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가 세워놓은 작은 안내판에 의하면 이 다리는 1930년경에 건설되었다. 다리를 놓던 당시, 다리 부근에 뱀쇠마을(현 철산1동, 일설에는 뱀수마을이라고 함)이 있어 뱀쇠다리라 불리게 됐는데, 당시 농촌 지역인 구로와 광명지역을 서울 영등포로 연결한 현대식 콘크리트 다리라고 했다. 다리 근처에 주막이 있었다고 하니 다리 주변으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길이는 85.5m, 폭이 3.5m로 사람과 자전거만 통행하도록 하고 있다. ( 내 생각인데 차도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광명시가 수년 전, 외부 민간업체에 의뢰해 다리의 정밀 진단을 받아보니, 이 다리는 홍수 때마다 교량 상부로 하천이 범람하고 하부에서 침식이 진행돼 콘크리트 상판과 교각이 많이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철근이 부식돼 철근 단면도 감소하는 등 위험요인이 커서 시급히 보수하거나 신축해야 한다는 진단이 내려졌는데 몇 년 전 보수 공사를 끝냈다는 한 기사를 읽었다.
필자가 자전거로 그 다리에 직접 가서 다리 밑으로 흐르는 안양천의 물을 보다가 1930년 당시 이 다리를 설계한 사람을 떠올렸다. 문득 그 사람이 머리가 이상하지 않은 이상, 홍수 때 물에 잠기는 다리로 설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다리를 놓을 때는 해당 하천유역에 100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을 때를 가정하고, 그 비로 인해 하천 수위가 아무리 높아져도 다리를 넘치지 못하도록 다리 높이를 올려야 한다고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공사 허가가 나오지 않을 테니까. 잠수교라는 게 있긴 하지만 다리가 물에 잠긴다는 건 정말 이상하다. 하천을 건너기 위해 놓는 다리가 물에 잠긴다니, 그게 제정신을 가진 사람의 생각이냔 말이다. 뱀쇠다리를 설계한 사람도 당연히 나와 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90년 전이라고 지금과 다르지 않을 터인데 그렇다면 어째서 안양천의 뱀쇠다리는 홍수 때마다 물에 잠겨야 하는 기구한 운명이 됐을까? 당시의 자료를 구할 수 없던 나는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곰곰이 생각하다가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결국, 90년 전, 이 다리가 생기고 나서부터 안양천은 상류에서 밀려온 퇴적물이 하천 바닥에 쌓이고 쌓여 하상표고(河床標高)가 엄청나게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내 말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홍수 뒤에 둔치가 물에 잠기고 난 뒤에 오니(汚泥)가 퇴적된 모습을 상상해 보시길 바란다.
실제로 필자가 다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바로 코앞에서 안양천 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 높이라면 다리 위에서 폴짝 뛰어내려도 될 것 같았다. 만약 90년 전에 필자가 이 다리 위에서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면 아마도 다리 한참 아래에서 안양천 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 정신이 어지러웠을지도 모른다. 마치 최근에 건설된 다리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머리가 아찔하듯이 말이다.
그러니까 안양천에 퇴적물이 쌓여 하상표고가 높아진 만큼 홍수위도 높아졌다. 홍수위가 높아지자 제방을 높이 쌓을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뱀쇠다리는 제방 한참 아래 둔치에 위치해 홍수 때만 되면 물에 잠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내 추론이다.
더구나 안양천이나 지천의 퇴적으로 인해 바닥의 높이가 주변 유역의 표고(標高)보다 높아지다 보니, 빗물이 안양천이나 지천으로 흘러들지 못했다. 오히려 안양천이나 지천의 물이 육지로 역류하는 현상까지 일어났고. 이를 막기 위해 배수펌프장을 만들어 비만 오면 빗물을 안양천이나 지천으로 퍼 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던 거였다.
(다음 편에서는 안양천과 지천의 사막화 현상을 막고 산의 맑은 물을 흐르게 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 어렸을 때 동네 앞이나 논 사이로 흐르던 개울이나 시냇물, 그리고 하천에서 흐른 맑고 풍부했던 유량과 요즘 상태를 비교해 보시면, 하천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우려하는 제 말을 이해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앞으로 이 글을 쓰면서 저의 천박(淺薄)한 경험과 지식을 독자 제현의 가르침으로 보완하고 아울러 물과 하천 환경 관련 제보도 받아서 글에 반영할까 합니다. 다만 저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계시다고 해서, 저의 견해를 무시하거나 욕보일 권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견해와 경험은 상호 존중되고 경청할 대상일 뿐,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