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신흥국들의 주가와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어 신흥국 디폴트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신흥국들의 이러한 금융위기가 신흥국 선두주자인 우리나라에 끼칠 영향은 크지 않고 만약 중국과 신흥국에 함께 금융위기가 오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 타격을 주지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신흥국들의 금융 위기를 두고 아시아 외환위기나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링깃, 인도네시아 루피아, 태국 바트화 가치가 올 들어 많게는 20%가량 하락했고 9월에는 낙폭이 더 커지기는 했지만 1997년 당시 태국 바트화는 148%,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무려 556%나 하락했던 것과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낙폭이 크지 않아서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또 신흥국들의 단기외채 상환능력도 외환위기 때보다 3~5배 향상됐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그러나 중국발 경제쇼크가 세계금융위기를 가져올 가능성은 크지 않은 반면 아시아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신흥국들이 안심하기에는 이른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위기의 원인
최근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중국 경기둔화 우려, 원자재 가격 하락 등 트리플 쇼크로 인해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위기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 예상에 따라 아시아 신흥국에서의 투자자금 유출 우려, 최근 중국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해 아시아 신흥국 경기 부진 우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해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악화 등으로 인해 특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 트리플 쇼크에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트리플 쇼크에 노출되어 있는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위기 이후 유입되었던 투자 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경우 지난 1997년과 같은 아시아 외환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 정대희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도 신흥국 디폴트 원인이 중국 경제 침체의 영향과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에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는 자원수출국들은 중국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 그 영향을 받는다. 또 9월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신흥국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면서 시장의 기대감과도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수출입관계에 있어서 신흥국과 연관성이 높지 않아서 신흥국 위기가 온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과 신흥국이 함께 위기를 겪게 된다면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내놨다.
특히 국내 가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매우 높아 국민경제에 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이 또한 가계부채위기가 오려면 가계가 부채를 못 갚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야 하므로 아직까지 위기를 우려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취약한 기업과 금융기관 중 신흥국에 많이 투자한 금융기관에는 어려움이 생길 수 있지만 국민경제에 큰 타격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현재는 괄목할만한 성장세로 한국경제를 맹추격해 오던 중국도 경제성장률이 7%대에서 6%대로 하향조정됐다. 중국은 그동안 도시개발에 많은 투자를했다. 이로 인해 경제적인 부담이 경제성장률 하향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중국경제가 미국경제와 비교해 기초체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부실기업과 부실가계를 정리했고 갑자기 전쟁이나 혁명과 같은 이례적인 사건이 터지거나 시스템상의 문제가 갑자기 발생하지 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 “아직까지 그런 시그널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내경기 완만한 회복세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1.50%)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미국 금리인상이나 아시아 신흥국의 금융위기가 국내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유로지역에서도 개선 움직임이 이어진 반면, 중국 등 신흥시장국의 성장세는 계속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세계경제는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금융·외환시장불안 및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국제금융 시장의 변동성 증대, 신흥시장국의 성장세 약화 등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중국 금융·외환시장 불안 등으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유출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은 상승했다. 현재 우리나라 경기는 완만한 회복세로 보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국내 경제는 긍정적인 신호와 부정적인 신호가 같이 나타나고 있는데 수출이 부진하지만 소비와 투자 등 내수는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그러나 최근 3개월간 10조원 규모의 외국인자금이 감소하면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러한 외국인 자금 유출은 대외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국제 포트폴리오 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크고 외환보유액도 상당규모에 이른다. 또한 은행의 외환건전성이 양호한 측면 등을 볼 때 선진국 자금 흐름 과정에서도 우리나라는 다른 신흥국과 차별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미국 금리인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충분히 시그널이 있었고 그 영향에 대해서도 국내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 금리인상이 갑자기 온 것이 아니라 예고된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 선 반영된 측면이 있고,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속도는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얘기다. 더불어 우리나라 기초건전성이 양호한 편이므로 미국 금리인상 충격은 다른 신흥국 보다는 제한적이고 차별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트리플 딥 우려 크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중국 경제의 금융 및 실물불안이 확산되면서 한국 경제에는 미국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중국 경제위기의 세 번의 충격으로 트리플딥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경제성장률과 경기지수가 두 번의 저점을 형성하고 회복 국면으로 진입했지만 최근에들어 재차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트리플딥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트리플딥은 단기간 내 경기 저점이 세 번 발생하는 것인데 통상 경기 저점에서의 일반적인 전환점의 모습은 저점이 한 번 형성되고 경기가 침체 국면에서 회복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것이다. 그러나 통제 불가능한 대내외 위기가 발생할 경우 회복 국면으로 진입하다가 다시 하락하여 경기 저점을 형성하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그동안 미국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두 번의 경기 저점이 만들어지는 더블딥이 가장 유력했지만 최근 중국 발 경제위기가 고조되면서 경기 저점이 추가되는 트리플딥의 가능성이 점증되고 있다는 게 현대경제 연구원의 설명이다.
미국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경제성장률과 경기지수가 두 번의 저점을 형성하고 회복 국면으로 진입했지만 최근에 들어 재차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트리플딥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됐다. 유럽재정위기 이후 반등했던 경제성장률이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최근 경제성장률은 2% 내외 수준에 불과한 모습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14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3.9%에서 2015년 2분기에 2.2%로 급격한 하락세를 기록했다. 또 최근 경기 동행지수가 하락세를 보이며 기준치인 100을 하회하는 가운데 경기 선행지수도 하락 추세로 반전했다.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15년 초 기준치인 100을 소폭상회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2015년 5월 이후 기준치를 하회했다. 경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14년 하반기 이후 상승 추세가 이어졌으나 2015년 6월 하락세로 반전했다. 기존 지수의 추세에서는 선행지수가 상승하면 동행지수가 일정한 시점차를 두고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현재 동행지수는 상승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현대경제연구원의 설명이다. 지난 2007년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 추세를 보이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5년 상반기에는 성장률이 7%에 그쳤는데 성장의 내용을 보면 순수출의기여도가 미약한 가운데 소비와 투자의 내수 기여도도 과거에 비해 축소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에 대한 시각은 점차 부정적인 방향이 되어가고 있다.
주요 국제기구와 투자기관들은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으며 향후에도 추가적인 하향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라는게 현대경제연구원의 판단이다. 한국의 대 중국 수출의존도는 2001년 이후 급증해 현재 총수출의 30.1%에 이르는 만큼 중국경제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수출의 중국의존도는 아시아를 통한 경로를 고려할 때 더욱 커지는데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의 대 중국 수출비중은 약 20.3%를 차지하고 있어서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한국이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중국을 제외한 대 아시아 수출의존도는 약 26.4%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에 중국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1차적으로 위기가 올 수 있고 이러한 경우 직접적인 위험에 노출되는 한국경제의 수출 범위는 56.5%에 달한다. 정대희 연구위원은 국내경제에 트리플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그런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 신용등급 상향조정
미국 금리인상 전망, 중국 경기둔화 우려와 이에 따른 신흥시장 불안으로 인해 대다수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신용평가기관 S&P는 지난 9월15일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A-(등급은 안정적)으로 상향조정한다고 발표했다. S&P측은 등급상향의 요인으로 우호적인 정책 환경, 견고한 재정상황, 우수한 대외건전성(순 채권국)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향후 3〜5년 동안 대다수의 선진국에 비해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S&P측은 한국의 1인당 실질 GDP성장률을 연 3%로 추산하며, 1인당평균 GDP의 경우 오는 2018년에는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추정했다. 참고로 2015년 1인당 평균GDP는 2.7만 달러로 추정된다.
한국경제는 특정수출시장 또는 산업에 의존하지 않는 다변화된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올해 수출이 부진했으나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통합재정수지가 지난 2000년 이후로 대체로 흑자를 기록해왔다. 순 정부부채도 2015년 기준 GDP의 20%를 소폭 상회하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정부 및 금융권이 보유한 대외유동자산이 총 대외채무를 초과하는 금액규모가 지난 2014년 경상계정수입의 21% 수준에서 2015년 30%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순 대외채무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은 순 채권국으로, 순 채권금액은 올해 경상계정수입의 21%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국내 은행권의 순 대외채무가 경상계 정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07년 24%에서 2014년에 0%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은행권의 대외채무의 평균 만기 또한 길어졌으며 총 단기외채가 경상수입계정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S&P측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이라고 평가한 것에 대해 한국의 신용지표가 향후 2년간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견해에 기반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정부도 금번 신용등급 상승은 양호한 대외건전성을 바탕으로 세계경제 둔화 속에서도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성과를 S&P측이 높이 평가한 결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면서 S&P가 그간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를 상당히 중요시해왔던 점을 감안할 때, 최근 남북 간 합의에 힘입은 한반도의 긴장 완화도 금번 등급상승의 중요한 배경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국가신용등급 상승이 국내 금융기관·공기업 등의 신용등급 상승으로도 이어져 해외차입비용 감소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기둔화와 같은 리스크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시장불안이 가시화되더라도 해외투자자들에게 여타 신흥국과 명확히 차별화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 한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자본유출입, 주요 대외건전성 지표 등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은 비관적이지 않아
경제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보면 한국경제에 위기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경제 회복세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한국경제 역시 회복할 가능성이 있고 국제신용평가기관의 판단 역시 한국경제에 청신호를 주고 있다. 물론 일부 업종의 부실화 우려와 가계부채 증가, 실물경제 둔화 등 국내경제에 산적한 고민거리들이 많지만 아직은 비관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내려 볼 수 있다. 다만, 오랫동안 2,000대를 넘어서 있던 코스피가 1,900, 1,800대로 내려왔다가 1,900선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한국경제의 회복세는 과거 성장기와 달리 하향안정세에 만족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MeCONOMY Magazine October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