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0.4℃
  • 맑음강릉 5.6℃
  • 맑음서울 1.8℃
  • 맑음대전 4.0℃
  • 맑음대구 5.7℃
  • 맑음울산 5.7℃
  • 구름조금광주 6.7℃
  • 맑음부산 6.0℃
  • 구름많음고창 6.4℃
  • 흐림제주 10.6℃
  • 맑음강화 -0.1℃
  • 맑음보은 4.1℃
  • 맑음금산 4.4℃
  • 맑음강진군 8.0℃
  • 맑음경주시 5.4℃
  • 맑음거제 5.1℃
기상청 제공

이슈분석

각본 없는 드라마, 20대 총선 그 의미와 교훈


19대 국회가 5월28일 부로 임기를 마친다. 국민들의 심판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20대 총선은 여러 가지 변화와 희망의 가능성의 보여줬다. 2030세대의 투표율 증가, 지역주의 약화의 징조 그리고 20년 만에 이룬 여소야대 정국까지. 이번 20대 총선의 의미와 교훈에 대해 알아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0대 총선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선거를 두 달여 앞 둔 시점에서 극적으로 선거구가 획정됐고, 지난해부터 꾸준히 논의 되었던 오픈프라이머리, 상향식 공천 등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또다시 무산돼 공천위원장의 발표 한 번으로 예비후보들의 생사가 갈리는 웃지 못 할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했다. 컷오프된 의원들의 눈물의 호소와 무소속 출마, ‘배신의정치’와 ‘옥새 투쟁’ 등은 그야말로 정치 ‘쇼’를 방불케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4.13 총선의 결과였다. 여론조사에서는 일찍부터 새누리당이 과반을 넘어 다수당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기정사실화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낸 국민들의 선택은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와 같았다. 민심은 단호했고 결과는 혹독했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를 포함해서 122석을 얻었으며 100석도 얻기 힘들 것으로 예측됐던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을 차지하며 제1당이 되었다. 한편 국민의당은 호남을 휩쓸면서 38석을 차지해 20년 만에 의미 있는 3당 구조를 기반으로 한 여소야대 구도가 탄생했다.


2030 청년층의 투표율 증가


이번 선거에서 주목할 점은 20대와 30대 젊은층의 투표율 증가이다. 20대의 투표율은 지난 선거에 비해 7.3%p 상승한 49.4%였고, 30대도 4%p 오른 49.5%로 나타났다. 그리고 20대 총선의 최종 투표율은 58%로 지난 19대 총선보다 3.8%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거 선거일은 놀러가기에 바쁜 정치에 무관심한 청년층이라고 낙인이 찍혀있었던 2030세대가 움직였고 실제로 투표에 참여한 것이다.


투표는 가장 쉽고 보편적인 정치 참여 수단이다.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나의 소중한 한 표가 가지는 ‘효용성’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사실 우리나라는 정치 담론과 정치에 대한 논쟁이 매우 활발한 편이다. 세 명 이상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정치 이야기, SNS도 훌륭한 공론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만과 정치에 대한 생각을 실현하기 위한 행동으로서 투표를 하기까지는 자신의 투표 행위가 정말 효과가 있는가라는 행위의 ‘효용성’과 관련이 있다. 그동안 있어 온 세월호, 국정교과서 등의 이슈에서 청년층은 확연하게 진보적 성향을 강하게 보여주었다.


기성세대가 보여주는 다양한 이슈 대응 속에서 ‘역시 안돼’나 ‘포기’ 하기보다는 ‘우리가 한 번 해 보자’는 생각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유권자비율을 볼 때 20대는 60대 이상의 절반 수준이지만 2030 젊은 층의 투표율 상승은 야당지지로 연결되었고 이번 선거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의 투표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이번 총선의 결과는 특히 청년층에게 투표의 효용성에 있어 좋은 교육의 효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정당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청년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이변의 발생, 지역주의 해체의 조짐


이번 선거에서 핫이슈는 초 접전 지역에서 발생한 이변들이었다. 호남에서 새누리당의 이정현(순천), 정운천(전주을) 후보가 당선됐으며, 영남지역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대구수성갑)을 비롯한 야당 후보들이 소수 당선됐다. 그리고 야당의 텃밭인 호남 26석 중 23석을 국민의당이 차지하는 이변을 만들어 냈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고질병인 ‘지역주의’가 타파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역주의는 2000년대 이후로 완화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최영진 교수는 “사실상 지역균열과 이념균열이 중첩되면서 정당지지로 전환된 점을 고려한다면 지역주의는 이념과 정책의 그늘 아래 더 깊이 자신을 숨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호남의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더민주당에서 국민의당으로의 지지전환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강력한 지역적 결집의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몇몇 이변이 지역주의의 해체를 의미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대 총선, ‘국민 심판론’


이번 총선의 결과를 놓고 언론에서는 ‘국민들의 심판론’이 부상했다.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한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 현정권에 대한 심판 등 다양한 해석 속에서 지난 19대 국회에 대한 심판론도 나타났다. 특히 이번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얻었다. 국회 선진화법을 만들어 놓고 그로 인해 오히려 국회가 마비되는 모습을 보여줬고, 중요한 민생법안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마지막 임시 국회만을 남겨 놓았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집권여당이 보여준 ‘당정청’ 수직 구조는 그야말로 정당이 정권의 하수로 전락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러한 비판의 근원에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자율성을 갖지 못한 집권여당의 한계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국가로 대통령 선거를 통해 행정부를,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입법부를 구성한다. 의회를 먼저 구성해 다수 당 혹은 둘 이상의 정당이 연합해서 내각을 구성해 입법부와 행정부의 권력이 동일한 내각제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행정부와 입법부가 각 각 별개의 정통성을 유권자로부터 부여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행정부의 하수가 된다. 여당 의원들의 자율성은 사라지고 행정부를 위한 거수기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 19대 여대야소 상황에 있던 여당 새누리당은 정부 대변인에 지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처럼 의원들이 자율성을 갖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정진민 명지대 교수는 “그 답이 공천에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29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열린 ‘국회발전을 위한 정당정치의 모색’ 토론회에서 정 교수는 “어느 나라 의원이든 다음 선거에서 재당선 되는 것이 최고 목표이며 이를 위해 다음 선거 공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공천권이 정당의 지도자, 계파 수장, 아주 소수의 정당 지도부에 의해서 행사된다면 의원들은 그들의 의사를 따라야 하고 표결 행위도 그를 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이러한 분석은 지난 20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친박과 비박 등으로 갈려 공천위원장의 선고를 기다리던 예비후보들의 모습을 통해 뒷받침된다고 할 수 있다.


공천과정의 파행, 국민들 피로감 높여… 공천과정의 제도화가 중요


19대 국회에 대한 심판론, 새누리당에 대한 또는 현정권에 대한 심판론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무엇보다 유권자들의 분노를 산 것은 새누리당의 국민을 무시한 공천과정이었다.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최영진 교수는 “여러 가지 실책이 있지만 역시 결정적인 것은 파행적 공천과정에 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부터 ‘공천권을 국민에게’라는 거대한 현수막을 당사에 내 걸고 있던 새누리당이 보여준 계파 공천은 국민들을 조롱하는 오만함으로 비춰졌고 새누리당 지지층의 지지철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새누리당의 오만한 공천파행이 지지층으로부터 미움과 환멸을 샀다 하더라도 이들이 잠시 의탁할 수 있는 정당이 없었다면 이 정도까지 심각한 이탈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구조적 차원에서 국민의당의 존재는 새누리당의 지지자들이 일시적으로 나마 지지를 철회하고 미움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합리적 중도를 표방하고 있는 국민의당의 존재가 새누리당의 대안정당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이는 더민주당에 실망한 야권지지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였다. 최 교수는 “지금까지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의 양당구조가 지탱될 수 있던 것도 보수와 진보, 여권과 야권 지지자들이 이 양당구조에 볼모로 잡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고 설명했다.


29일 입법조사처의 토론회에서도 한국의 정당정치를 위해서는 정당공천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실제로 정당공천의 중요성은 단순히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을 넘어 국회의원의 자율성과도 관련이 있다. 이 공천과정이 민주화된다면 우리 국회의 고질병들이 해결될 것이라는 의견들이 주를 이었다.


최 교수 역시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공천과정의 제도화는 한국정치를 한 단계 발전시킬 것이 분명하다”고 말하며 “공천과정이 제도화되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된다면 그 자체로 정당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투명하고도 공정한 공천과정의 제도화는 후보자 차원에서 공천과정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고, 정당적 차원에서도 공천과정의 파행으로 야기되는 지지이탈의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20년 만에 3당 기반의 여소야대 정국


이번 20대 총선은 국민을 무시한 정치는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한다는 사실이 뚜렷이 드러났다. 국민의 심판에 따라 이번 20대 국회는 3당 기반의 여소야대 정국이 되었다. 이로써 현 정권과 여당에 대한 야당의 견제와 비판이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박근혜 정부의 남은 21개월은 험로가 예상된다. 임기 말 대통령의 집권 동력이 떨어짐을 의미하는 레임덕(lame-duck)이 빨라져 박근혜 정권의 국정 운영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3당 구조에서 핵심적인 역할은 국민의당이 맡을 수밖에 없다. 표결에서 양쪽의 표가 같을 때 결과를 결정하게 되는 표를 뜻하는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던지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 바로 국민의당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스스로 밝힌 것처럼 현 양당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들의 지지로 힘을 얻은 국민의당은 캐스팅 보터의 역할을 넘어 주도자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헌법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무서움을 알았다는 국회의원들이 이번에는 정말 달라질 수 있을까. 희망과 기대를 품은 20대 국회가 5월30일 첫 임기를 시작한다. 21세기 국민들은 언제 어디서든 두 눈을 부릅뜨고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MeCONOMY Magazine May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