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주창해온 중국이 한계에 부딪쳤을까?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고질병이 빙산처럼 드러나고 있다. 전체 4억 채의 아파트 중 30%가 넘는 1억3000만 채가 사람이 살지 않거나, 공사가 중단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아수라장이다. 지난해부터 중국의 부동산개발업체인 ‘펑다’, ‘완다’, 그리고 지난 달에 ‘비구위안’이 달러 채권 이자를 갚지 못했고, 같은 시간에 ‘펑다’는 달러로 빌린 채권에 대해 뉴욕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우리나라와 월스트리트지는 최근호에서 “중국은 40년 경제호황이 끝났다”면서 “위험신호가 온 천지에 깔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제도적 우위 등으로 계속 파도를 가르며 나아갈 것”이라고 위기 진화에 나섰다.
그렇다면 왜 세계 경제 의 만능패(萬能牌)를 쥔 중국의 경제가 위태로운 상황까지 오게 되었을까? 그 원인을 분석하고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안고 있는 한계를 상세하게 알아보고자 한다.
「제1장」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고 질(痼疾)병에 대해
-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투자를 하면 할수록 손해가 된 부동산 시장
한 나라에서 생산된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GDP(국내총 생산)라고 한다. 중국의 GDP 규모가 복잡하니까 그냥 100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럴 때 중국의 수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그런데 수출의 비중도 20%니까 서로 상쇄되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수출입 비중 은 0%로 봐도 된다. 그런 상태에서 중국의 GDP는 소비가 39%, 투자가 43%를 차지한다.
두 부문을 합하면 82%여서 소비와 투자가 중국 GDP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나머지는 정부가 15%, 기타 등등으로 되어 있다.
소비와 투자는 중국 경제를 돌리는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소비가 코로나가 끝났으니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 이전 수준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7~8%는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겨우 2%가 늘어났을 뿐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이라면 코로나로 도시가 봉쇄돼 경제 활동이 거의 마비된 때였는데 겨우 그 정도만 늘었다니 낯간지러운 수치(數値)였다. 적어도 통 크게 20~30%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왜 그렇게 됐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첫째는 부동산 시장이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탓이다. 둘째는 세상이 불안하여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니 인민들이 소비보다 저축을 하자는 심리가 발동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중산층 이상은 2억 명(정도가 되지 않을까하는 게 필자의 추측)이 가진 재산의 70%는 부동산이다. 그러니 집값이 떨어지거나 부동산시장이 불안하면 누구나 자기 자산이 줄어든다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자산이 줄어들면 소비를 늘릴 수가 없다. 더구나 가진 재산이 집이 전부라면 그렇지 않겠는가. 게다가 뉴스에서는 연일 대만 관련 소식이 보도됨으로써 중국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다 전쟁 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돈을 쓰지 말고 모아야지. 언제 어떤 일이 터질지 어떻게 알겠어? 유비무환, 미리 미리 준비해 놓는 게 좋을 거야.”
사람들은 돈이 생겨도 소비보다 저축을 하고, 소비를 하되 줄이면서 했다. 그만큼 소비가 안 되니까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고, 물건이 안 팔리니까 물건 값이 떨어져 디플레니 뭐니 하는 말이 생겨나고 있다.
일반적인 국가라면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다. 미국의 경우 70%다. 그렇지만 중국의 경우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그치고 나머지를 전부 투자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해도 예전 같은 경제 성 장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1992년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바꿨다(자세한 내용은 제2장에서 설명). 당시에는 어디에 무슨 사업에 투자해도 투자한 만큼 돈이 들어와 수익이 늘어났다
반도체 관련 3천여 개사 문 닫고, 잠재된 투자 둔화 수면 위로 폭발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인프라, 부동산, 반도체 등 어느 분야에 투자를 해도 효과는 예전 같지 않아졌다. 이를테면, 산과 산을 연결하는 높이 200m의 고가 고속도로 를 건설해 놓았지만 이를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면 어떻겠는가? 그건 투자가 아니다. 헛돈을 써서 GDP액수만 올려 놓고 뒤로는 부채를 쌓는 꼴이다. 이처럼 대형 투자를 했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 사회기반시설이나 공장이 중국 전역 곳곳에 널려있다.
최근 반도체 산업에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부었고 지금도 붓고 있지만 이미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2곳은 문을 닫았다. 그 중 제일 낫다는 SMIC도 미-중간 갈등으로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 지금까지 반도체와 관련하여 3천여 개의 기업이 파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자동차는 그나마 상황이 좋은 편이다.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제대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첨단 기술 기업들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경제의 소비와 투자의 둔화(鈍化)현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인지되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세계 경제가 꽁꽁 얼어붙어서 사람들이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나는 경제활동보다 집에 들어앉아 뭔가를 소비하면서 경제활 동을 했는데 이때 소비한 제품을 수출한 대표적인 나라가 우리나라, 중국, 베트남 등 제조 강국들로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
이로 인해 그동안 심화되어 오던 중국의 고질병, 즉 소비와 투자 부진이 코로나 때문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그러나 수출이 가라앉고 코로나가 풀리자 그동안 쌓이고 쌓인 마그마가 화산처럼 터져 나온 것이다. (이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