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15.8℃
  • 구름조금강릉 14.1℃
  • 구름많음서울 16.7℃
  • 흐림대전 14.7℃
  • 대구 16.7℃
  • 흐림울산 16.4℃
  • 박무광주 16.3℃
  • 구름많음부산 16.9℃
  • 구름조금고창 17.9℃
  • 맑음제주 20.7℃
  • 흐림강화 14.9℃
  • 맑음보은 12.1℃
  • 맑음금산 13.8℃
  • 구름많음강진군 17.6℃
  • 맑음경주시 15.1℃
  • 구름많음거제 15.2℃
기상청 제공

경제

규제 철폐로 ‘기술지주회사’ 활성화해야

- 고도 기술 사업화하는 기술지주회사
- 각종 규제로 성장 제한 한계 직면
- ‘20%룰’ 및 증여세 과세 완화 등 고려해야

URL복사

 

[문장원 기자] 기술지주회사는 대학 등 공공연구기관의 고도화된 융합지식(기술)을 사업화해 혁신성장을 가속화하는 사업화 모델이다. 하지만 현재 규제로 오히려 유망 벤처기업 육성에 있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개발된 기술(technology)은 사업화되고 확산될 때 비로소 빛을 발하는 만큼 이에 대한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술을 사업화하는 기술지주회사

 

2007년 벤처기업법과 산학협력법을 통해 도입된 기술지주회사(Technology Holdings Company) 제도는 공공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을 현물 출자(investment in kind)를 받아 창업이나 투자로 연결하는 주식회사다. 2008년 한양대학교 기술지주회사를 시작으로 공공연구기관(대학, 국공립연구기관,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이 설립한 기술지주회사가 늘고 있다.

 

기술지주회사제도 도입 배경은 2007년보다 10년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97년 말 IMF 외환위기 직후 경제난 극복을 위한 자구책으로 창업 붐이 일었다. 기존 전통산업 중심에서 지식기반 산업으로의 전환이 이뤄지며 대학 등 공공연구기관에서는 실험실 창업, 교수(연구원) 창업과 함께 창업보육센터 설립이 본격화됐다. 그 해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이 제정된 이유다. 이후 창업기업 중 정책대상으로 벤처기업을 정의하고 특례 지원도 시작됐다.

 

그러나 공공연구기관, 특히 대학은 보유기술을 이전 후 추가개발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창업보육센터의 도움을 받은 창업도 그 성공률이 저조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학 재정으로의 기여도도 낮았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공공연구기관이 개발한 신기술을 전략적으로 사업화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주식회사형 기술사업화 모델이 강조되면서 기술지주회사 도입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기술지주회사는 적극적인 형태의 기술사업화 모델로서 상법상 주식회사의 지위를 가지며 수익사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기술지주회사의 유형

 

현재 세 개의 법률에서 각기 다른 형태의 기술지주회사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지주회사별 설립 방식과 운영 요건에 차이가 있고, 이를 인가 또는 등록하는 부처도 다르다. 그러나 혁신성 높은 공공기술을 이전해 창업을 유도하고 기술사업화를 추진한다는 설립 목적에는 차이가 없다.


올해 5월 기준으로 기술지주회사 중 가장 많은 행태는 산학연협력기술지주회사로 총 70개가 설립됐다. ‘산학협력법’에 근거를 두고 대학이나 대학의 산학협력단이 단독 또는 다른 기관(대학, 국공립/특정/출연연구기관)과 공동으로 설립할 수 있다. 주요 설립요건으로 산학협력단은 자본금의 30%)를 초과해 기술지주회사에 출자하고 발행주식의 50%를 초과해 보유해야 한다. 또 기술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20%) 이상을 확보 후 교육부 장관의 설립 인가를 받아야 한다.

 

두 번째 유형은 신기술창업전문회사로 ‘벤처기업법’을 바탕으로 대학 또는 연구기관이 기술을 직접 사업화 또는 자회사를 통한 사업화를 위해 설립 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등록해야 한다. 후자가 지주회사 형태인데 연구기관만 이런 형태로 설립이 가능하다. 현재 5개가 설립되었다. 지주회사 형태인 경우 자회사 설립요건으로 별도의 지분보유 의무는 없다.

 

마지막 유형은 공공연구기관첨단기술지주회사다.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공공연구기관은 ‘기술의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연구기관첨단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다만 사업화 가능 기술은 녹색기술과 첨단기술로 제한되고 자회사 주식의 2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현재까지 설립된 사례는 없다.

 

 

과도한 규제로 성장 한계

 

이처럼 세 형태의 기술지주회사의 설립이 가능하지만, 제도적인 한계도 있다. 법률에서 규제하고 있는 과도한 지분보유 의무(지분율, 보유 기간)로 자회사로의 투자를 위축 시켜 공공기술 사업화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이른바 ‘20%룰’이라는 자회사 의무지분율 규제다. 산학연협력기술지주회사와 공공연구기관첨단기술지주회사는 자회사 주식을 의무적으로 20% 이상 확보해야 한다. 지주회사에 대한 일반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의 벤처지주회사 최소지분율 규제와 같다. 하지만 벤처지주회사는 자산 총액 5,000억 원 이상인 대기업이라는 점과 기술지주회사의 설립 취지 등을 고려했을 때 같은 요건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20%룰은 자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산학연협력기술지주회사와 공익법인인 산학협력단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외부투자 등으로 자회사의 가치가 커질수록 20% 지분을 충족하기 위해 증자를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제한은 결과적으로 신규 기술의 발굴과 투자를 제한하고 결국 공공기술의 이전・사업화 의지를 저해하게 된다. 자회사의 성장이 역설적으로 기술사업화를 단절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수아랩’(SUALAB)이다. 서울대학교기술지주회사는 지난 2015년 유망 AI 스타트업인 수아랩에 1억 원을 초기 투자하며 인큐베이팅 했다.(지분 15% 보유) 하지만 20%룰을 지키지 못해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했다. 수아랩은 지난해 미국 나스닥 상장 기업 코그넥스(Cognex)에 1억9,500만 달러, 약 2,300억 원에 매각됐다. 20%룰에 묶여 가능성 있는 우량 스타트업의 발굴과 후속 투자가 제약받지 않도록 산학협력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박재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출자자이자 지배주주인 기술지주회사의 책무성을 지키면서도 상법상 주요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10% 수준까지 과감히 의무지분율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자회사 설립 시에는 20%룰을 적용하고 데스밸리(창업 초기 자금난으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 구간을 넘어서는 약 5년 이후에는 이를 면제해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산학협력법 제36조의4제4항의 개정이 필수이다.

 

아울러 산학연협력기술지주회사와 벤처기업법에 근거한 신기술창업전문회사(非 지주회사 유형)를 모두 보유한 대학의 경우 양 기관 간 기능이 중복되는 점을 고려해 상호 연계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박 조사관은 제언했다.

 

 

5년이라는 자회사 주식 보유 의무 예외 기간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자회사의 지분양도, 합병(M&A), 우리사주조합원에게 우선 배정 등의 사유로 기술지주회사가 20%룰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5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그러나 5년 내 증자에 성공하지 못하면 주식을 전량 매각해야 해 현장에서는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스타트업이 성장해 회수단계(exit)에 이르는 데는 통상 십여 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자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에 5년이라는 기간은 지나치게 짧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혁신성장 확산・가속화 전략’에서도 핵심 과제로 자회사 지분 20% 보유 의무 예외기간 확대(5→10년)가 제시된 바 있다. 따라서 산학협력법시행령을 개정해 유예기간을 획기적으로 연장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증여세 과세도 걸림돌이다. 공익법인(산학협력단)이 내국법인(기술지주회사)을 설립 시 주식 총 수의 5%를 초과해 보유하는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그 초과분에 대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대학으로부터 기술 등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는 것이다. 다만, 앞서 기술한 20%룰을 내국법인이 충족했을 경우 공익법인의 증여세 납부 의무가 면제된다.


그러나 산학협력법에서는 산학협력단이 기술지주회사를 설립 시 주식 총수의 50%를 초과해 보유하도록 규제하고 있는데, 기술지주회사가 20%룰을 미충족한다면 산학협력단에 과도한 부담이 발생(5% 초과 주식에 대한 증여세 부과)할 수밖에 없다. 공공기술의 사업화와 유망한 스타트업(자회사) 육성에도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

 

박 조사관은 “20%룰의 완화와 함께 산학협력단에 대해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증여세 과세를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라면서도 “이때에는 과세 형평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조사관은 “기술지주회사는 공공연구기관의 고도화된 융합지식(기술)을 기반으로 자회사에 투자와 지원을 한다”라며 “이는 격변하는 산업구조에 신속히 대응해 혁신성장을 가속화하는 사업화 모델이다. 걸림돌을 낮춰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요구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