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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막을 수 없다면.....「제5편」

- 허공에서 사이클을 타는 소녀

 

두 개의 송전탑 사이를 사이클을 타고 건너갈 수 있을까? 허공에 연결한 레일 케이블 위를 줄타기처럼 사이클로 달리는, 이름 하여 ‘극한(極限)의 사이클’. 스릴과 모험을 즐기며 자신감과 개척정신 그리고 모험정신을 찾고자하는 극한의 놀이시설문화가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선보인 공중곡예 사이클이나 스포츠클라이밍도 마찬가지. 과연 극한의 놀이문화시설이 지방소멸 위기를 구출할 동아줄이 될 수 있을까?

 

고공의 스릴, 하늘을 나는 사이클

 

“으~아아” 인간이 가장 두려움을 느낀다는 높이 25m 상공에서 3명의 사이클의 탑승자가 두려움과 아찔한 스릴이 섞인 비명을 지르며 아득하게 머리 위를 지나간다. 공수낙하훈련용 시설물인 막 타워(mock tower)같은 철제 구조물이 250미터 간격으로 양쪽에 세워져 있고, 왕복 6줄의 케이블이 이어져 있다.

 

이 케이블 위에 설치된 사이클을 타고, 탑승자는 은하철도99처럼 허공에서 페달을 밟으며 하늘을 날아간다. 물론 안전하다. 사이클은 레일 케이블에서 절대로 이탈하지 않으며, 탐승자의 몸에 착용하는 하네스와 머리 위에 있는 생명선이 연결되는 3중 안전장치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포감은 케이블이 아래로 쳐져 있는 중간지점, 케이블이 좌우로 흔들리는 곳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곳은 지상으로부터 25m의 높이, 탑승자가 극도의 공포감을 느낀다는 지점이다. 탐승자는 두 손으로 핸들을 더 힘껏 잡고, 있는 힘을 다해 페달을 밟아 극도의 위기를 벗어나려고 한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듯 하다. 케이블이 흔들리기 때문에 페달을 밟아도 사이클이 앞으로 나가는 것 같지 않은데다 몸이 흔들거려 안장에서 떨어질 것만 같다.

 

“어~어~ 이러다 추락하는 거 아냐?” 안전요원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이유를 설명 받았지만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어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하지만 반대쪽 타워에 도착했을 때 짜릿하고 아찔했던 순간은 살아났다는 극한의 성취감으로 바뀐다. 탑승자들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오고 출발 타워로 다시 돌아갈 때 공포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도착지점을 눈앞에 두고 핸들에서 두 손을 떼고, 어깨위로 V자를 만들어 보인다.

 

스토리 두잉(story doing)의 체험, 극한 타워에 오른 내 아들

 

극한 사이클(일명 스카이 사이클)시설이 설치된 김해 가야테마 파크는, 가야국의 역사를 놀이, 체험, 전시하는 오감 만족 형 테마파크다. 관람객이 체험하는 탐승과 관람이라는 소극적 참여와 달리, 스토리 두잉(story doing)이라고 할까? 극한의 사이클이 있음으로써 관람객이 1인칭 주인공이 되어 모험과 스릴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공원에는 극한의 사이클 외에도 국내에서 처음 설치한, 또 다른 1인칭 체험시설이 있다. 이른바 「극한의 타워」라는 이름의 놀이시설이다. 5층 건물 높이의 철골 구조물을 세우고, 각각의 구조물 공간마다 로프(rope)와 장애물로 연결해 마치 고공(高空)의 유격훈련시설을 철제 건물 안에 옮겨 놓은 듯하다.

 

맨 밑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코스는 모두 72개, 각 코스마다 난이도가 다르며, 참가자(라이더라고 함)는 각자의 능력에 따라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다만 라이더는 각 코스를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며 개척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안전하다. 밑에서부터 정상까지 가는 동안 라이더가 착용한 하네스와 생명선이 연결된 안전장치가 있어서 발을 헛디딘다 해도 안심할 수 있다.

 

그러나 코스에 혼자 올려 보내고 지상에서 아슬아슬한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들은 “그쪽은 위험해 가지마라,”라고 손나팔로 알려준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어느 코스든 과감하게 도전한다. 중학생 아들의 도전을 말렸던 아버지는 당당하게 성공하고 내려온 아들의 어깨를 감싸 안고 떠나면서 의심심장한 말을 했다.

 

“그동안 (아들이 스스로 길을 개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모르고, 가르치려고만 했던) 아버지인 제가 아들에 대해 너무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극한의 사이클과 극한의 타워 시설 등 극한의 체험 놀이시설을 개발, 운영하고 있는 지에스엡(GSWeb)그룹의 표욱근 회장은 “극한의 타워에서는 부모님이 코스를 결정하거나 지시하지 못합니다. 아이들-라이더가 일단 코스에 오르면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밑에서 지시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뿐 아니라 라이더가 어떻게든지 해결책을 찾으려는 승부욕을 가지게 되니까요. 이런 시설에서는 ‘어떤 식으로 놀아야 한다,’는 지시가 통하지 않지요. 라이더가 놀이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라고 했다.

 

미키마우스를 대신할 우리만의 캐릭터, 하늘을 나는 사이클 소녀

 

1976년 용인자연농원(현재 에버랜드)을 시작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테마파크는 에버랜드와 롯데월드 입장객이 세계 20위 안에 들 정도로 성장했지만 꿈의 공간답게, 방문객들의 상상력을 키워주고 자신감과 개척정신을 길러 주지는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극한의 사이클과 타워를 직접 탑승하고 체험해 본 레저시설 사업가인 박상원 대표는 “집 라인이 순간적인 스릴을 맛보고 끝나는 것이라면, 극한의 시설은 라이더가 고공에서 오래 체류하면서 스릴을 반복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것 같다”면서, “아울러 자신감과 개척정신, 그리고 모험심을 길러 주는 극한의 놀이시설이 기존의 테마파크를 뛰어넘는 상상의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미국과 일본 등 세계에 6개가 있는 디즈니랜드(디즈니 리조트)가 경북에 들어온다는 소문이 퍼진 적이 있었다. 디즈니랜드와 같은 세계적인 테마파크가 들어온다면, 더 없이 좋은 것은 사실이겠지만 이제는 산과 계곡 시냇물이 어우러진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뛰어다니고 나무에 오르며 놀았던 우리의 어린 시절의 놀이문화를 지역특성에 맞게 구현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여기에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인 스케이트 보딩, 스포츠 클라이밍 등과 같은 1인칭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시설까지 더해 극한의 복합 자연 놀이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면 어떨까.

 

각각의 방문객을 주인공으로 서사적 스토리를 만들어 주는 K-로컬 콘텐츠의 테마파크를 만들자. 세계인이 공감하는 우리만의 새로운 지역 테마파크가 탄생해야 해당 지역 경제가 지금보다 젊고 활기찰 수 있을 것이다. 사이클로 하늘을 나는 소녀를 미키마우스처럼 캐릭터로 내세워서 말이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