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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출토’ 개인전 열어 독창성 입증한 작가 윤현식

한국전통과 서양의 현대미술을 접목한 작품 활동으로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깐깐한 작가정신을 작품 속에 담아온 윤현식 작가. 그가 지난 5월 12일~18일( 일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조형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흙의 숨결 ‘출토’가 전시되고 있는 현장을 찾아 윤현식 작가를 만나봤다.

 

 

“이번 개인전 ‘출토’는 동기유발이 따로 없는 독창성입니다. 전 세계에 존재하지도, 그 누구도 도전해보지 못한 작품이죠.”

 

28세에 요절한 천재 낙서 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세계를 추구해오고 있는 윤현식 작가는 이번 개인전(출토)을 이렇게 소개했다. 윤 작가는,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출토’라는 작품에 대해서 잘 모르다 보니 많이 물어도 보고 많이 신기해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전시장을 찾은 날은 개인전 마지막 날인 5월 18일이었는데, 몇 명의 관람객들이 작품을 둘러 보고 있었다. 윤 작가는 이번 개인전 ‘출토’가 아주 성공적이었다면서 아주 흡족해 했다.

 

‘출토’는 어떤 작품?

 

윤현식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그간 국내에서 접할 수 없었던 작품들을 전시하는 흙의 숨결 ‘출토’ 이다. 작가는 일반적으로는 명제를 달지 않으나 작품의 독착성, 즉, 발굴의 의미도 되겠지만 흑에서 막 꺼내 놓은 작품 같은, 먼지를 덜 털고 막 꺼내 놓은 것 같아서 씻어 놓은 것 같지도 않은 작품들이라서 ‘출토’라고 명제를 달았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작가들은 18세기에 자연주의는 이미 끝났다고 합니다. 현대는 자유가 있는 창작성을 요구하니까요. 중세시대의 작품은 언어나 글보다는 그림으로 표현했지만, 지금 작가들은 자율성이나 창작성을 더 중시해요.”

 

‘출토’는 옥석을 분말화한 재료를 사용해 질감을 높인 게 특징이라고 강조한 작가는, 재료로 사용된 옥(玉)에 함유된 기(氣)는 인체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면서, 흑, 황토, 석채(돌), 옷 가루 등을 혼합해 작품 활동을 해오는 데 어려움이 참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흙이라는 게 작품을 완성해 놓으면 갈라지고, 또 터지고 다듬어 놓으면 또 터지다 보니 작품을 완성하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아요. 순수미술은 하루아침에 안 되기 때문에 30여 년이 넘어서야 발표를 하게 됐네요.(웃음)”

 

윤 작가는 이번에 전시되지 않고 남아 있는 700여 점의 작품들은 차츰 전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출신 프랑스 화가 고흐는 2,500점의 작품을, 스페인 태생이며 프랑스에서 활동한 입체파 화가 피카소는 3만 점 정도의 작품을 남겼다고 하잖아요. 낙서 작가 장 미셸 바스키아는 지하철역 같은 곳에서 그림을 그리다 쫒겨 나기도 하고, 남의 담벼락에다 그림을 그리다 주인에게 쫒겨 났다는 일화가 있어요. 그 그림들이 현대에 와서 2천억 원 정도 추산된다는데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가에서 보존한다는 점에 귀를 기울여봐야 해요.”

 

윤 작가는 ‘출토’의 독창성과 자연의 색이 느껴지는 것은 억지를 부려서 그린 것이 아니라 작가가 소통하며 그렸기 때문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정착할 작품 ‘출토’

 

작가는 30여 년간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도 정작 자신이 정착할 작품을 발견하지 못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출토’는 그런 자신이 정착할 작품이라는 것이다.

 

“한 젊은 부부가 와서 작품구매 의사를 드러냈어요. 인사동에서 화랑을 운영하는 지인도 사흘째 찾아와 작품을 팔길 원했어요. 그러나 팔 수 없었죠. 출토 작품은 판매하지 않은 건 배가 불러서가 아닙니다.”

 

작가는 지금까지 완성해 놓은 작품 중에 출토 작업을 위해 판매한 그림들도 있다고 소개했다.

 

“제주도가 배경인데 작품을 산 분들은 너무 훌륭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아요. 그간 40여 회 전시회를 열어 오면서 제가 내놓은 작품들은 똑같은 게 없어요. 어떻게 매회 작품들이 다르냐며 관객들이 깜짝 놀랍니다. 이번 개인전을 찾아온 전문 작가들로부터 외국에 전시해야 할 작품을 왜 국내에서 전시하냐며 아쉬움을 표현한 분들도 있었어요. 앞으로 더 좋은 작품으로 해외 무대를 열어 보렵니다.”

 

 

수집광에서 창작활동

 

윤 작가는 젊은 시절 예술작품을 찾아다니는 수집광이었다. 덕분에 아주 많은 작품을 소장했다. 이를 계기로 예술에 안목이 생길 무렵 닥친 어려움은 그를 창작의 길로 안내했다.

 

“작품을 수집하다 보니 주머니가 신통치 않게 되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소장하던 작품들을 내놔야 했죠. 목포 MBC문화방송 전시실에서 소장전을 열었는데 몇 점을 팔아서 3천800만 원 정도의 거금을 손에 쥐었죠. 물론 제가 작품을 샀던 돈에 비하면 절반가도 안 되는 수준이었어요. 예술에 대한 자신의 무지함을 알게 된 것이죠. 차라리 그림을 그리자. 그렇게 창작의 세계로 입문하게 된 겁니다.(웃음)”

 

이후 작가는 사군자부터 시작해서 열심히 실력을 갈고닦았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입선한 후에는 더욱 창작의 열정에 빠져들었고 한국화의 세계에 발을 들인지도 어언 40여 년이 됐다. 1997년 첫 전시를 시작해 지금까지 윤 작가의 작품기법과 내재한 메시지는 매번 바뀌고 발전해왔다. 작품의 기법과 명제가 바뀔 때마다 나름의 큰 용기와 결단도 필요했다.

 

“종래 예술이 보여주는 지나친 전문적이고 수직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경험주의 논리가 필요하고, 기성의 기법을 고수해서는 예술의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고 생각해왔죠. 삼차원의 현실을 이차원의 회화에 반영하는 큐비즘은 그의 예술관에 지대한 영향을 줬고요.”

 

예술은 작가의 개인적인 작업에서 시종 되나 그의 목적은 개인을 넘어 사회와 인간을 향해 방사하는 메시지를 담아내며 팬클럽을 결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작품의 감상은 작품을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에 내재 된 의미의 자발적 탐구를 통해 작가와 공유하고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작품을 느끼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저 윤현식이 추구하는 ‘모토’이고요. 앞으로는 더욱 독창성과 창작성 있는 예술에 매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작가 이력

윤현식 작가는 초당대학교 미술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KBS 여의도 중앙방송(중앙홀 초대 개인전)과 미술 세계 특별기획 개인 초대전 외에도 다수 출연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과 초대작가를 역임했다. 목포미술협회 지부장, 한 중국제 교류 서화 정예작가회 회장, 전남 한국화분과위원장, 국제수묵 비엔날레 자문위원, 아세아미술대전 운영위원, 세계평화 미술 운영위원, 오승우 미술관 운영위원, 목포역 미술관 운영위원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