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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통장의 유혹, 주택청약종합저축에서 ISA까지


(M이코노미 조운 기자) 2009년부터 실시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가 올해 2천만명을 넘어섰다. 주택청약은 출시 당시 ‘만능통장’이라 불리며 고객 유치를 위한 은행들의 과당경쟁이 문제가 되었다. 3월14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를 앞두고 은행에서는 또 다시 ‘만능통장’이라는 문구와 함께 각종 경품까지 동원한 고객 유치경쟁을 벌였다. 국민을 위한 상품이 은행들의 유치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는 현실을 살펴봤다.


‘만능통장’이라 불리던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청약통장 가입자 수 2천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1월31일 금융결제원은 지난해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총 1997만189명으로 2000만 명에 육박했다고 발표했다. 매월 통장 가입자 수가 10만~20만 명 증가하는 것을 감안해 현재(3월)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천만 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인다.


2009년 5월 주요 은행들은 ‘주택청약종합저축’(이하 주택청약)을 ‘만능통장’이라 광고하며 고객 유치경쟁을 일으켰다. 그 과정에서 직원별로 판매 할당량을 내리는 등 과당경쟁이 일어나 문제가 되기도 했다. 때문에 당시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주택청약종합저축에서 금융시장 병폐인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고 비판했으며 국토해양부는 과당경쟁 자제에 관한 공문을 내리기도 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기존의 청약저축, 청약예금, 청약부금의 기능을 한데 묶어놓은 주택청약통장이다. 주택청약통장이 ‘만능통장’이라 불리게 된 것은 국민주택과 민영주택을 가리지 않고 모든 신규 분양주택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능통장 주택청약은 청약저축과 청약예금, 청약부금 가입자 수가 지난해 9~13%씩 감소한 것과는 달리 17.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내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의 가입이 몰렸다고 분석했다. 특히 청약통장 가입자가 급증한 것은 지난해 청약제도 완화로 서울·수도권의 1순위 자격이 통장 가입 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서울의 주택청약종합저축 1순위 가입자는257만8천14명으로 전년대비 51.8% 급증했다.


주택청약 2년 이상 가입 시 2.0%대 고정 금리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미분양이 늘어가고 있는 속에서 주택청약이 늘어나고 있어 의문이다. 주택청약 개설가능 은행의 관계자는 실제로 신규통장 개설자들에게 “적금 대신 주택청약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청약은 우리나라 만19세 이상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입 가능한 주택청약은 매월 2만원 이상에서 50만원 이내에 5천원 단위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인하하긴 했지만 주택청약 2년 이상 가입 시 이자율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2.0%로 고정된다.


현재 시중은행의 2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1.6%대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주택청약은 연말소득공제혜택도 받을 수 있다. 총 급여액 7천만원 이하인 근로의 무주택세대주를 대상으로 해당 관세연도 납부분 9연간 240만원 한도)의 40%(96만원 한도)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반등한 시중은행 금리를 고려해 새로운 금리도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에서 정해지도록 하였으며, 연말 소득공제 및 기금 디딤돌대출 금리 우대 사항은 계속 유지된다”고 밝혔다.


즉, 저축이나 목돈을 모으려는 고객의 경우 주택청약을 2년만 유지하면 시중금리보다 높은 2.0% 이자율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고객들에게 높은 이자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창구에서부터 주택청약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은행 관계자는 밝혔다.


실제로 주택청약 가입자 정모씨(27세)는 “대학을 다닐 때 저축 통장을 만들러 가서 은행 창구의 권유로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했다”며 “당시 청약이 뭔지도 모르고 이자율이 높다고 해서 가입했는데 2년 동안 깨서는 혜택을 받을 수 없지만 갑작스럽게 목돈이 필요한 일이 생겨 1년 만에 깨버린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택청약이 실제로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주택청약 가입을 권유하거나 자녀들 것까지 2개, 3개씩 개설하도록 부추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만능통장 등장


그런데 최근 새로운 ‘만능통장’이 등장 했다. 이달 14일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자(ISA)이다. ISA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로 예금, 적금, 펀드, ELS, RP, DLS 등 여러 금융상품들을 묶어 하나의 계좌에서 통합 운용 관리하는 계좌이다. 기획재정부는 ISA를 통해 종합적 자산관리수단을 제공하여 서민과 중산층의 재산형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ISA는 의무가입기간 5년으로 중도인출은 불가하며 5년 동안 발생한 순이익 최대 250만원까지 비과세에 해당하며 초과 수익분은 9.9% 저율과세에 해당한다. 하지만 예외로 총 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사업자는 의무납입기간이 3년이고 250만원까지 비과세에 해당한다. ISA는 은행을 통한 신탁형 ISA와 증권회사를 통한 일임형 ISA가 있는데, 신탁형 ISA는 구체적 운용지시에 따라 투자자별로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며 일임형 ISA는 구체적 운용지시 없이도 가입이 가능해 전문가에 의해 표준화된 상품이다.


 ISA 역시 출시 전부터 금융회사 간 계자유치를 위한 과열경쟁을 일으키며 설왕설래하고 있다. 은행권들은 고가의 상품은 물론 자동차, 골드바까지 내걸며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경쟁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전국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는 자체적으로협의체를 구성해 ISA 마케팅 자율 가이드라인까지 내놓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ISA 유치를 위한 고가경품 제공이 도를 넘어가면서 현장 감시를 시행하기로 하자마자 나온 조치다.


건전한 수익률 경쟁해야


지난 2월24일(수)에 열린 ‘ISA 준비상황 점검회의’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ISA에 대해 “저금리·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재산을 조금이라도 늘려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제도”라고 설명하면서 최근 은행의 ISA를 둘러싼 유치고객 늘리기를 위한 외형 경쟁을 비판했다. 임 위원장은 “내실 있는 상품설계와 차별화된 자산관리 등을 통해 고객을 위해 제대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경품행사 등 이벤트보다는 건전한 수익률 경쟁으로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객 유치를 위한 은행권의 경쟁은 ‘불완전판매’를 일으킬 소지가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불완전판매란,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상품의 운용방법, 위험도, 손실가능성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경품으로 시선을 사로잡아 고객을 유치하는 경우 ‘묻지마’ 판매가 될 수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ISA 중 일임형 ISA는 온라인 가입을 허용하여 투자자들이 금융회사에 방문하지 않고도 가입부터 해지까지 전 과정을 온라인상에서 원스톱으로 서비스 받을 수 있다. 편의성은 증진되겠지만 고객들이 주지해야 할 사항을 쉽게 넘길 수 있기에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경품으로 소비자의 눈을 가릴 수도 있다. ISA 일임형은 ISA신탁형과 달리 은행과 금융투자회사가 투자자에게 일임 받은 범위 내에서 운용하므로 원금 소실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은행과 금융투자회사는 투자자에게 이러한 투자손실 위험성을 알려줘야 하지만 고객들이 이 부분을 온라인상에서 제대로 체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은행들의 과당경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당국의 철저한 사전·사후 관리 필요


ISA는 정부의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국민재산 늘리기 프로젝트’의 핵심과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투자자들이 ISA를 활용해 국민들이 재산을 증식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자산관리산업 관련 제도와 정책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은행들의 과당경쟁과 그로 인한 부작용 위험들이 점차 수면으로 떠오르며 ISA가 ‘빚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고 있다. ISA가 은행의 배를 불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금융 당국의 철저한 사전·사후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