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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타율 개혁과 자율 개혁, 적재적소에 적용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과제 중의 하나가 교육개혁인데, 지난 7월 18일 발생한 서울 서이초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을 통해 교권 회복이 가장 시급한 개혁과제임을 말해주고 있다.

 

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할 수 없는 환경보다 더 시급한 개혁 과제가 어디에 있겠는가.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소리를 오래 전부터 들어왔는데,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해온 정치권과 교육당국, 오로지 학생인권만을 강조해온 일부 지식인 세력들에 대해 분노 가 치민다.

 

우리 사회에서 유아원부터 고교까지 ‘교사’들이 가장 약자의 위치에 처해 있다. 이념에 편향된 전교조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교사들은 가진 권한은 없으면서 안팎으로 각종 요구와 책임에 시달리는 직업으로 전락 된지 오래됐다. ‘교권 정상화’를 윤 정부의 교육개혁 과제로 삼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근래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관련 발언과 그 연장선상에서 사교육비 경감 문제가 부각됐다. 이를 놓고 이 문제들이 교육 개혁에 포함돼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취지의 감성적 발언들이 쏟아졌다. 교과서 밖 수능 문제와 사교육 이권 카르텔의 연관성은 추측인 거지, 검증된 바가 없고 검증될 성질의 것도 아닌 듯 하다.

 

교과서에 나오는 것만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이 과연 교육적인 것인지 의심스럽고 변별력 있는 문제를 위해서 불가피한 면도 있다. 적어도 대학생을 뽑는 수능 문제를 교과서 안에서 나오는 것만으로 출제해야 한다는 가정도 납득이 어렵다.


교육부가 초고난도문제라고 공개한 소위 ‘킬러 문제’를 보면 확실히 고3 학생이 풀기에는 과도하게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그런 초고난도 문제의 출제를 안 내면 될 일이지 그것을 사교육비와 연결지어 개혁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발상은 무리하다. 아마도 윤 대통령도 지적 사항으로 그쳤을 뿐, 개혁 과제로 생각한 것은 아닌 듯하다.


킬러 문제 얘기가 이왕 나왔으니 한 번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전공 대학교수도 쉽지 않을 킬러 문제를 과연 학원 강사 중에서 ‘명쾌하고 쉽게’ 가르치고 풀이할 만한 이가 얼마나 될까. 설사 있다고 쳐도, 학원 장사에 도움이 될까? 흔히 수능 문제가 엄청 어려우면 학원으로 학생들이 몰릴 거라고 상상하는데, 근거가 희박하다. 오히려 교과서 안에 서만 문제가 출제된다면 학원이 성업할 가능성이 더 클지 도 모른다.

 

킬러 문제도 맞추려고 하는 학생들은 극소수 일 것이고 그런 초우량급 학생들을 주로 상대해서는 학원과 강사도 ‘돈벌이’가 되지 않을 것 같다. 학원은 중급 난이도를 중심으로 상급과 하급 난이도 문제를 가르치는 것이 학원 수익을 극대화할 것 같다. 


흔히 대입 재수생이 늘어나고 재수생 합격률이 증가하는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것에 대한 통념은 ‘왜곡된 과잉 문제화’라고 판단된다. 대학입시의 기준은 과연 이 학생이 대학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초 지식과 이해 및 창의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의 여부다. 대학 입학시험은 결코 운전면허 필기시험과는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대학입시가 교과서 안에서만 출제해야 한다는 기준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고개가 갸우뚱거리게 하는 이유다. 


따라서 대학 수학능력을 위한 고교의 수업 진도는 3년간 빠듯하게 정해져 있을 수밖에 없고 아마도 교실마다 상위권 소수 학생만이 수업을 따라가고 나머지는 버거울 것이다. 다른 나라들 같으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학생들은 직업학교를 선택하든가 열심히 쫓아가되 자신의 성적에 적합한 중위권 대학과 전문대에 진학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학부모와 본인은 대부분 재학 중에 학원에 다니고 재수, 삼수해서라도 의대나 명문대로 가고 싶어 한다. 재수생 문제는 공교육 부실 또는 공교육 정상화로 연결해서 말하는 논법은 타당하지 않다는 얘기다. 대학 수학능력은 글로벌 스탠더드이고 한국 대학은 작금 글로벌 명문대학 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가일층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수생을 줄이기 위해 대학의 수업 수준을 낮출 수 없고, 수능 문제를 마냥 쉽게 출제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한국의 학부모들은 무조건 열심히 공부해서 점수 따서 명문대학 가면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란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재수생은 피할 수 없다.

 

재수를 해서 대학을 들어가서 대학 수준의 공부를 따라가면 그것대도 좋은 것이다. 한국이 이런 교육열정 덕분에 이만큼 발전해온 것이고 앞으로도 발전할 것은 틀림없다.  혹자는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 경감이 왜 교육개혁에 빠졌느냐 비판도 하는데, 5년 임기 정권이 개혁 과제로 삼기에는 부적절하고, 그것은 교육개혁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교육의 이상에 가깝다.

(이어 2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