보니 끈적이기보다는 오히려 뽀송뽀송하게 살결이 부드럽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다양한 건강기구도 체험해 볼 수 있었는데 10분 동안 이용한 후 1시간 운동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음파 진동기기에서부터 다양한 기기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체지방 감소와 장운동 촉진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지면서 고객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음파진동기기는 사용자가 자신이 어느 부위에 운동을 할 것인지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운동하도록 1:1 맞춤운동도 가능했다.


가령, 복부지방이 신경 쓰인다고 하면 해당 부위를 집중적으로 운동해주는 버튼을 눌러 운동을 할 수 있었는데 지구력이 약한 여성이나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권해볼 만 했다. 이음파진동기기는 위 아래로 진동시키면서 뭉쳐 있던 몸의 근육을 풀어주기 때문에 운동선수들이 몸의 근육을 푸는 데 많이 이용한다고 했다. 이 외에도 여성들의 숙변 제거를 도와주는 장운동기구와 골반교정기기는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기(氣) 보충으로 하루를 거뜬하게


성우 박일의 ‘힐링스테이’를 이용하려면 티켓을 끊어야 하는데 1회 사용료는 1만2천원이었다. 한꺼번에 10회~30회 정도를 끊으면 할인이 됐는데 가령 30회를 끊으면 한 번 사용하는 데 8천 원 정도에 이용이 가능했다. 이곳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가장 반기는 것은 청결. 한 사람이 올 때마다 바닥에 까는 깔개에서부터 타월을 바꿔줬는데 아무리 편백나무가 항균작용을 해준다고 해도 청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취재원이 직접 체험해 보기 위해 사우나기기 속에 들어가 봤는데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사우나기 속의 공기는 뜨거운 듯하면서도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자리를 잡고 눕자 침대처럼 편안해져 금세 잠이 들 것 같았다. 안내해준 직원이 사우나기기 앞에 시원한 물을 한 잔 갖다 놓고 타이머로 카운트를 시작했다. 직원은 “대중 사우나와 숯가마 같은 곳에서는 오기로 오래 버텨야 몸속의 노폐물을 배출시킬 수 있지만 여기선 그럴 필요가 없다”면서 “사우나 도중 그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라도 나오면 된다”고 일러줬다. 기본적으로 원적외선이나 게르마늄 등이 그 안에서 돌고 있기 때문에 20분 만 사우나를 해도 충분히 몸속의 독소가 빠져나오기 때문에 시간을 채울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원적외선은 속부터 열을 가하는 전자레인지 원리와 같아요. 반면에 일반 사우나는 겉부터 열을 가하기 때문에 되도록 오래 버티어야 하는 거고요. 대중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나면 드러눕고 싶잖아요. 기(氣)를 다 빼앗겨서 기진맥진해졌기 때문입니다. 간혹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목욕탕에 가셨다가 사고를 당하는 이유가 그거예요. 건식사우나는 기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를 보충해 주다 보니까 20~30분 정도만 해도 피로가 확 풀린다는 분들이 많아요.”


성우 박일 씨는 48년간 방송국에서 성우로 일했다. 아는 지인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지만 이번 창업에 대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얼마 전에 아침마당에 출연했다가 탤런트 전원주 씨를 만나 이걸 오픈했다고 했더니 왜 안 알렸냐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괜히 아는 사람들한테 이걸 오픈했다고 하면 그분들이 인사로 오겠지만 멀리 계신 분들이 찾아오는 걸 원치 않아요. 인근에 거주하시는 분들이나 이용하는 거지 여기는 멀리서 관광오듯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거든요. 또 사람들이 많으면 대중사우나와 다를 게 뭐 있어요. 지금처럼 조용하게 와서 휴식도 취하고 쉼터로 이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몸이 열 두 개라도 부족한 그의 삶


성우 박일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갈까?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힐링스테이’에 들린다. 방송일과 힐링사업, 그리고 사당동 골뱅이 집까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게 산다. “요즘은 휴대전화에 어플을 깔아 놓으면 직접 가지 않고도 사업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가끔 팬들이 와서 꼭 만나고 싶다고 하면 들리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직원들에게 권한을 주죠. 서로 믿음이 없으면 사업을 할 수가 없잖아요. 사업은 제가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직원들이 하는건데 제가 주인이랍시고 왔다 갔다 한다면 책임감이 생기겠어요.”


그가 운영하는 사업장에는 10년 넘게 동고동락한 직원들이 여러 명 있다고 한다. “그들이 곧 주인이고 사장이죠. 오히려 제가 직원입니다.” 현재 사당동에서 하는 ‘IL통 골뱅이집’을 다른 지역으로 확대시켜 볼까 생각 중이라는 그는, 새로운 뭔가를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1967년 TBC 3기 공채 성우로 데뷔하여 만 47년 동안 알랭 드롱, 클린트 이스트우드, 말론 브랜도, 리처드 버틴 등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배우들의 목소리를 더빙해온 천의 목소리를 가진 우리나라 최고의 성우 박일. 워낙에 사람들을 좋아하는 성격 탓에 그의 주변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다. 격이 없이 대하는 그의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이를 잊어버린 그와의 인터뷰를 끝낸 후 “평범한 사람들은 안정된 삶을 추구하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말이 귓가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


MeCONOMY Magazine October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