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를 계량(計量)화 할 수 없는 법, 떠날 사람은 떠난다
인구감소 지방소멸이란 소리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고, 그걸 막아보겠다면서 정부가 수백조원이 넘는 예산을 썼지만 효과를 보았다는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여전히 도시 농촌지역 가리지 않고 인구는 줄어들고 젊은이들이 빠져나간 지방은 심각한 농어산촌 고령화와 함께 소멸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뿐이다.
겨우 인구감소, 지방소멸이란 결론을 도출하는데, 그 많은 예산을 사용했냐는 비난을 면할 길이 없게 생겼다. 각 지방별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책도 눈에 띄긴 하지만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명백해 보이는, 그 나물에 그 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방책(防柵)이 뚫리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정부가 동물과 다른 인간사를 계량(計量)화하여 예산분배의 잣대로 삼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지방소멸? 희망을 찾아서 떠나는 인구이동
사람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지방을 떠나고자 하는 이유는 대부분 지금 있는 곳에서 희망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말려도 희망이 있는 곳을 찾아 떠나는 게 인지상정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외국으로 이민을 떠나는 게 아니라-물론 전혀 없다는 건 아니지만-부처님 손바닥 위에서 노는 것처럼 대한민국 안에서도 희망이 보이는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를 놓고 보면, 고무풍선이 한쪽이 들어가면 다른 쪽이 부풀듯이 지방소멸이 아니라 인구의 이동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로 보면 늘지도 줄지도 않은 상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52%가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도 엄연히 지방의회가 있는 지방일 뿐이다. 그러니까 지방소멸은 수도권 집중이라는 말과 같다. 이렇게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은 아무래도 희망이라는 놈을 붙잡을 확률이 다른 지방보다 높기 때문이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은 산업화 시대와 전혀 다른 분야
사실, 결혼을 하건 말건, 아이를 낳건 말건, 이혼을 하건 말건, 살던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든 말든, ....그 수를 헤아리기조차 힘든 인간사와 고민을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해 보겠다는 자체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음이 떠난 연인이 억만 금을 줄 테니 떠나지 말라 애걸복걸한다고 그대 곁을 떠나지 않겠는가? 아마 떠날 것이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도 마찬가지다. 가지 말라고 아무리 붙잡아도, 돈과 다른 것으로 유혹해도 아이를 낳지 않을 사람은 낳지 않고, 어차피 고향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사람은 떠나기 마련이다. 인간사는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래서 인간사는 물자와 재정을 투입해 성공시킨 산업화나 근대화와는 차원이 다른, 심리적인 분야다. 그러니 어차피 뚫리는 지방의 방책이라면 아예 싹 걷어치우고, 대한민국을 하나로 간주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혁명적으로 심리적인 투자를 하면 어떨까?
농업혁명을 일으킬 의인(義人)은 누구인가
솔직히 말하자. 전국 89개의 인구소멸 지역에 인구가 유입이 된다고 쳐도, 젊은 부부가 아니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금 필요한 사람은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할 수 있는 젊은 부부 아닌가?
그래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막으려면 ‘희망’이라는 심리적 단어가 정책에 도입되고 젊은이들이 농어산촌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오늘날의 덴마크를 일으킨 그룬트비-달가스와 같은 농업혁명의 지도자가 나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농어산촌에서 품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정규직이 아니라도 출퇴근 시간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데이트할 상대를 인근에서 찾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젊은이들은 농어산촌에 오라고 유혹하지 않아도 저절로 모여, 우리가 일찍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농어산촌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농어산촌의 3대 희망은 흙살리기, 국토 개조, 그리고 맑은 시냇물
우리나라는 머지않아 국토를 개조(改造)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지난 70년간 화학비료와 농약 등의 관행농업으로 전국의 흙이 오염되기 시작했고 비닐하우스의 연작(連作)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건강한 먹거리는 건강한 흙에서 생산되는 건 자연의 이치, 앞으로 흙을 살리는 분야에 젊은이들이 희망을 걸도록 하자.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가공하여 유통하는 3가지 시스템을 한군데로 집결하게 하는 일을 젊은이들에게 맡기자.
사막은 연평균 강우량이 250mm인 지역을 말한다. 250mm에서 500mm가 오는 지역은 초원지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어 목축을 한다. 500mm에서 1000mm가 오는 지역은 밀, 감자와 같은 밭농사를, 1000mm이상이 오는 지역은 논농사를 할 수 있다. 연간 1300mm의 비가 오는 우리나라는 논농사와 밭농사가 동시에 가능한 지역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연강 강우량을 고려하면 목축에 적합한 땅이 아니다. 그러니 공장식 밀집 사육을 하지 않을 수 없고 그로 인한 국토오염문제는 심각한 민원을 발생시키고 있다. 젊은이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 국토를 개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이를테면 축산단지를 바닷가에 집결시켜 최첨단 방식으로 키우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전국이 목장인 뉴질랜드가 목장을 산지(山地)로 바꿔 나무를 심는 탄소농업을 시작했다. 그래서 전국토의 67%가 산지인 우리나라의 탄소농업에 희망이 보이고, 그동안 둑을 쌓아 하천을 관리해온 탓에 전국 6,700여개가 넘는 강과 하천이 물이 말라가는 건천(乾川)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기후위기와 연관해 늘 맑은 물이 흐르던 예전의 강과 하천, 시냇물로 되돌려 놓고 4대강 자전거 길 등을 활용한 예를 들어, 전국 자전거 관광경제권을 도모해 보는 것도 미래의 희망 중의 희망이다.
젊은이들이여, 흙의 영웅이 되시라
젊은이들이여. 이 세상 넓고 넓은 싸움터에서 안락한 사무실에 앉아 남을 위해 일하는 마소가 되지 말고, 기후위기에서 이 세상을 구하는 장엄한 삶을 이루는, 흙의 영웅. 대한민국의 농어산촌을 개조하는 혁명의 전사가 되시라, 지방별 경계선을 허물고, 대한민국을 하나로 보는 새로운 농어산촌 문화를 만들어 가시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