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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막을 수 없다면...「제7편」

- 소도시 농촌에 터를 잡는 일본의 스타일리스트(stylist)들

 

인구 24만6천명인 일본의 과학계획도시 이바라키 현의 쓰쿠바(筑波)시, 이 도시 주변에는 우리나라의 읍면 중심지와 비슷한 주변 시가지(市街地)가 8곳이 있다. 최근 들어 이곳으로 대도시에서 직장생활을 그만둔 청년, 중년층의 이주가 늘어나고 있다. 저 출산, 고령화를 의식하지 않는 이들은 도시 농촌에 터를 잡고 오로지 자신의 꿈을 펼치며 자기 스타일로 살아가는 「쓰쿠바 스타일리스트」들, 이들은 왜 일본의 700여개 도시가운데 쓰쿠바의 도시농촌을 택한 것일까?

 

수도권 인구 집중과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일본의 고민

 

일본은 어느 도시를 가던 바늘하나 들어갈 틈이 없는 완벽한 빌딩에다 깔끔하게 정리정돈 된 거리를 만나게 된다. 또한, 지방 중소도시를 생활거점으로 삼는 농촌지역이 전반적으로 조용하긴 해도 도시 못지않은 생활환경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나는 “일본이 선진국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갑자기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날 때가 있다. 물론 10년 전부터 일본 열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인구감소라든가 지방소멸 위기가 피부로 느껴지지만 말이다.

 

도쿄 아키하바라역에서 시속 130km로 달리는 쓰쿠바(筑波)행 급행을 타고 쓰쿠바시로 가는 동안 차창 밖으로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도쿄 수도권의 정제(整齊)된 중소 위성 도시와 전원 풍경을 보면서, 나는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인천, 경기도 전체가 서울과 이어져 지역 경계선이 없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모여 살고 있는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도쿄도와 주변 6개현을 포괄하는 일본 수도권에는 우리나라 인구에 육박하는 4천4백만 명이 모여 살고 있다. 이처럼 일본 역시 수도권과 대도시권역을 제외한 지방은 출생률은 고사하고 노령화가 심각해 10년 전부터 지방소멸 위기의 경종이 울렸고, 이를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실정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본의 지금 고민은 무엇일까?

 

 

수도권 인구 분산의 1등 공신, 「쓰쿠바 익스프레스」

 

도쿄를 출발한 쓰쿠바 익스프레스는 45분 만에 종점인 쓰쿠바시 역에 도착했다. 쓰쿠바시는 수도권인 이바라키현(茨城縣)에 속해 있다. 1960년대 일본정부가 이공계 연구개발 활성화와 인적자원 개발을 위해 계획적으로 건설한 쓰쿠바시는 지난 2005년에 도쿄와 쓰쿠바를 연결하는 「쓰쿠바 익스프레스」가 개통되면서부터 인구가 늘기 시작했다. 현재 24만6천여 명으로 도쿄 수도권 가운데 살기 좋은 지역 조사에서 랭킹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쓰쿠바 역시 도심을 제외한 지역에선 인구가 줄고, 빈집도 생기고 있다. 쓰쿠바의 인구는 주로 쓰쿠바 익스프레스 연선(沿線, 선로를 따라 있는 땅)과 역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쓰쿠바시와 합병한 8개 주변지역(우리나라의 읍, 면지역에 해당)에선 혼자사는 고령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인구밀도가 떨어지고 있다. 다만 쓰쿠바 시내의 고령화율은 전국평균보다 낮기 때문에 쓰쿠바시는 앞으로 가족의 유입을 유도해 출생률 향상을 도모하는 동시에 고령자에 대한 복지를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쓰쿠바시는, 시민들의 유대(紐帶)를 힘으로 미래를 창조하는 이 지역의 강점을 살리면서 인구절벽에 맞서 2048년에 약 29만 명의 인구가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쓰쿠바시 홍보전략과 이시가키 순스케(石垣俊介) 과장보좌역이 먼저 말을 꺼냈다. 쓰쿠바 시청 3층 주택정책과 회의실에는 순스케 보좌역 외에도 다나카 마시시(田中聖史) 주택정책과장, 야나기타 야스오(柳田安生) 빈집대책계장, 홍보전략과 사카이 켄스케(酒井謙介) 참사가 참석했다.

 

골프장을 개방해 특산물 시장을 열고 잔디에서 놀다

 

이들은 쓰쿠바시의 인구를 늘리고, 쓰쿠바 시 주변지역의 인구밀도를 높이기 위해 3년 전부터 실시했다는 「쓰쿠바 Rezone8」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쓰쿠바시와 합병하기 전, 그러니까 정(町)촌(村)이었던 8개 지역 〔통칭 R8이라고 부름. 호조(北條), 오다(小田), 오초네(大曾根), 요시누마(吉沼), 카미고(上鄕), 사카에(榮), 야타베(谷田部), 다카미하라(高見原)〕을 번창 하게 만들자는 캠페인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모사업으로 선정해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 2020년의 경우 「지역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일」 「돈벌이가 되는 지역 만들기」란 2개 주제를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공모해서 5가지 프로젝트를 선정했는데 이 중 하나가 쓰쿠바 국제 컨트리클럽의 개방이었다. 골프장에서 지역특산물 시장을 열고 잔디밭에서 놀고 걷는, 「하늘 잔디밭에서 놀자!」 라는 행사로 쓰쿠바의 먹거리와 농업, 자연의 매력을 성공적으로 외부에 보여줬다.

 

이에 대해 다나카 마시시 주택정책과장은 “지역의 민간 의사결정권자 스스로 생각해서 도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행사건 지역 주민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를 집행할 능력을 키워,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며, “지역 스스로 자생력을 키워야지, 도시를 자극해 도심 외곽 농촌지역으로 인구를 이동시킨다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했다.

 

지역 주민 스스로 낸 아이디어를 집행하고 결과에 책임을 진다

 

그는 “쓰쿠바시 인구가 지난 4년간 만4천여 명이 더 늘어난 데에는 쓰쿠바 익스프레스가 개통되고 단독주택 수요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라고 귀띔 했다. 도쿄중심지까지 45분 만에 출퇴근이 가능한 쓰쿠바시 역세권에서는 우리나라 돈 5억 원이면 토지를 사서 단독주택을 지을 수가 있고, 역에서 떨어진 곳에서는 땅값과 건축비를 포함해 3억 원이면 가능하다. 다만 쓰쿠바역 근처 목이 좋은 곳은 10억 원 정도로 올랐다.

 

야나기타 야스오 빈집대책계장은 “올 들어 쓰쿠바시에서만 1,300여 채의 빈집이 생겼다,”며 “이 가운데 6백여 채는 지붕이 무너지고 기둥이 기울어 관리가 되지 않고 있으나, 나머지 빈집은 한국에서처럼 원하는 사람들이 직접 수리하여 살게 하고 있다.”고 했다. 빈집에 살 경우 주택회사에 수리비를 보조해 주고 있는데, “10년 전부터 UR(Urban Renaissance, 우리나라의 LH와 유사한 기관)은 쓰쿠바 스타일이라는 주택을 브랜딩해 이런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홍보를 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사람들로 하여금 조금 더 자연 속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것이다.

 

 

도심 외곽으로 이주해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쓰쿠바 스타일」

 

그때 사카이 겐스케 홍보전략과 참사가 시청이 발행한 「쓰쿠바 스타일 craft」 란 라이프 스타일 잡지를 보여주면서 최근, 도시 농촌에 터를 잡고 오로지 자신의 꿈을 펼치며 자기 스타일로 살아가려는, 「쓰쿠바 스타일리스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잡지에 소개된 쓰쿠바 스타일리스트들은 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이 직접 지은 농산물로 만든 음식이나 빵을 만들고, 카페를 운영하는 청장년들이었다. 건강카페를 운영하는 이케다 히로에씨의 경우 전직 디자이너로 쓰쿠바시로 U턴해 지은 자기 집과 점포에서 자신이 직접 키운 유기농 농산물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쓰쿠바 산에서 흐르는 맑은 물로 빚은 일본전통주와 수제 맥주, 쓰쿠바 고유의 흙을 이용한 와인 등 마을 술 만들기 사업을 쓰쿠바시가 적극 권장하고 나서면서 양조사업에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잡지의 표지에 쓰여있는 “자연이 넘치는 환경, 풍부한 식재료, 활기찬 공동체....자기다움을 드러내는 거리, 이주(移住)해 「만들어 나가자」”는 표제는 마치 인구감소, 지방소멸을 의식하지 말고, 전원(田園)도시 쓰쿠바 외곽지역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펼쳐 보라고 젊은이를 부르는 듯 했다.

 

 

1872년 일본제국 최초의 사범학교로 설립된 도쿄사범학교의 후신인 쓰쿠바대학은 심리학과, 사범대와 이공계, 체육계가 유명하다. 쓰쿠바 대학캠퍼스는 총 83만평으로 단일 캠퍼스로는 일본에서 2번째로 큰 면적이다. 교정의 아름드리나무들이 막 단풍으로 물들고 있었다. 일본의 사회과 교과서의 공동 집필자인 이 대학의 카라키 키요시(唐木淸志) 교수에게 물었다.

 

꼭 도시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 인식의 전환기를 맞은 지방소멸

 

“일본의 지방소멸 재생은 성공한 것입니까? 실패한 것인가요?”

“저는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성공했다고도 생각하지 않고요. 다만 좋은 방향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과거에 비해 사람들이 도쿄에서 반드시 살아야겠다는 인식이 줄어들었습니다. 지방에서 생활하더라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하게 그리고 넉넉하게 살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특히 코로나 이후에는 도쿄와 같이 대도시에서는 감염확률이 높았고, 범죄 측면에서도 도시에 사는 것보다 지방에 사는 것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커졌습니다. 요즘엔 한국에서 말하는 재택근무라는 분위기도 형성되었기 때문에 꼭 도시에서 살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이죠.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인구정책과 지방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쓰쿠바시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숲도 많고, 자연이 넘치는 환경이지요. 거기다가 땅값도 싸서 집을 직접 지을 수도 있어서 좋습니다. 교육환경도 이만하면 완벽에 가깝고, 생활하기에도 편합니다. 굳이 도쿄에 가서 살 이유가 없게 하는 곳입니다.”

 

큰 키에 얼굴의 이목구비가 영화배우처럼 또렷한 카라키 키요시 교수는 “그게 바로 쯔쿠바 스타일이냐?”는 내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듯 했다. 교정에는 여러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이들을 보다가 문득 우리나라 국토균형발전과 지방소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행안부가 추진하는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 중기부의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 사업」, 문체부의 「문화도시 사업」, 국토부의 「도시재생 사업」이 떠올랐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그런 사업도 필요하겠지만 이제부터는 지역인재를 키우고, 지역민 스스로 그들만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각자가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자생력을 키워주는 사업을 펼쳐야 하지 않을까? 쓰쿠바 스타일처럼 우리나라도 각각의 지방 스타일이 만들어져 ‘나를 드러내 보이는 거리와 마을’이 늘어날 때,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되고 인구감소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