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해남완도진도가 지역구인 윤재갑(민주당) 국회의원과 같은 당 소속의 박종부 해남군 의원이 7백여 명의 주민들이 참여한 공식석상에서 거친 설전을 벌여, 이를 지켜보던 지역주민들이 이들을 성토하고 나섰다.
공개석상에서 벌어진 이 같은 설전은 지난 23일, 해남 두륜산 잔디구장에서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3년 만에 재개된 삼산 면민의 날 개막행사에서 윤 의원의 축사로부터 발단이 됐다.
윤 의원은 축사 도중 “대흥사 호국대전이 어떤 곳입니까. 서산대사가 어떤 분이예요. 000 의원이 와서 얘기 합디다. 호국대전을 짓는다는데 어떤 군의원이 군에 쓸 돈도 많은데 쓸데없는 것을 짓는다고....난 누가 그랬는지 물어보지 않았지만 이런 말 때문에 이게 큰일 났어요”라며 누군가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자 이 발언이 자신을 겨냥한 것임을 직감한 박종부 군의원이 자신의 축사 차례가 되자 단상에 올라 “윤재갑 의원님, 누가 그랬는지 분명하게 밝혀주기 바랍니다”라고 했고, 본부석에 앉아있던 윤재갑 의원이 “뭘 밝혀 XX”라고 소리쳤다. 박 의원이 이에 지지 앉고 “공석에서 XX라니...” “누가 그랬는지 분명하게 밝히세요”라며 응수했다.
두 사람 간의 설전이 몇 차례 오고가고, 이어 주민들의 혀 차는 소리와 “남의 잔치에 싸우러 왔느냐”는 성토의 목소리가 뒤섞여 행사장이 엉망이 됐다. 두 정치인은 같은 민주당 소속이자 동향인 화산면 출신이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대흥사 바로 밑에 사찰 소유의 토지에 식당, 여관 등 생긴 지 30년 된 집단시설지구가 있어서 호국대전보다 이를 리모델링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었다”며 “이걸 마치 호국대전 건립 방해 공작을 한 거 아니냐면서, 사찰 측에서 윤재갑 의원한테 보고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의원은 이어 “윤 의원이 저한테 그런 사실 확인을 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아무리 나이가 그래도 공적인 자리에서는 서로 존대를 해야 하는데 지역민들이 1천여 명이나 모인 자리에서 "야 xx", "뭘 밝혀 XX"는 아니지 않냐”고 아쉬워했다.
해남군의회 소속의 한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면민행사장에서 두 사람 간 막말과 같은 고성이 오가는 설전은 너무 민망하다”면서 “행사에 왔으면 축사나 하고 오늘 하루 즐겁게 노시라고 단상에서 내려오면 될 건데 거기서 고성을 지르고 ... 무게를 갖고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일이 이렇게 일파만파 커지게 될 줄은 몰랐던 것 같다”면서 “두 분이 슬기롭게 이번 사안에 대처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M이코노미뉴스 취재팀은 윤재갑 의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직접 국회 의원실을 방문하고, 전화를 통해서라도 인터뷰에 응해줄 것을 재차 요청하였으나 바쁘다며 응하지 않았다.
박석순 더불어민주당 해남지역사무소 사무국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윤재갑 의원이 이유 불문하고 군민들 앞에서 거친 표현을 써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은 송구한 일”이라며 “윤 의원이 당 소속 군의원 등과 상의해서 군민 사과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재갑 의원은 해군 군수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군인 출신 정치인으로, 21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지난해 6월, 농지법 위반 의혹을 산 윤 의원은 “탈당계를 제출한 뒤 수사를 통해 혐의를 벗겠다”는 뜻을 밝힌 뒤 탈당했다가 복당했다.
또 박종부 해남군 의원은 지난 2019년 동료 의원에 대한 막말 파문에 이어 지난 2020년에도 해남군의회 윤리위에서 공개 경고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한편, 대흥사는 의승군(義僧軍)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18년 4월 기공식을 갖고 국비와 지방비 등 총공사비 85억 원 규모로 건축면적 250평, 높이 17.25m의 호국대전 건립사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군비 지원을 놓고 지역 정치권 일부에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자 사찰 측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