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47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 감소 폭 보다 수입 감소 폭이 더 커지면서 생긴 흑자로 일각에서는 ‘불황형 흑자’라는 쓴소리까지 나온다. 우리나라 수출 감소의 원인은 무엇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M이코노미 조운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6%인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이래 최저 수준인 지난해 실질GDP는 애초 한국은행이 예상한 것보다도 0.1% 포인트 낮은 것으로 수출 부진이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벌써 47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에는 무역흑자가 24조2600억 원으로 나타나 G20국가 중 무역흑자 5위를 차지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 부진에 경제성장률 둔화라니, 그 이유는 무엇일까.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생긴 黑字
흑자(黑字)란 무역에서 수출이 지출보다 많아 잉여이익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이익이 많아 흑자가 났으니 좋은 것이 아닌가 싶지만 최근 무역수지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그렇지 않다. 2011년 사상 처음으로 무역 1조를 달성한 이후 4년 만에 우리나라 전체 무역액이 1조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보다 7.9% 감소한 5277달러, 수입액은 16.9% 감소한 4368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수출과 수입 모두 감소했지만 수입액이 더 많이 감소하면서 흑자가 나온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서 수출이 감소했다는 사실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특히 세계교역량 증가율에 큰 변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수출물량 증가세가 부진한 모습은 우리 수출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확대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꾸준한 수입액의 감소는 국내 내수시장 악화의 신호로 수입량 감소는 경기 불황과도 연결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혹자는 최근의 무역흑자를 두고 ‘불황형 흑자’라고 칭하며 한국경제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수출 흑자 상황을 ‘불황형’이라고 볼지 말지에 대한 소모적 논란은 차치하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무역 전망에 대해 살펴보고, 상황 개선을 위한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수출액 감소…대내외 불안 요소 가중
잘 나가던 한국 수출에 비상등이 켜진 것은 2014년 하반기부터 심화된 유가 하락 이후부터 이다. 2013년 평균 배럴당 105.3달러를 기록했던 두바이 유가가 2015년 1월 중 45.8달러로 반 토막 나면서 수출단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러한 국제유가 급락이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원자재를 가공해 수출하는 우리의 수출 주력 품목들의 상품 가격도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수출 물량이 줄어드는 것보다 수출 단가의 하락이 더 가파른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수출단가감소율은 4.5%로, 수출물량감소율(0.2%)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수출 단가 하락이 수출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중국을 시작으로 한 위안화 절하는 세계 각국에 영향을 미치며 환율전쟁을 부추겼고, 주요 경쟁국인 유럽 및 일본마저 통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우리나라의 가격경쟁력은 밀려났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경제둔화도 한 몫을 했다.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이 지난해에 5.6% 감소한 것이다. 영원한 태평성대를 자랑할 것 같던 중국의 내수시장 부진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최근에는 중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설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9%를 기록하며 '바오치(保七)'로 일컫던 중국의 7%대 경제성장률의 역사가 25년 만에 막을 내렸다. 이처럼 중국 내수 시장이 정체하자 곧바로 타격을 입는 것은 중국에 수출을 의존하던 우리나라였다.
수입액 감소…내수시장 둔화
무역수지에서 수출 감소보다 더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수입 감소는 무엇을 의미할까. 국내로의 수입이 감소하는 것은 한마디로 내수 시장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민간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인해 유례없는 소비자 심리지수 하락으로 초상집 같던 대한민국은, 정부의 ‘개별 소비세 인하’정책을 통해 조금씩 내수가 활성화 되는 듯 보였다. 정부의 개소세 인하 정책은 세금을 깎아주어 소비자들의 구매 비용을 줄이고, 민간 소비를 증가시키겠다는 방침이었다.
자동차와 전기 냉방기 등에 대한 세율이 5%에서 3.5%로 감소하면서 실제로 개소세 인하 후 한 달 동안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49%가량 증가했다. 더불어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도록 했다. 이러한 대규모 할인 행사는 일시적으로 국민의 소비심리를 회복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전국 2만7000여개 점포가 참여한 가운데 열린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전년 동월대비 6.5% 증가한 32조2810억원을 기록했다.
정부의 내수·수출 균형을 통한 경제 활성화 방안
최근 중국 증시 패닉, 북핵 실험, 유가 폭락 등 각종 대내외적 상황들은 점점 더 우리나라 무역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이런 속에서 우리나라의 수출 주도형 경제성장 전략 자체에 대한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들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속에서 지난 1월14(목) 기획재정부는 내수-수출 균형을 통한 경제활성화 방안을 보고했다. 정부는 미 금리인상, 중국 경제둔화 등 대외여건악화로 수출부진이 지속되고 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되며 내수위축이 우려되는 현 상황을 즉시하고 내수·수출 균형을 통한 경제 활성화, 창조경제·문화융성을 통한 성장 동력 확충, 청년일자리 창출 및 맞춤형 복지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먼저 정부의 수출 총력지원 대책은 첫째, 지난해 중국과 체결한 한-중 FTA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5만개에 이르는 대중수출기업에 대한 정보, 교육, 컨설팅 집중 지원해 육성해 의약품품질검사, 화장품 상호인정 등 비관세장벽 해소를 통해 수출구조를 혁신한다. 또한 중국 및 동남아지역을 겨냥한 최적지로 평가되고 있는 새만금 산업단지를 중국진출 전진기지로 조성하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 정부는 중국발 외국인투자를 올해 1조원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불어 중국기업과의 M&A, 유통망 구축 지원을 위한 중국시장진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김치, 쌀, 김, 어묵 등 프리미엄 농수산식품 수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둘째, 신시장 개척과 유망품목 수출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부터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정부 중 유례없이 빈번한 해외 출장으로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 알리기에 열중해 왔다. 지난 12월에 박근혜 대통령은 체코를 방문해 제만 체코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고 여기에서 10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건설과 관련된 원전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정부는 2016년에도 이러한 정상외교를 바탕으로 프로젝트 수주에 총력을 다하고, 무역금융을 2016년 4.8조원을 통해 5대 유망 소비재인 화장품, 식료품, 생활용품, 유아용품, 패션의류 등에 R&D, 마케팅 지원으로 육성하고 콘텐츠, 보건·의료, 기술·브랜드 등 해외진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셋째, 우리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로 수출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우리나라 내수기업에 대한 수출기업화를 위해 세제지원을 강화한다. 현 수출비중 30%이상 중소기업에 대해 적용되었던 수입부가세 납부유예제도를 수출금액 100억원 이상 중소기업과 수출비중 50% 이상 중견기업까지 포함시킨다. 최근 주춤했던 역(逆)직구를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수출도 확대한다. 글로벌 온라인 몰의 입점지원을 확대 해 2015년 1,504개에서 올해 2,000개까지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1일 인천에 위치한 G마켓 물류센터를 방문해 전자상거래를 통한 수출 확대 방안을 논하는 등 올해 전자상거래 수출확대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또 유일호 부총리는 취임 후 첫 현장방문지로 ‘수출최전선’이라는 평택항을 찾아 최근 수출, 산업생산 등 실물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중국경제 위축, 미국금리인상, 초저유가 및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 대외 리스크도 확산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과 경제활력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장과 일자리의 원동력인 수출을 회복하여 “글로벌 수출 TOP5”로 도약할 것임을 강조했다.
정부의 내수·수출 균형을 통한 경제 활성화 방안
정부는 수출 진작책과 더불어 내수 회복세를 위한 정책도 내 놓았다. 먼저 1분기에 전년대비 8조원을 확대해 조기집행하고, 공공기관 투자 및 연기금 대체투자 등 재정의 경기보완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세출 구조조정, 공공기관 부채 감축 등 공공개혁과 더불어 미국의 대표적 정책인 페이-고(pay-go)를 법제화하기로 했다. 페이-고 정책은 정부가 대형국책사업을 벌일 때 그만큼 다른 예산을 줄여 재원을 마련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렇게 마련한 재정으로 상반기 경기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또 국내 경기를 정착시키기 위해 정부는 설 연휴에 맞춰 2월에는 코리아그랜드 세일을 예정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실시했던 대규모 할인행사를 11월 마다 정례화하기로 했다. 한류와 함께 한국 국내 소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외국인 소비를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비자 및 면세점 제도도 개선한다.
이러한 소비여건 개선책과 더불어 구조적 소비제약 요인 완화를 위한 대책들도 마련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도입하여 2015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인 가계소득증대세제도 새롭게 보완된다. 주택·농지연금도 개선되어 실물자산을 유동화하고 공공임대 공급과 주거급여, 전월세·구입자금 등으로 113만 가구를 지원해 주거비 부담을 경감한다. 내수 진작을 위한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 개혁도 실시한다. 新산업육성을 위해 신산업분야에 5조원을 투자하고 지역전략산업을 대상으로 덩어리 규제를 일시에 철폐하는 규제 프리존을 도입한다.
지자체가 신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규제 철폐요청 시 중앙 정부가 법 개정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현재 에너지신산업, 드론, 무인차, 의료 등 다양한 신산업들이 각 지역에서 각종 규제로 인해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나선 것이다. 또한 경제활성화 3법이라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조기입법을 추진해 규제·지원 체제 정비 등 ‘서비스경제 발전 전략’을 상반기에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2012년 정부가 제출한 이후 여전히 계류 중인 법안으로 서비스산업에 의료가 포함되느냐를 두고 여야가 날선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뉴스테이’라고도 불리는 기업형 임대주택을 확대하고 농업진흥지역을 해제 및 완화 해 6차 산업을 활용하고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세제지원 등을 추진한다. 아울러 처음부터 원리금을 나눠갚도록 하는 여신심사가이드라인 시행으로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5대 기간산업 과잉공급 조정, 흔히 원샷법이라고도 일컫는 기업활력법 제정을 통해 부실 징후가 높은 기업을 선제적으로 정리해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하여 대내외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대책…해법 될까?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도 앞서 밝힌 다양한 대내외적 요인들은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세계 교역은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1~6월 세계 교역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9%감소하며 2009년 이후 6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2012년 이후 부터는 세계경제 성장률과 세계교역 증가율 간의 1:2 관계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국제무역연구원의 자료처럼 향후 세계교역 부진 지속에 대한 전략이 요구된다.
내수 회복세를 위한 대책들도 넘어야 할 산이 아직많다. 경제활성화 3법은 여전히 여야의 의견 폭을 줄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조사·분석을 의뢰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의 경제적 효과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경기 부양 정책은 한 달의 ‘반짝’ 효과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소매판매액은 전년동월 대비 4.2% 증가하는데 그쳐 10월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됐을 뿐이다.
일시적인 소비 진작효과는 이후 급격한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에 오히려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가계 소득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근본대책이 아닌 단기 소비 진작에 불과한 이러한 대책들은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 초부터 합동 업무보고를 통해 경제활성화를 위해 만발의 준비를 하고 있다. 여전히 비판점도 많고,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유연한 정책 추진으로 국민들의 요구에 답해야 할 것이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