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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뭘 심어도 잘 되는 어느 프로 농사꾼의 연금술

경상북도 영주시 오케이농장 권태섭 대표의 다수확 비결은?

 

경북 영주시 안정면의 10만 평에서 논농사와 밭농사를 짓는 큰 농사꾼 권태섭 씨와 영농후계자인 그의 아들 권영재 씨. 이들 2대(代)는 올해 쌀농사에서, 그리고 황기(黃耆), 생강, 고구마 등의 밭농사에서 예년보다 평균 20~30%가 늘어난 수확을 올렸다. 그렇다면 이들 부자는 농사의 마법이라도 부린 것일까? 똑같은 품종을 가지고 다른 농가보다 다품종, 다수확의 성과를 올린 그들의 영농기법을 들여다 보았다.

 

<금손다시마> 영양제로 특등급 쌀 50% 생산

 

권태섭 씨는 최근 자신의 논 5,200평에서 수확한 나락(벼)의 무게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3백 평(=1단보段步)당 수확량이 1톤에 가까운 958kg으로 다른 농가보다 평균 200kg 이상, 그러니까 한 섬(혹은 석石=10말)씩 더 수확한 것이었다. 더욱이 RPC(Rice Processing Complex, 미곡종합처리장)에서 도정 해보니, 벼의 껍질을 벗겨 현미가 나오는 비율인 제현율이 82% 이상으로, 권씨가 생산한 벼의 절반이 특등급 쌀이었다.

 

제현율이 78% 이상인 1등급 쌀도 건지기가 어려운데 절반이 넘는 특등급 쌀을 생산했으니 권 씨는 올해 대박 중에서도 상 대박을 친 셈이었다.

 

“나락이 굵은 것 같았지요. 웬만해서는 특등급이 안 나오는데...”

 

권씨는 자신의 논에서 노랗게 고개를 숙인 나락을 찍어뒀다면서 사진을 보여줬다. 그러나 사진으로 봐서는 언뜻 보통 벼와 구분이 되지 않았으나, 권씨는 당장 벼의 줄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걸 보세요. 줄기가 야무지게 생겼지요. 뿌리가 튼튼하게 내렸으니까 그런 거죠. 나락이 꽤 무거울 텐데도 쓰러지지 않습니다. ”

 

권 씨가 심은 품종은 의성1품 벼. 권씨에 따르면, 여러 영양제도 많이 나와 있고, 사용하는 데 각기 장단점이 있었지만, 올해는 금손다시마 영양제 1리터를 물 10리터에 희석해 모판에는 관주(灌注) 시비(施肥)를 했고, 이후 같은 비율의 금손 다시마 영양제를 드론을 이용해 3번까지 시비했다. 벼를 심고 나서 한 번, 나락이 올라올 때 한 번, 나락이 숙일 때 한 번, 모판 시비까지 도합 4번이었다.

 

드론 시비는 권 씨의 아들인 영농후계자인 권영재 씨가 담당했다. 날이 좋은 날을 골라, 아침에 농약을 줄 때 함께 시비했다고 한다.

 

뿌리에서 붉은 점이 사라진 깨끗한 황기를 만드는 비밀은?

 

취재진이 권씨 부자(父子)의 농장에 갔을 때 마침 5천 평 크기의 밭에서 황기(黃耆) 수확이 한창이었다. 황기는 큼직하고 길쭉했다. 권씨는 황기 역시 아들이 드론을 이용해 다시마 영양제를 다른 약과 함께 섞어 9월에 2번, 10월에 1번, 10일 간격으로 공중 살포했는데 생산량에 주목할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황기 잎이 날씨가 차고 서리를 맞았는데 멀쩡하게 그냥 있어요. 다시마 영양제를 써서 그런지 줄기가 싱싱하고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 늦은 시기까지 줄기가 그대로 살아 있으니, 수확량이 많아지는 거지요.”

 

“얼마나 늘었나요?” 취재진이 물었다.

 

“20~30%의 증수(增收) 효과를 봤지요. 황기는 잘 되면 300평당 500근(1근=0.6kg)을 수확하는데 지금은 700근 정도니까, 200근이 더 생산되는 효과를 보고 있지요. 무엇보다, 밭 전체에서 황기 뿌리가 둘쭉 날쭉 하지 않고 똑같이 좋으니까. 그게 신통한 거지요.”

 

그러면서 지난해는 수확량이 안 좋았고, 굵지도 깨끗하지도 않았다며 밭에서 갓 캐낸 황기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거 보세요. 다시마 영양제를 쳐서 그런지, 이상해요. 황기 뿌리에 자주 생기는 뻘건 점들이 없이 이렇게 깨끗해요. 다른 땅에서 황기를 하면 그런 점들이 많이 생겨 가격을 제대로 못 받거든요.”

 

황기는 약재나 삼계탕에 넣는 약용작물이다. 가격이 좋고, 다른 작물을 끝내고 늦게 경작을 할 수 있는 소득 작물이다. 밭에서 수확한 황기는 세척기에 30분 동안 돌려 깨끗이 닦아서 채반에 담아 말리다가 가위로 윗부분을 잘라 건조시킨다. 창고는 황기의 짙은 향이 코를 자극했다.

 

 

 

 

 

 

 

 

 

 

 

 

 

황기 보관창고 옆 건물에는 다시마 영양제로 재배한 생강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내년 봄에 종자로 전국으로 출하할 것들이었다.

 

고구마가 골고루 크고 맛이 좋아요

 

권씨 부자는 미늘을 캐고 난 뒤 고구마를 심었다. 6월에 20일간 수평심기-고구마 줄기를 눕혀서 심은 것. 찔러 심기와 다름-로 심었다. 고구마 종자는 25호. 일본에서 무균 증식으로 만든 것이었다. 권씨는 고구마밭에도 역시 금손 다시마 1리터를 10리터의 물에 희석해 드론으로 시비를 했는데, 고구마는 전부 상품만 나왔다. 보통 고구마는 크고 작은 뿌리가 달리는데 다시마 영양제가 뿌리에 영향을 미쳤는지, 고구마의 크기가 예쁘게 일정한 게 특징이었다.

 

권씨 아들인 영농후계자 재영 씨는 드론으로 다시마 영양제를 시비했다면서, 드론 시비로 시간과 노동량을 5분의1로 줄일 수 있었고, 다시마 고구마를 캘 때 보니, 생각보다 수확량이 많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흙 속에서 나온 건강한 혈색의 고구마들이 컨테이너 140개를 가득 채웠다. 예년에는 컨테이너 100개 정도였다.

 

그는 올해는 고구마 맛이 유난히 좋았다며, 맛이 좋다는 소문이 나서 인터넷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다시마 고구마는 구워 먹을 때 맛이 연하고 다디달았다.

 

 

죽어가는 흙을 살리는 다시마 등 해조류 토양 영양제의 미래는?

 

그는 또한, 양파 역시 다시마 영양제를 줘 보니, 매운맛과 달콤한 맛이 한결 강해지는 듯하다면서, 저장했을 때 물러지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올 겨울에 살펴보겠다고 했다. 

 

농업고등학교 출신으로 5년째 아버지와 함께 땅이 주는 농산물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면서 수확할 때마다 농업을 택한 자신의 결정에 후회가 없다고도 했다.

 

그에게 “예전에도 다시마 영양제를 만나 봤는지”를 묻자, 그는 “처음 봤다,”면서, 올해 처음 다시마 영양제를 드론으로 살포하면서 ’이런 걸로 뭐가 될까? 라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했지만, 막상 나락은 물론, 양파, 고구마, 황기 등등의 뿌리 작물의 잎사귀가 파랗고, 건강한 모습을 보고 나서, 생각을 달리했는데 역시 수확량이 말해 주었다, 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버지가 옆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농업은 토양이 기본이잖아요. 금손다시마와 같은 해조류 영양제가 토양을 살리고, 작물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확실히 도움을 줄 것 같아요. 내년에 한 번 더 써보면 확실히 판가름이 날 것 같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