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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권두칼럼】바이든 시대, 동아시아의 평화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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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과 혼란의 트럼프 시대를 마감하고 바이든 시대가 열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냈지만, 트럼프가 남겨준 상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미국이 세계 정치의 운전대를 잡은 것은 제2차 세계대전부터다. 아마도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지 않았더라면 미국은 세계 대전 참전을 끝내 주저했을지도 모른다. 미국은 태평양과 대서양 사이의 안전지대에서 자족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립주의’가 전통적 외교 노선이었다. 그러나 운명은 미국으로 하여금 골치 아픈 운전대를 잡게 했다.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었다. 자국 시장을 개방하고 대양에 항모를 보내고 분쟁국에 군대를 파견하는 데는 경제력의 쇠잔과 막대한 군사비 지출, 미국 병사들의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희생을 더 이상 감내하지 않겠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당선됐던 것이다. 트럼프가 패배했지만 투표자의 절반에 가까운 높은 지지율을 얻은 것은 그만큼 미국의 고립주의와 불만층의 강고함을 말해주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떠나기 하루 전까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이 신장 위구르족을 집단학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중국 정부를 맹공했다. 바이든 정부도 트럼프 정부의 대중 견제 정책의 틀은 계승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한국은 난수표를 놓고 풀어내야 하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파격적인 대화라도 시도한 바 있는데 바이든 정부의 대북 관계가 결코 밝지 않다. 한국은 북한과 중국이라는 두 개의 변수로 대미 관계를 풀어야 하는 난제를 맞이하고 있다고 하겠다.

 

미·중 관계를 놓고 분석하고 있는 작금의 주장들을 보면 한결같이 ‘패권론’이다. 전형적인 정치·군사 우위론이고 과학기술력과 경제력도 모두 국력으로 환치하여 ‘누가 더 강한가?’, 군사력을 비교하고 가상 작전을 그럴듯하게 분석해보는 식이다. 미소 냉전을 되돌아보면 미국이 소련을 완전히 굴복시켰다고 해도 러시아에 민주주의를 이식 시키기는 데는 실패했다. 다시 말해 정치·외교·경제면에서 소비에트 연방을 무너뜨렸으나 현재의 러시아는 제정러시아 체제와 별반 다를 바 없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 압박을 보면 냉전시대 소련을 다루던 ‘봉쇄(Containment)’ 방식을 연상케 한다. 일본과 호주와 인도와 대만과 손잡고 동남아시아와 한국을 참여 시켜 중국을 고립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런 낌새가 보이자 진작부터 중국과 러시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군사력을 더욱 키우고 작전 지도를 펼쳐놓고 긴장 수위를 높일 일만 남은 셈이다.

 

미국은 냉전시대의 교훈을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감히 주장하고자 한다. 미국의 압박이 거셀수록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독재체제는 더욱 공고해진다는 교훈이다. 미국이 냉전에서 승리한 듯했지만 러시아의 독재체제와 군사력은 여전하며 최근 들어 오히려 러시아 패권주의를 주변국에 행사하고 있다.

 

한국의 민주화는 미국과 일본, 유럽의 정치인과 NGO, 언론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으나 주도자는 어디까지나 내부에서 양육된 민주화 세력이었고 이들을 지지하는 국민이었다. 미국이 바라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실현은 내부 민주화 세력의 성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본다.

 

러시아에선 푸틴에 정면으로 대적하는 나발니 등 민주화 인사들이 존재하고 있다. 중국은 그나마 자유로운 의사 개진이 가능했던 홍콩을 본토 법으로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홍콩 민주화를 주도했던 정치인과 운동 주모자들을 체포하며 씨를 말리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같은 체제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민주화 체제로 서서히 자리를 잡으면 다른 쪽에도 영향을 주게 돼 있다.

 

두 나라를 한꺼번에 상대하면 서로 결속한다. 바이든 정부는 먼저 러시아의 민주화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 대한 민주화 정책은 최대한 간접적으로 하는 방식이 현명하다. 중국은 외세 간섭에 대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섣불리 압박하면 내부 결속력만 높이고 독재체제의 정당성을 강화시켜주게 된다.

 

올해 중국 경제가 코로나 통제에 힘입어 7% 이상 고성장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무리 내수 시장이 크다고 해도 세계가 여전히 코로나로 신음하고 있는데 고성장 전망이 의심스럽지만 경제 성적표가 가장 좋으리라는 데는 동의한다. 중국의 현 체제의 아킬레스건은 ‘경제 성장’에 있다고 본다. 독재 체제의 가장 두려운 적은 사실 ‘경제 성장’으로 인한 국민들의 자연스러운 변화 요구이다. 경제가 나빠지면 오히려 독재의 유혹이 다가온다. 독재 체제는 경제 성장이 최고조로 달하고 서서히 꺾어지는 시기에 어떤 극적인 사건을 통해 폭발하는 것 같다.

 

바이든 정부에게 물론 군사적 수단을 그만두라는 건 절대로 아니다. 그것도 필요하되 이른바 ‘문화적 수단’에 더 치중하라고 권하고자 한다. ‘우리의 대북정책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을 지속하되 평화 공세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북 정책에 대해 서만큼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내심에 공감한다. ‘시간’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편이므로 서두를 게 전혀 없다. 독재 체제의 정당성은 아무리 양보해도 21세기에는 시대착오적이지 않은가, 그것은 ‘시간’에 의해 색칠이 벗겨지듯이 부스러지고 말 것이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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