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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비싼 세금과 생활비 피해, 테네시주의 소도시 찾는 통근족들

세계 각국의 농어산촌 경제 정보 [제2편]

수도권의 집값은 서울 광화문까지 걸리는 시간과 교통편에 따라 정해지는 경향이 있고, 땅값 역시 서울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에 달려 있다. 한 시간이 걸리는 거리는 평당 얼마, 한 시간 반은 평당 얼마라는 식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보다 국토 면적이 98배인 미국은 어떨까? 최근 New York Times 보도(2022년, 2월 18일 자)에 따르면, 미국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주택비가 싼 테네시 주의 소읍으로 대도시의 인구가 이주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인들의 소읍 U턴 인구 증가는 일시적인가? 아니면 지속적인 소읍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테네시주 현장의 르포 기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테네시주 어퍼 컴벌랜드(Upper Cumberland) 지역에 있는 인구 920명의 작은 마을, 게인스보로(Gainesboro)에 가보면 번영을 시사할 여지가 있는 건 많지 않아 보인다. 거의 7가구 중 한 가구는 비어 있고 주민의 4 분의 1은 가난하게 살고 있다. 그러나 잭슨 카운티(Jackson County) 청사의 집무실에서 랜디 헤디(Randy Heady) 시장은 풍성한 자기 고장 자랑 하나를 대략 설명했다.  그는 “지난 회계연도에 판매 수익과 숙박세(occupancy taxes)가 거의 두 배로 늘었으며 올해는 추가로 20%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판매 수익이 오르고 숙박세, 주류세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지 사람들은 이렇게 카운티로 모여들고 있다”면서 “그들이 다른 주(州)의 카운티로 옮기는 이유는 높은 세금을 피해서이지요.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 뉴욕과 뉴저지에서 오는 겁니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경제학자들 역시 “미국의 이런 시골 지역이 뒤처지고 있다”며 걱정하는 목소리를 오랫동안 내고 있었다. 


한때 이 지역 경제의 중심을 이뤘던 직물산업은 1990년대에 마지막 직물 기업이 떠남으로써 끝났다. 애팔래치아지역 위원회(Appalachian Regional Commission)는 잭슨 카운티 (Jackson County)와 어퍼 컴벌랜드(Upper Cumberland)의 다른 몇몇 지역을 “(경제적으로) 재해를 당한 지역” 혹은 “위험에 처한 지역”이라고 간주했다. 그러나 아주 단순한 경제적 명제 -이를테면, 매력적인데도 비용이 싸게 든다는- 것에 기반한 신참자(新參者)들이 이 지역의 작은 경제에 붐을 일으키는 연료 역할을 하고 있다.

 

잭슨 카운티에 사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가계(家計)의 연 수입은 32,207달러로, 미국 전체 평균 수입의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볼 때 생활비가 적게 들어가서 이 지역 주민들은 자기 몸무게 이상의 펀치를 날리고 있었다. 몇몇 지역형 사업은 이전보다 더 잘 돌아가고 있다.  캐럴 애브니(Carol Abney)는 게인즈보로(Gainesboro)에서 북쪽으로 약 30분 거리인 클레이 카운티(Clay County)의 셀리나(Celina)에 있는 남편의 자동차 정비업소에서 지금까지 계속 인터넷 기반의 회계 사무실을 운영해 오고 있는데 고객이 250명이나 된다. 

 

“저는 호황입니다.”


그녀가 말했다. 좋은 시절이란 늘 깨지긴 쉬운 것이긴 하지만, 이 지역의 확연한 변화는 쇠퇴하고 있다고 끊임 없이 거론되는 다른 시골 지역이 살아나갈 수 있는 하나의 길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카운티는 지난 5년간 점진적으로 성장해 오곤 있긴 하지만, 사실은 지난 2년여 동안 크게 성장해 왔다고 봐야 한다” 고 어퍼 컴벌랜드(Upper Cumberland) 지역에서 인구가 가 장 많은 퍼트남 카운티(Putnam County)의 랜디 포터(Randy Porter) 시장이 말했다. 


어퍼 컴벌래드 지역은 몇 가지 유리한 점을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 여름철 사냥꾼과 낚시꾼들이 이곳을 찾아 주었고, 강과 호수, 그리고 산 중턱의 조용한 장소에서 정착하고자 하는 은퇴자들이 모여들었다.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인 쿠커빌(Cookerville)은 테네시 공과대학(Tennessee Technological University)의 발상지로, 학생 수만 약 만 명이다. 

 

 

대도시 하위층보다 소읍의 상위층 선호 


쿠커빌을 중심으로 한 이 지역의 제조업 일자리는 1990년에서 2010년까지 거의 반 토막이 났다가, 이후 조금 반등했다. 코로나 펜데믹 이전에 쿠커빌에 있는 일자리는 14,000개가 넘었다. 이 숫자는 어퍼 컴벌랜드 지역 전체 고용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그래서 실업률은 3.5%로, 아마 미국 평균보다 낮을 것이다. 그러나 헤디(Heady) 시장과 다른 카운티 시장들이 바라는 것은, 그런 관광객이나 은퇴자들이 들어와 정착하는 것 말고 이들 지역이 외지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는 또 다른 동력이 생겨나길 희망한다.

 

바로 대도시의 생활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근로자들의 탈출이다. 이 지역은 테네시 주의 주도(州都)인 내슈빌(Nashville)로부터 차로 약 1시 간 반 거리다. 이를 감안(勘案)하면 통근 하기에 불합리하지 않다. 그러니 이들은 새로운 거주자들이 더 먼 지방에서 찾아와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통근이 가능한 지역에 들어 있는 8개 카운티에서 약 22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나머지 카운티에서 이주해 왔기 때문에 주민 수가 거의 15,000명이 더 증가했다. 2020년 한 해 동안 2,692 명이 늘어남으로써, 8개 카운티를 인구 증가 지역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헤디(Heady) 시장과 포터(Porter) 시장은 “코로 나 펜데믹은 이 추세를 가속화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근로자들에게 복잡하고 비싼 도시의 중심지를 떠나 통근할 수 있는 지역으로 이주를 권유했던 것이 딱 들어 맞은 것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경제학자인 레베카 다이아몬드(Rebecca Diamond)와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 경제학자인 엔리코 모레티(Enrico Moretti)의 연구는 통근 지역이 왜 매력이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대학 졸업장이 없는 근로자의 경우 쿡빌(Cookeville)에서 통근할 수 있는 지역 내에서의 수입은 적다- 그들의 수입은 미국 전역에 걸쳐 존재하는 100여 개의 소도시 거주 통근 지역 가운데 가장 가난한 10%의 가구(家口)에 속한다. 그러나 지역 생활비를 고려해 보면, 이들의 구매력은 상위 10% 가구로 올라선다. 그러니까 테네시주의 더 큰 도시 이를테면, 내슈빌(Nashville)이나 녹스빌(Knoxville)에서 사는 것보다 더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학력 근로자들이라고 해서 대도시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쿡빌 통근 지역에서 받는 임금보다 뉴욕에서 근무하면 더 높은 임금을 받는다. 실제로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 큰 도시에서 일하게 되면 교육을 덜 받은 그들의 동료들 보다 고액의 임금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위 연구에 따르면 임금을 더 받아 봤자 더 높은 생활비로 프리미엄 임금의 효과가 상쇄 돼 버린다. 

 

 

소읍의 주택가격, 대도시의 4분의 1에서 6분의 1


그 이유는 주로 주택 가격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쿡빌의 대표적인 주택 가격은 온라인 부동산 시장인 질로(Zillow)에 따르면, 217,303달러였다. 이 가격은 LA의 평균 집값보다 4 분의 1에 해당하며 샌프란시스코 집값의 6분의 1이다. 잭슨 카운티(Jackson County)와 같은 경우 평균 주택임대료는 월 548달러다. 주거비는 도시화된 미국의 경우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UC 버클리의 경제학자인 제시 로스스타인(Jesse Rothstein) 은 “만약 당신이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높여주겠다고 한다면 대도시를 떠나라고 하지, 대도시로 이사 가야 한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와 시골이 공존하는 지역에서 일자리의 변화’를 연구해 온 MIT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토(David Autor)는 “‘젊은 남자 혹은 여자’가 도시로 간다는 개념은 사실과 다르다”는 말에 동의했다.

 

사람들은 이런 것을 눈치채고 있다. 실제로 2020 년에 LA로 이사 온 다른 지역 사람들과 비교해 1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반대로 LA를 떠났다. 뉴욕시의 경우 15만 명이 감소했다. 캐시(Cassie)와 피트 케슬러(Pete Kessler)는 어커 컴벌랜드 (Upper Cumberland) 지역의 게인즈버러(Gainesboro)에서 더 좋아질 미래를 엿보라고 제안한다. 이들 커플은 플로리다 주 클리어워터(Clearwater)로부터 왔다. 그녀는 술집에서 일했고, 그는 해변이 보이는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했다. 이들은 테네시주 출신의 단골손님이 준 힌트를 듣고서 이곳에서 기회를 잡아보기로 했다.

 

2020년 7월, 이들은 게인즈보로에 Stolen Coin Oyster Bar & Bistro를 열었다. 이들은 루이지애나식의 변형된 메뉴를 내고 있다. 케이즌 크리욜(Cajun Creole; 케이즌은 프랑스인의 후손으로 프랑스 고어인 케이즌 어를 쓰는 루이지애나주 사람, 크리욜은 유럽과 흑인의 혼혈을 뜻함) 소시지에 신선한 굴이나, 혹은 굽거나 튀긴 굴과 함께 새우와 안두이(andouille; 양념 맛이 강한 돼지고기 소시지)를 곁들인 전채요리와 피칸(pecan, 견과류의 일종) 을 얹은 연어를 주요리로 내놓고 있다.

 

이 지역에서 볼 때는 그다지 표준적인 가격의 메뉴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장사를 잘하고 있다. 그녀는 “2021년에 685,000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경쟁자가 없어서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그들이 운영하는 식당보다 더 화려한 ‘Bull and Thistle(영국 스타일의 술집)’이 몇 달 전에 같은 블록에서 오픈했다. 이보다 앞서 ‘12 Degrees Tavern’이라는 식당이 들어섰다. 그리고 새로운 멕시코 식당이 ‘Marathon’ 주유소 옆에 생겼고, 이 곳에서 한 블록 너머에는 ‘Roaring River Distillery(양조장이 라는 뜻)’가 11월에 문을 열었다. 

 

헤디 시장은 “2018년에 우리가 갈 수 있는 레스토랑은 Faye’s Cafe가 유일했지요. 시골풍의 아침 식사를 팔았습니다”라고 시장이 말했다. 케슬러 씨 부부는 매우 미래를 낙관했기 때문에 첫해 수익의 상당액을 쏟아 부어 2층을 ‘밀주판매소’처럼 만들었다. 그들은 Stolen Coin이 한 달 임대료로 800달러를 내고 세 들어 있는 건물을 아예 사버릴까 해서, 지금 54,000 달러 수준에서 흥정을 진행하고 있다. 

 

 

소읍 경제 성장, 미래는 여전히 미지수


그러나 이 지역에 싹트기 시작한 번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가의 여부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잭슨(Jackson) 과 퍼트남 카운티(Putnam County)의 재정을 채워주는 성장은 부분적이긴 하지만, 2020년과 2021년에 의회를 통과한 수조 달러의 구제금융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구제 지원금의 약발이 대체로 끝나가고 있다. 또한, 원격 재택근무가 어퍼 컴벌랜드 지역에 가져오게 될 변화가 얼마나 크고 영구적일지 불분명하다. 이전에 다른 사람들이 이 지역에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며 베팅한 적이 있었다.

 

1990년대, 플로리다주 Keys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하던 한 남자가 이 지역이 침체에서 반등(反騰)할 것이니,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게인즈보로에 있는 건물 여러 채를 샀다. 

헤디 시장은 “그는 건물의 진가가 알려질 것이라 했었어요. 그러니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팔려고 하질 않았지요. 그러나 그가 바라던 가격 상승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지요”라고 말했다. 그런 걸 보면 그 당시에 시간이 더디 갔었던 게 아닐까. 안타깝게도 그 남자는 1월에 사망했다.

 

또 다른 궁금증도 생긴다. 만약 이렇게 이 지역 경제가 원래대로 되돌아가는 상황이 오래가면 어떤 일이 생길까? 퍼트남 카운티(Putnam County) 시장인 포터(Porter) 씨는 “인구 증가에 어떻게 맞춰 갈 수 있는가, 이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면서, “우리가 지금의 성장 속도로 성장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거지요”라고 말했다. 2014년 그가 취임한 이래, 자신의 카운티는 새로운 세 번째의 학교 건물을 올 여름에 짓기 시작할 것이다. 외지 사람들이 싼 값에 나온 부동산을 사재기하는 측면도 없진 않다. 

 

 

미국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1위 기업인 Zillow에 따르면, 쿡빌의 평균 주택 가격은 2016년 말부터 60% 이상 상승했다. 이는 전국 상승분 30%보다 2배이며, 뉴욕, LA, 그리고 시카고의 증가세를 크게 능가한다. 포터 시장은 쿡빌에 있는 16 개의 집이 매물로 나왔는데, 심지어 부르는 값을 전부 내겠다고 하고도 사지 못한 이 지역에 사는 신혼부부의 사례를  들려줬다. 새로운 거주자들이 유입됨으로써 도시화 된 다른 미국의 지역보다 백인들이 더 모이고 보수화되는 변화를 이곳 공동사회에 몰고 오는 듯했다.

 

퍼트남 카운티(Putnam County)의 주민 80% 이상이 백인이고 히스패닉(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라틴 아메리카 계통 주민)은 없다. 도널드 트럼프는 2020년 선거에서 이 카운티 투표에서 71%를 얻었다. 잭슨 카운티는 더욱더 이런 방향으로 왜곡되고 있다. Stolen Coin 식당 주방에서 케슬러 씨의 오른팔 노릇을 하는 스카일러 비컨(Skyler Beacon)과 케슬러 씨의 여자 친구이면서 사진가인 헤이리 앨런(Hailey Allen)은 그들 앞에서 전개 되는 변화를 환영하고 있다. 이들은 5살과 27살로 아주 젊다. 두 사람은 이 지역에서 자랐고, 쿡빌에서 살고 있으며 두 사람 다 이곳을 떠나길 원치 않는다. 


“대단히 발전했어요” 비콤(Beacon) 씨가 말했다. 


보석상이자 금속세공사인 브리 플로라(Brie Flora) 씨(30살)는 그런 발전의 얼굴이다. 그녀와 그녀의 파트너는 2016년 인근의 오버톤 카운티(Overton County)에 있는 한 농장으로 이사했다. 그로부터 2년 뒤에 쿡빌에 있는 집을 한 채 샀다. 몇 달 전 그녀와 그녀의 한 친구는 ‘The Silver Fern’이라는 미술관을 열었다. 그녀는 “이런데도 발전하지 않았다고 의심할 필요가 없지요. 이거야말로 확실한 집이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공화당을 지지하는 주(州)의 느낌은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그녀는 L.G.B.T.Q (성 소수자) 젊은이를 돕고자 하는 이 지역의 새로운 비영리 그룹을 응원하고 있다. 이곳에 사는 모든 사람이 외지인이 몰고 오는 변화를 덥석 끌어 안지는 않을 것이다. 포터 씨는 “지역 주민들은 (외지) 사람들의 공동사회를 바꾸려는 의도를 곧이 곧대로 따르려고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번영의 대가(代價)가 그들에게 있어서 어떤 것이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MeCONOMY magazine April 2022